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agement

Home>포브스>Management

리더의 취약성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생각하는 좋은 경영자나 좋은 리더의 정의가 조금씩 바뀌는 것 같다. 아는 만큼 더 보여서 그럴 수도 있고, 리더십 연구와 조직문화 연구가 발전하고 사회문화적으로 요구하는 것이 달라져서 그럴 수도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궁극적으로 리더의 자리는 복합적이고 다양해서 그렇지 않나 싶다.

▎심리학자 브레네 브라운(Brene Brown)의 ‘취약성의 힘(The power of vulnerability)’과 ‘수치심에 귀 기울이기(Listening to shame)’ TED 강연은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줬다. / 사진:TED TALKS
좋은 경영과 좋은 리더의 방법론은 한 가지 답만 가능했던 학교 객관식 문제와 달리 다양하며,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한 답도 상황과 순간마다 다르다. 강하고 큰 목소리를 내는 리더도 항상 답이 아니지만, 계속 다른 팀원들의 의견을 기다리는 리더도 답이 아닌 것이다. 두 스타일 모두 적절한 순간에 눈치껏 써야 한다. 무엇보다 어떤 기본 가치(foundational value)로 리더십을 이끄는지가 중요하다. 우리의 학교와 사회 속에서 오랫동안 익숙한 객관식 문제 대응 방식에서 벗어나 더욱 좋은 리더가 되고 경영을 잘하기 위해서 예전의 배움을 버리고 다시 배우려는 용기와 호기심이 필요하다.

첫 직장과 출근길이 생각나는가? 그때의 마음가짐은 어땠으며 지금과는 어떻게 다른가?

필자는 첫 풀타임 직장 생활을 할 때 왜 일이 어렵게 느껴졌는지 아직도 생각난다. 대학 졸업 무렵 워싱턴 D.C.의 미국 국무부(U.S. Department State)에서 반 학기 정도 몬테네그로·세르비아 부서(Montenegro and Serbia Desk)에서 일할 기회가 있었다. 첫 풀타임 근무이고 필자가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외교 관련 업무를 경험할 수 있어서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설레고 기대가 가득했다. 잘 보이고 싶었고 빨리 잘 배우고 싶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전철 타고 가면서 오늘은 누구를 우연히 만나고 무엇을 배울까 설렜고 좋은 상사, 동료들과 일을 하면 얼마나 하루가 즐겁고 새로운 배움이 있을까 기대됐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나기도 전에 재촉당하는 나를 보게 되었다. 기억해야 할 사람 이름과 일의 과정도 너무 많았고, 지시를 받은 일을 할 때마다 다른 동료와 다른 방법으로 하기를 요청해서 간단해 보이는 일도 쉽사리 끝나지 않았다. 국무부 일이다 보니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 있는 누군가와 소통하느라 밤에도 일해야 했다. 아침저녁으로 열심히 정성 들여 일하는 상사와 선배들은 어떻게 저 많은 세부 사항, 관계자 정보, 결정을 순식간에 잘 처리하고 기억하는지 놀랍고 대단해 보였다. 그러면서 이메일 하나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고민하는 나를 보면 답답하기도 했다. 나름 열심히 공부하고 여기 오기 전까지 5년 넘게 여러 사무실에서 아르바이트와 인턴 생활을 하면서 일 경험을 조금 쌓았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배우고 이해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답답한 순간이 있어도, 선배에게 꾸중 듣고 속이 상하고, 혼자서 외롭게 컴퓨터 앞에서 점심식사를 할 때도 꿈을 위해 걸어가는 길이니 당연히 참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면 꼭 그게 답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어려운 건 물어봐도 되고 다 이해하려고 하지 않아도 됐었다. 인턴을 무사히 마치고 계속 새로운 여정을 또 찾아갔지만, 그때 내가 너무 잘 보이려는 압박감과 완벽함을 추구하며 스스로 더 어렵게 일을 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지금도 그 일을 돌이키며 그때 친분을 쌓은 멘토와 자주 이야기한다. 우리는 왜, 아주 인간적이기 때문에 당연한 부족함과 고민들을 이야기하는 게 좋지 않다고 생각할까.

