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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인의 테넷 | 원하는 바를 각인하는 네 가지 방법 

 

사람의 주의와 관심을 끄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더욱이 나와 관계없는 제품이나 서비스라면 더욱 그렇다. 30초 광고의 세계는 이들을 내 편으로 끌어들이는 전쟁터다.

▎액션배우 장 클로드 반담이 출연한 볼보자동차 광고. ‘불가능한 그럴듯함’이 대중의 열광을 끌어냈다.
광고는 30초의 미학이다. 30초라는 짧은 시간에 특정 상품이나 브랜드를 보는 이들에게 어필해야 한다. 하지만 유튜브나 틱톡 같은 동영상 플랫폼이 중심인 세상에서 30초는 너무나 긴 시간이 돼버렸다. 광고를 보던 사람들이 영상을 처음 접한 후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검지로 영상을 밀어 올리며 다음 영상으로 넘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특정 영상에 사람들의 관심이 머물지 않는 이상 알고리즘의 힘을 빌려 바이럴될 확률은 줄어든다. 결론적으로 사람을 매료할 수 있는 한 방이 있어야, 이후 그 안에 담겨 있는 철학이나 디테일을 전달할 기회도 갖는다는 뜻이다. 다른 사람에게 원하는 바를 각인할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떠한 것이 있을까?

의도적 생소함

미국 풋볼리그(NFL) 결승전인 슈퍼볼(Super Bowl)은 지상 최대 광고 이벤트로도 불린다. 슈퍼볼 경기 중간 30초 정도 광고 시간을 사는 데 수십억원은 기본이다. 그런데 코인베이스(Coinbase)는 2022년 슈퍼볼 광고를 위해 1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어두운 화면에 QR코드만 둥둥 떠다니는 알 수 없는 광고를 송출했다. 이것이 코인베이스의 광고임을 나타내는 장면은 광고 말미에 회사 로고를 잠시 노출한 것 외에는 없었다.

TV 앞에 앉아 있던 수많은 사람의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뉘었다. 어떤 이들은 광고가 잘못 송출된 실수일 것이라 생각했다. 다른 이들은 TV에 나온 QR코드를 재빠르게 스캔해 내용을 확인했다. QR코드를 타고 웹 링크로 들어간 사람들은 코인베이스가 신규 가입자를 대상으로 무료 비트코인 15달러와 상금 300만 달러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내용을 확인했다.

이런 내용이 알려지자 각종 뉴스 매체와 SNS는 이생소하지만 신선한 접근의 광고 이야기를 엄청나게 재생산해냈다. 광고 후 코인베이스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 수는 앱스토어 전체 1위를 차지했다. 웹사이트 방문자 수도 급격하게 늘었다. 광고를 통해 전달하고자 한 정보를 감싼 이 ‘생소함’이라는 레이어가 사람들에게 궁금증을 제대로 심어줬기에 가능했던 사례다.

말이 되는 거짓말

세상에 떠도는 많은 소문은 조금만 생각해보면 ‘전설의 17대1 대결’처럼 사실상 말이 안 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말이 될 법하다고 믿을 만한 환경이나 사람이 등장했기에 그런 소문도 날개를 달았을 것이다. 바로 이런 접근이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는 사기가 아니라면 꽤 효과가 좋은 방법이다. 이를 잘 반영한 광고가 바로 볼보(Volvo)에서 제작한 ‘The Epic Split’ 광고다.

세계적인 액션배우 장 클로드 반담(Jean-Claude Van Damme)이 광고에 등장한다. 스크린을 누비던 스타는 후진하는 볼보 트럭 두 대 사이에 맨몸으로 서서 평온한 얼굴로 다리 찢기를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에이 말도 안 돼’라는 생각보다 ‘우아! 역시 왕년의 액션 스타는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 그런 생각이 드는 이유는 단 하나다. 광고 속 인물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장 클로드 반담이기 때문이다.

머릿속으로는 아닌 것을 알지만 여전히 우리는 믿고 싶다. 그는 할 수 있다고. 그리고 광고는 마지막 장면에서 슬며시 본론인 볼보의 다이내믹 스티어링 시스템의 뛰어난 정확성과 안정성을 홍보하며 끝을 낸다.

목 마른 이에게 우물을

[브레이킹 배드(Breaking Bad)]는 드라마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완성도 높은 명작이다. 각각의 인물이 보여주는 캐릭터와 연기적 완성도가 최상급이었던 만큼, 2013년 종영 후에도 지금까지 주요 등장인물들의 인기가 대단하다.

두 주인공 월터 화이트(Walter White)와 제시 핑크맨(Jesse Pinkman), 악당 역할인 투코 살라만카(Tuco Salamanca)가 마약을 거래하는 장면은 가장 많이 회자되는 명장면이다. 수없이 많은 오마주와 패러디가 이 장면에서 생겨났다. 종영한 지 10년도 지난 드라마의 명장면이 2023년 팬들의 품에 다시 한번 돌아왔다. 팝코너스(PopCorners)라는 과자 회사가 슈퍼볼 광고에 [브레이킹 배드]의 실제 배우들을 활용해 이 장면을 다시 연출한 것이다. 이 광고가 나간 후 아주 잠시지만 이들의 복귀 소식에 많은 팬이 엄청난 환호를 보냈다. 그 결과 이 광고는 그해 사람들의 뇌리에 가장 깊게 남은 광고로 평가받았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코인베이스의 슈퍼볼 광고 장면. 검은 화면에 큐알코드만 둥둥 떠다닌다.
친절하게 대상의 모든 것을 설명해놓은 문서를 흔히 설명서 혹은 카탈로그라 부른다. 사람들이 해당 브랜드나 제품에 관심이 있을 때는 아주 유용한 정보들이다. 하지만 대중의 관심을 끌고 오는 데는 어쩌면 가장 어려운 행위일지 모른다. 사람들에게 어필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감각을 복합적으로 자극할 수도 있고, 시적인 카피로 감정을 건드릴 수도 있다.

그런데 보여준 이미지나 영상 그 자체로 모든 것이 설명되는 경우도 존재한다. 소니(Sony)의 컬러 TV 브랜드인 브라비아(Bravia) 광고 ‘Colour Like No Other(2006)’는 이를 매우 잘 나타낸 예시 중 하나다. 샌프란시스코 언덕에 자리한 주택가에서 형형색색 공 25만 개가 굴러 떨어지는 이 광고는, 역동적인 공의 움직임과 매혹적인 색채의 조화로 장관을 연출했다. 소니 브라비아 TV를 통해 사람들이 경험할 수 있는 생생한 컬러를 비주얼 임팩트로 전달한 것이다. 이 광고는 제품을 넘어 소니의 브랜드 파워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호평을 받았다.

대중의 기억 속에 남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 심지어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방금 전 본 영상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유가 뭘까. 기억해야 할 이유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내게 반드시 필요한 게 아닐 수록 그렇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것을 기억해야 할 이유를 제공해주는 것, 그리고 이를 창의적인 방법으로 전달하는 것이 우리가 광고를 상업예술이라 부르는 이유다.

※ 이상인 - 이상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현재 Google 본사에서 YouTube 광고 디자인 시스템을 리드(Staff designer)하고 있다. Microsoft 본사, 클라우드 인공지능 그룹의 플루언트 디자인 스튜디오를 총괄했고, Deloitte Digital 뉴욕 오피스의 창립 멤버로 근무했다. 디지털 에이전시인 R/GA에서 디자이너로 근무했다. 저서로는 『디자이너의 생각법; 시프트』 외 세 권의 베스트셀러가 있다.

202403호 (2024.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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