Column

[NEW YEAR ESSAY 2024] 다시, 초심(28) 최영찬 선보엔젤파트너스 대표 

어려울 때 깨달은 시장의 가치 


▎최영찬 선보엔젤파트너스 대표
밸류, 호가, 자산…. 기업·부동산·상품에 대한 가치를 매길 때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말들이다. 회사를 경영하는 기업가는 저마다 자기 회사가 높은 밸류로 평가받길 원한다. 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상품을 소유한 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값을 부르고 자산가치를 책정한다. 그런데 실상 이런 방식은 대개는 시장에서 평가하는 가격 이상의 가치를 스스로 부여하는 꼴이다. 해당 자산을 사줄 기업이나 사람이 존재할 때만 의미 있는 가치가 된다는 뜻이다. 우리는 가끔 이런 냉정한 사실을 잊는다.

지난 10년간 한국 사회는 급격한 가치 팽창을 겪었다. 낮은 금리에 지속적으로 돈을 시중에 풀었고, 그 돈에 힘입어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자산가치가 연이어 상승했다. 특히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VC) 업계는 그야말로 호황을 누리며 ‘돈잔치’를 벌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부동산 가격도 상상 이상의 규모로 형성됐다. 그러는 사이 시장에 한번 형성된 밸류와 자산가치가 있는 그대로의 가치를 반영한다는 착각이 마치 진실인 것처럼 여겨졌다.

지금은 어떤가. 그동안 풀린 자본은 엄청난 인플레이션을 불러왔고, 한국의 스타트업이나 VC 업계가 경험한 적 없는 금리인상으로 이어졌다. 그간 진실처럼 여겨졌던 밸류들도 사실은 사줄 사람이 없는 무의미한 외침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현실을 아프게 깨닫는 중이다. 부동산 또한 시장가격이라고 믿으며 호가를 내지만, 아무도 사주지 않고 오른 금리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기대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거래된다.

이럴 때일수록 가치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의 시작점을 찾아야 한다. 시장가치란 언제나 상대적이다. 받을 대상이 존재할 때만 진정 의미 있는 가치다. 특히 스타트업과 VC 업계는 쉽게 가치를 평가하던 습관에서 벗어나, 언제든 거품이 낄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진짜 가치는 어디에 있을까? 실상 아무리 좋은 기업이나 부동산도 시장의 큰 흐름을 비껴갈 수는 없다. 그러나 그 가운데서도 위기를 견디고 생존할 수 있는 가치를 지닌 것들은 존재한다. 그 가치는 자산 자체에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가치를 대하는 태도에 있다. 가치란 언제나 상대적이고 거품일 수 있다는 믿음, 이를 겸허하게 관리하고 과욕을 경계하는 태도야 말로 가장 중요한 가치이자 자산을 지킬 수 있는 덕목이다. 초심을 강조하고 또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는 건 첫 마음가짐과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202401호 (2023.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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