미국에서는 ‘리더의 취약성(Vulnerability)’의 정의와 가치가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낀다. 지난 2011년에 ‘수치심(shame) 연구(창피함을 언제 느끼고 왜 그런가를 연구)’를 하는 미국 휴스턴대학교 연구교수 브레네 브라운의 테드 토크 (TEDTalk)가 리더와 직장인들 사이에 큰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우리는 나의 감정, 느낌, 진실, 취약성 등은 직장 생활에서 성공하기 위해서 가져오지 말아야 할 소재들이라고 오랫동안 교육을 받았다. 하지만 이런 인간적인 모습들이 바로 진정으로 사람을 움직이고 경영에서도 성공하는 리더들의 비밀이라는 연구 결과였다.

많은 사람이 놀랐다. 그리고 공감했다. 답답하거나 힘들 때 그냥 팀원들과 이야기하면서 풀어가면 되는데, 우리는 왜 답을 다 알고 있는 모습이 더 좋은 리더라고 여기며 추구해왔을까. 혹은 정말 문제가 있다면 지적하고 풀어야 하는 것이 훗날 같은 실수나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처방하는 데 중요하다. 하지만 상사나 동료들이 내게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할까 봐 그 이야기를 감춰서 더 큰 골칫거리를 겪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닐 것이다. 브라운 교수의 연구는 새롭고, 놀랍고, 후련했다. ‘솔직하게 내 이야기를 해도 되는 게 좋은 직장과 좋은 리더의 모습이구나’라는 공감과 새로운 리더 훈련이 전 세계적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용기 있는 리더의 모습은 쉽지 않다. 전 세계적으로 더 많은 사람이 ‘리더와 조직의 취약성은 무조건 좋지 않다’라는 고정관념에서 조금 벗어나게 됐지만, 13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부족한 모습을 굳이 공유하하려고 하지 않는다. 사진과 글 하나를 인스타그램에 공유해도 좋았던 모습, 성공한 모습을 나누고 싶어 할 뿐, 실패하고 속상한 모습은 노출하지 않는다. 친구들과 만나는 모임에서도 성공하고 잘 지내는 모습을 공유하고 싶지 부족한 모습은 공유하지 않는다.

브라운 교수도 리더로서의 취약성을 잘 공유하는 리더는 칼 같은 정의가 아니라고 한다. 솔직함과 진정성을 갖고 부족한 점도 나누는 것이 좋다고는 하지만, 무조건 감정과 속상함을 항상 다 이야기하는 것은 좋지 않다는 것이다. 전략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하는 소통 방법이 필요하다. 심리적 안정감이 부족한 회사에서는 솔직함이 해고 사유가 될 수 있고, 승진에서 누락되는 싸늘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심리적 안정감이 있는 직장이더라도 감정노동에 너무 휩싸이면 사람도 지치기 때문에 싫증이 날 수 있다. 그래서 좋은 리더는 더더욱 솔직하면서도 정성적으로 소통하고 리딩하며 나눠야 한다.

‘Thoughtfully(배려 깊게)’라는 영어 단어를 좋아한다. 당사자와 상황을 생각하는 마음을 담은 행동과 소통을 뜻하는 단어이다. 정말 좋은 리더와 좋은 소통법은 상황과 당사자들에게 먼저 깊은 관심을 보이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좋은 리더십의 답이 한 가지가 아니라서 좋다. 사람마다 잘하는 것, 관심 있는 것, 부족한 것, 해보고 싶은 것이 다른데 좋은 리더십 방법이 한 가지밖에 없다면 얼마나 답답하고 한계가 있을까. 인생은 객관식 문제의 답을 찾는 것이 아니다. 물론 좋은 리더에 관한 연구를 계속하면 그들에게 밑거름이 된 가치, 사상, 진리와 원칙에서 비슷한 패턴이 많이 보인다. 그러나 그것을 어떻게 배우고 쓰는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유사한 점은 각자 자신에 관한 투자, 관심, 이해, 호기심을 깊이 파고들었다는 것이다. 배려 깊게.

※ 모니카 H. 강 이노베이터스박스 대표는… 글로벌 500대 기업, 고등교육기관, 정부 및 비영리 단체를 대상으로 실행 가능하고 공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기업문화 변화, 리더십 개발, 팀빌딩을 지원하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구글, NBC유니버설, 삼성전자, 펩시코, 트위터, 존스홉킨스대학교, 미국 정부 등 다양한 업계의 고객사와 일했다. 백악관, 아쇼카 체인지메이커(Ashoka Changemakers), 전국여성기업위원회(WBENC) 등으로부터 인정(Recognition)을 받은 창의 교육 전문가다.

202208호 (2022.07.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