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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NUAL BRIEF 2024] 인터뷰 | 곽재우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AI 창작물, 저작권 귀속 방향 

여경미 기자
2024년 지식재산권 시장 동향에서 화두는 AI 창작물의 저작권 귀속 방향이다. 지난 1월 11일, 지식재산권 전문 변호사인 곽재우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를 만나, 2024년 지식재산권 시장 동향과 AI 시대 저작권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2022년 이미지 생성형 인공지능인 미드저니(Midjourney)가 만든 ‘스페이스 오페라’란 미술작품이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미술대회’에서 ‘디지털아트 부문’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인간이 만든 작품이 아닌, ‘AI가 학습해서 제작한 작품이 이 대회에서 우승해도 되는지’에 대한 찬반 논란이 지속됐다. 생성형 AI와 관련한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AI 창작자 지위 인정 여부, 저작권이 있는 작품의 재산권 침해 여부, 생성형 AI가 제작한 창작물의 규제 여부 등도 논쟁거리다.

곽재우 변호사는 “세계적으로 AI와 관련한 판례가 많지 않으나, 앞으로 이와 관련한 판결은 꾸준히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포브스코리아 인터뷰에서 ^전자·재료·화학 분야, ^기계·자동차 분야, ^통신 분야, ^제약·바이오 분야 ^AI 저작권 문제 등과 관련된 지식재산권 시장을 소개하고 AI 활용에 관한 법령과 규제 동향을 전망했다.

2024년 지식재산권 시장 동향

곽 변호사는 “올해 5월 1일, 일명 ‘상표 공존 동의제’ 도입이 시행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선등록상표의 상표권자가 후출원상표 등록을 동의하면 상표등록을 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과거엔 선등록상표의 상표권자가 있으면 비슷한 후출원상표를 등록하지 못하도록 규제했지만, 앞으로는 ‘상표 공존 동의제’를 통해 선등록상표의 상표권자가 동의하면 서로의 영역이 겹치지 않는 선에서 공존할 수 있게 됐다.

전자·재료·화학 분야에서는 리튬2차전지, 반도체, OLED 관련 특허와 영업비밀, 기술유출 분쟁, 부품업체 간 특허 분쟁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막고자 ‘산업기술보호법’을 엄격히 적용해 관리할 전망이다. 기계·자동차 분야에서는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 자동차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이와 함께 AI 자율주행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특허 출원 경쟁도 여전할 전망이다.

“통신 분야에서는 여전히 코로나 팬데믹 시기부터 가속화된 메타버스, 대체불가토큰(NFT), 가상화폐 등 새로운 IT 환경 조성을 위한 기술개발이 진행 중입니다. 향후 관련 규제에 대한 대응이나 기술의 사전적인 보호에 관한 자문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과거 메타버스 내에서 명품 브랜드 가방이나 의류 등의 상표권과 관련된 지침이 없어 보호받지 못했다. 앞으로는 메타버스 내 상표권 심사 지침을 개정해, 시장가치가 있는 상표로 인정되고 특허나 상표 출원도 이뤄질 예정이다.

제약·바이오 분야에서는 허가특허연계제도에 따른 분쟁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코로나19 백신 관련 특허 분쟁이 본격적으로 전개돼, 향후 국내에서도 관련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와 함께 곽 변호사는 “부정경쟁방지법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타인의 성과물이나 아이디어 도용 행위에 대해, 법원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려는 경향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방송 포맷, 광고 입찰, 게임 개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등 여러 분야에서 성과물, 아이디어 도용 행위와 관련한 부정경쟁방지 분쟁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AI 시대 지식재산권

2024년 지식재산권 시장 동향에서 가장 큰 이슈는 AI 시대의 저작권이다. 곽 변호사는 “2023년에 이어 2024년에도 AI 저작물 사용에 관한 저작권법 개정안 논의가 활발히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나라 IT 시장 동향을 살펴보면 법원이나 특허청에서는 지식재산권자를 보호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졌지만, 산업계에서는 AI와 관련한 규제가 지속될 경우 관련 산업이 발전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이런 이유로 “AI 규제가 아닌 허용으로 저작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① AI 창작자 지위 인정 여부

곽 변호사는 “AI 창작물 권리가 누구에게 귀속될지도 이슈”라고 말했다. 문화예술계에선 AI가 쓴 대본으로 공연을 제작하자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2021년 10월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AI 장편소설인 지금부터의 세계가 출판된 바 있다. AI가 제작했으니 ‘AI에게 저작권이 귀속돼야 하는지’, 아니면 ‘프롬프트를 입력해 결과물을 도출한 이용자가 저작권을 가져야 하는지’ 등이 논쟁거리다. 또 “인터넷 자체가 공유의 대상이고 학습용 데이터로 창작할 수 있으므로 만인이 공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국가마다 AI 창작자 지위 인정 여부와 관련한 판결이 속속 나오고 있다. 아직까지는 대다수의 판례가 ‘AI가 창작물의 권리 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2023년 6월, 우리나라 행정법원에서 ‘AI의 발명자 지위 인정’에 관한 판결이 있었습니다. ‘AI는 발명자로 인정할 수 없다’고 정의한 판결이었습니다. 특허법상 발명자는 발명한 사람, 즉 자연인임을 표시하고 특허출원서에 발명자의 ‘성명 및 주소’를 기재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발명자는 성명과 주소를 가질 수 있는 자연인이므로, ‘AI가 한 발명에 대해 특허청의 등록 거절 결정은 정당하다’고 판결했습니다.”

