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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코치가 만난 글로벌 리더스(01) 피터 손 픽사 '엘리멘탈' 감독 

다른 세대와 다른 문화 속 멜로디를 그려내다 

미국과 한국에서 리더십 코칭 컨설턴트로 활동하는 모니카 강 이노베이터박스 대표는 이번 호부터 미국과 전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리더를 만난다. 글로벌 무대에서 열정과 역동성을 기반으로 업계를 재편하고 있는 리더들의 스토리를 깊고 흥미롭게 조명한다. [편집자 주]

▎피터 손 감독은 미국의 애니메이터, 애니메이션 영화 감독·각본가로 픽사 소속의 아티스트이다. [니모를 찾아서](2003), [인크레더블](2004) 등에서 스토리보드 작업을 했고 2015년 [굿 다이노]로 첫 장편 애니메이션 연출을 맡았다. 한국계 이민 가정 2세다. 피터 손은 칼아츠 재학 중에 업계에 뛰어들었고, 월트디즈니와 워너브라더스를 거쳐 2000년 9월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 입사했다. / 사진:PIXAR
피터 손(Peter Sohn, 46) 픽사 [엘리멘탈(Elemental)] 감독을 만나자마자 ‘이 사람은 행복하게 열심히 사는 사람이구나’를 느낄 수 있었다. 첫 만남인데도 환한 미소로 사람을 반갑게 맞이하는 그에게서 정겨움과 에너지가 넘친다. ‘픽사에서 꿈을 펼치는 인물은 세상을 보는 진심과 순수함이 다른 레벨이구나’라고 느껴진다. 그가 오늘날 세계적인 애니메이터 감독이자 리더로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어쩌면 이와 같이 모든 것에 관한 깊은 열정, 진심과 호기심이 가득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손 감독은 지난해 세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2023년 6월 출시한 디즈니 애니메이션[엘리멘탈]을 감독하면서 다른 문화 속에 우리는 서로 어떻게 이해하면서 살고 사랑에 빠지는지를 로맨틱 코미디로 담았다. 사람들은 손 감독이라는 인물이 누군지, 어떻게 이런 스토리를 창작해낼 수 있었는지 궁금해했다.

[엘리멘탈]은 불, 물, 바람, 흙 등 4개 원소들이 살아가는 엘리멘트 시티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통해서 다양한 인종과 문화 속에 살아가는 우리가 다른 세대와 다른 문화 간에 느끼는 사람으로서의 고민과 다양한 생각을 정성스럽게 담아내 많은 사람의 마음을 울린 영화다.

2024년 최고 애니메이터로 여러 세계 영화제에서 추천되고 지명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또 많은 한국인, 한국 교포와 이민자들이 [엘리멘탈]에 더 공감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엘리멘탈]은 애니메이션 기술과 스토리텔링으로 봐도 멋진 작품이지만 무엇보다도 손 감독의 개인사와 마음이 많이 담겨 있는 특별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물과 불의 사랑 이야기는 한국과 미국 문화가 섞인 손 감독의 결혼 이야기와 같고, 불의 주인공 앰버와 그녀의 아버지 이야기는 손 감독과 그의 아버지가 나눈 이야기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이 작품을 자세히 보면 볼수록 왜 손 감독이 종종 “이 작품은 정말 제 부모님을 기리기 위한 영화입니다(This movie is really to honor my parents)”라고 말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당신이 하는 일을 알고 싶어요’


▎피터 손 감독은 애플의 스티브 잡스 등 창의성이 풍부한 사람들 사이에서 계속 성장할 수 있었다. / 사진:PIXAR
손 감독은 애니메이션 업계의 베테랑이다. 그를 감독으로 이끈 작품은 2015년 [굿 다이노(Good Dinosaur)]다. 그의 여정을 자세히 보면 무려 24년 넘게 애니메이터의 길을 꿋꿋하게 걸어온 장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캘리포니아 예술학교(CalArts)를 졸업한 그는 꿈에 그리던 애니메이션의 커리어에 풀타임으로 뛰어들었다. 이 커리어를 현실화하기 전에 정말 열정이 가득했다. 그 당시에는 애니메이션 업계가 작아서 운이 좋으면 존경하는 특정 영화감독들도 콜드콜해 접할 수 있었다. 손 감독과 친구들은 학창 시절 그들의 정보를 전화번호부에서 찾아 애니메이터 구루들을 직접 찾아가 멘토링과 조언을 요청했다. 당시 유명했던 9명의 디즈니 애니메이터뿐만 아니라 전설적인 애니메이션 감독 브래드 버드(Brad Bird)에게도 연락해서 친구들과 같이 점심 식사를 하며 멘토링을 들었다. 그때 만나서 ‘일하게 해주세요’라고 하지 않고 ‘당신이 하는 일을 알고 싶어요’라는 태도로 배웠다. 그때 그는 브래드에게서 중요한 교훈을 배웠다. 브래드는 “어떤 사람들은 돈 때문에 일을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열정 때문에 일을 한다”, “어떤 일을 할지는 당신 선택이다”라고 말했다. 손 감독과 친구들은 브래드의 열정에 감동해 적극적으로 친분을 쌓으려 노력했고 운 좋게 2년 후 브래드가 준비하던 1999년 작 [아이언 자이언트(Iron Giant)]에 애니메이터로 참여할 기회를 얻었다. 이렇게 손 감독은 새로운 길을 스스로 찾아나갔다.

손 감독은 2000년에 픽사 디즈니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니모를 찾아서(Finding Nemo)], [인크레더블(The Incredibles)], [라따뚜이(Ratatouille)], [몬스터 대학교(Monsters University)], [업(Up)] 등 그동안 많은 이가 사랑하고 즐겨 본 디즈니와 픽사 에니메이션 20여 편 이상에 참여했다. 애니메이터로 그림을 그리거나, 스토리 아티스트로 참여하거나, 때로는 성우 역할도 하면서 다양한 커리어를 쌓았다. 그는 픽사에서 일하는 동안 1986년부터 2011년 사이에 픽사가 발전하는 데 기여한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와 같은 리더들과도 일하는 등 창의성이 풍부한 사람들 사이에서 계속 성장할 수 있었다. 손 감독은 잡스가 아무리 바빠도 픽사 에니메이터들의 작품들이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관여하고 아이디어를 제공하며 피드백을 나누었던 과거를 종종 떠올린다. 자유롭게 생각하면서도 고품격 스토리텔링이 가능했던 것은 바로 이런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혹시 알고 있는가? 2009년 작 [업]에 나오는 여덟 살 아이 모험가 러셀(Russell) 은 바로 손 감독을 그린 어린 아시안 남자 캐릭터이고 픽사에서는 처음 나온 동양 주인공 캐릭터였다. 또 [몬스터 대학교]에 나온 마음 여리고 용감한 다섯 눈의 캐릭터 스퀴시(Squishy)는 손 감독이 성우를 했을 뿐만 아니라 손 감독의 여리면서도 호기심과 용기 가득한 성격을 본떠 만든 캐릭터다. [라따뚜이]에서는 주인공 레미(Remy)의 형 에밀(Emile)의 목소리를 맡아 음식 맛을 설명할 때는 자연스럽게 묘사하려고 간식을 먹으면서 그 장면을 찍었다고 한다. 농담으로 그는 “픽사는 자신처럼 통통한(chubby) 캐릭터들을 다 나에게 준다”고 하지만 그가 관여한 캐릭터와 스토리들은 생기 있고 인간적이며 풍부한 감성을 지녔다. 오늘날 픽사가 발전한 모습을 자세히 보면 손 감독의 손길과 정성 혹은 관심이 직간적접으로 영향을 끼쳤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은 2023년이 되어서야 손 감독에 관해 알게 되었지만 그는 오늘날의 픽사와 세계 애니메이션 발전에 이미 오랫동안 기여해온 애니메이션 리더 중 한 명이다.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고 [엘리멘탈]을 특히 감동 있게 본, 같은 한인 교포인 필자는 리더십 코치이자 연구자로서 특히 손 감독에게 궁금한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리더가 된다는 건 어떤 여정인지,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라도 소수인 한인 교포로 살면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어디서 찾고, 어떻게 다양한 의견을 가진 팀들의 의견을 잘 모아서 결정 내리고 작품들을 만들 수 있는지, 어떻게 리더로서 바빠도 발전하는 시간을 갖고 인간성을 잃지 않는지? 그와 나눈 대화들은 독자들이 리더로서 혁신, 발전하는 데 용기가 되고 좋은 영감을 줄 수 있다고 믿는다. 인터뷰는 영어로 진행했으며, 다음은 샌프란시스코에 자리한 픽사 사무실에서 손 감독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모니카 강: 반갑습니다! 감독님, 애니메이터를 직업으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피터 손: 저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처음부터 애니메이션이 저의 운명이었죠. 초등학교 때 플립북의 마법과 지속성의 비전이라는 개념을 배웠어요. 어렸을 때는 몰랐지만 책을 넘길 때 프레임이 지나가고 각 페이지에 있는 그림이 조금씩 변한다는 생각은 무언가에 생명을 불어넣는 마법을 일으켰죠. 그리고 저는 지난 40년 동안 이 콘셉트를 사랑해왔습니다.