2023년 12월, 영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판결이 나왔는데, ‘영국 특허법상 발명자에 기계가 포함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곽 변호사는 “진보적인 학자들은 법인도 실체가 없지만 그 권리를 인정했으므로, AI에게도 그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인정할 경우 일부 국가가 이를 악용할 우려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② 생성형 AI가 제작한 창작물, 규제 대상인가

하루가 멀다고 웹툰과 소설, 노래, 드라마 등 AI 창작물이 쏟아지는 만큼 ‘생성형 AI가 제작한 창작물이 규제 대상인지’도 민감한 문제다. 생성형 AI의 긍정론자는 “손으로 쓰면서 계산하지 않았다거나, 주판을 이용하지 않았다고 해서 계산기 도입을 반대할 이유는 없다”며 AI 창작물을 옹호한다. 반대로 부정론자는 ‘무조건 AI는 규제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두 의견의 첨예한 입장 차 때문에 산업계와 법조계는 생성형 AI가 제작한 창작물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AI 소설의 기능적인 측면에서 ‘참신하다’ 혹은 ‘생각지 못한 아이디어로 창작해 기발하다’ 등과 같은 긍정적인 이유만 있다면 굳이 AI 창작물을 규제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 창작물의 권리가 누구에게 있으며, 누가 재산을 축적했는지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이 권리로 피해를 본 사람이 생기면 더 큰 사회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③ 저작권이 있는 작품의 재산권 침해 여부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AI가 저작권이 있는 창작물을 학습했다면 권리자의 재산권을 침해하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미국에서는 2023년 10월, 생성형 AI가 개발한 결과물이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것과 관련해 의미 있게 봐야 할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원고 아티스트들은 ^생성형 AI 제품 개발에 저작권으로 보호되는 이미지 수십억 개를 원저작자인 예술가들의 허락 없이 학습 데이터로 사용했고, ^사용자의 텍스트 프롬프트에 따라 피고들의 제품이 산출한 결과물이 자신들의 저작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판결은 ‘AI가 생성한 이미지가 원본 작품을 직접 참조한 것임을 증명할 수 없다’며 저작권 침해를 부정했다.

④ 인간이 일부 참여한 AI 창작물의 저작권

생성형 AI가 생산한 창작물의 일부에 인간이 참여했다면 그 저작권은 어떻게 될까. 미국에서는 저작권을 등록할 때, 저작권청에서 ‘AI가 만든 창작물은 등록할 수 없다’고 규정했지만 ‘AI가 생산한 창작물 중 사람이 한 일부는 그 저작권을 인정할 수 있다’고 예외를 뒀다.

“미술계에서는 화가가 그림의 완성 단계에서 파이널 터치만 하고 ‘내가 그린 그림’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예외를 인정한 조항이 미술계와 같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또 AI와 인간의 창작 범위를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⑤ AI 모델 초상권 문제

최근 가상 인플루언서나 버추얼 아이돌 등 AI 모델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와 함께 ‘AI도 초상권을 인정할 수 있을까’에 대한 논쟁이 이어진다. A 기업과 B 기업에서 제작한 AI 모델의 얼굴이 비슷하다고 가정해보자. B 기업은 A 기업의 가상 인플루언서 얼굴을 도용한 것인가. 아니면 얼굴이 비슷한 이유는 대한민국에서 선호하는 얼굴이기 때문인가. 곽 변호사는 “AI 모델의 초상권을 인정하는가와 관련한 법리 다툼이 꾸준히 생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비슷하게 생긴 AI 모델이 출연한 광고를 보고 소비자가 기업의 브랜드를 오인하는 문제도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⑥ AI 관련 법률 논의

전 세계적으로 AI 관련 법률에 대한 논의는 지속해서 이어질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AI 관련 법률 논의에 발 빠르게 움직이는 국가 중 하나이다. 올해 6월에는 한국, 미국, 유럽, 중국, 일본의 특허청이 참여하는 ‘세계 5대 특허청(IP5) 청장 회의’가 개최될 예정이다. 곽 변호사는 “이 회의에서 AI 발명자의 지위 여부에 대한 논의가 예상되며, 저작권 심사 기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AI 관련해서 다소 부정적일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덧붙였다.

AI 저작권 문제를 고려한 비즈니스 전략을 세워야

지난해 5월부터 미국작가조합(WGA)은 장장 5개월간 파업을 진행했다. 이들이 반발한 가장 큰 이유는 생성형 AI 저작권 문제가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 발달을 위해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과 윤리 등을 이유로 규제 옹호를 주장하는 입장으로 나뉩니다. 또 정부 관계 부처마다 입장이 다르리라 생각됩니다. 2024년에도 AI에 대한 발명권자나 저작권자 인정 여부, 생성형 AI의 저작권 침해 등과 관련한 판례가 지속해서 나올 것입니다. 이러한 판례를 통해 기업은 공격적인 입장을 취해야 할지, 방어적인 입장을 취해야 할지 판가름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이에 따른 비즈니스 전략을 세우시길 바랍니다.”

※ 곽재우 변호사는…서울대 산업공학과 졸업, 서울대 법과대학원 석사·박사 수료(지식재산권 전공), 미국 펜실베이니아 로스쿨(LLM), 법무법인 광장 지식재산권 그룹 파트너변호사(현), 국제 특허/영업비밀 분쟁 및 e-Discovery 전문가(현)

- 여경미 기자 yeo.kyeongmi@joongang.co.kr _ 사진 원동현 객원기자

202402호 (2024.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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