모니카 강: 픽사에서 일하신 지 올해로 24년째라고 들었어요. 돌아보면 이제야 알고 이해하는 것이 더 많을 텐데, 24년 전에 일을 시작하던 자신에게 조언을 한다면 무슨 말을 하고 싶나요?

피터 손: 오 벌써 그렇게 됐나요? 24년 전의 내 모습이라… 무엇보다도 주변 사람들에 관해서 많이 배우라고 이야기할 것 같아요. 배울 수 있는 만큼 모두.

모니카 강: 24년 후에 자신에게는 무슨 말을 전하고 싶나요?

피터 손: 흠, “객관성과 고집의 차이가 무엇인지 이해하라”고 할 거예요.

모니카 강: 더 설명해주세요.

피터 손: 경험을 많이 쌓을수록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더 잘 알게 된다고 생각할 때가 많아요. 객관성을 잃지 않는 게 너무 중요한데 애니메이션은 만드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려요. 어느 순간 그 장면, 그 그림, 혹은 그 농담이 더는 공감되지 않고 웃기지 않은데, 경험이 많다는 이유로 이 경고를 무시하고 의견을 주장할 때가 있어요. 이는 매우 고집스러울 수 있으며 미처 보지 못한 아이디어나 경험에서 배울 수 있는 신선한 관점을 놓칠 수 있어요. 그래서 앞으로 발전하면서 이 시점의 균형을 맞추는 데 더 노력하고 싶어요.

모니카 강: 맞아요. 언제 ‘경험’이 지혜의 밑거름이 되고 언제 여유를 못 찾는 고집이 되는지 차이를 아는 게 정말 중요한 거 같아요. [엘리멘탈]을 만드는 과정에도 그런 순간이 많으셨을 텐데, 개봉 후 1년이 지난 지금, 사람들의 반응을 보니 어떤가요? 한국에서도 많은 분이 좋아했어요.

피터 손: 감정은 계속 변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재미있어요. 또 창의적인 일이기 때문에 재밌기도 하고요. 우리는 항상 무언가에 대해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어요. 이 모든 일을 겪으면서도 제 감정을 차분하게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부모님과 부모님이 현재 저에게 주는 의미예요.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에서 많은 분이 공감해주고 좋아해주셔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감사해요. 처음 영화가 나왔을 때 다른 분들이 이해하지 못해서 주저앉은 저희 마음을 다시 일으켜 세워주고 당당하게 일어날 수 있게 도와줬어요. 그래서 저는 한국에 있는 팬들에게 너무 감사하고 한국 교포로서 자랑스러워요. 이렇게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게 제 일이에요. 인간의 보편적인 삶과 모습을 공유할 수 있는 영화들을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이 영화를 제작하는 동안 부모님이 돌아가셨기 때문에 부모님 문화와 함께하는 것은 저를 끝없이 감동시켰어요. 영화가 개봉하고 나서 이 스트리밍과 영화 생활 속에서 부모님을 계속 찾고 뵐 수 있어요. 사람들이 영화 반응이 어떠냐고 물어보면 부모님이 하늘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들어서 감정이 복받쳐 올라요. 특히 한국에서 이 영화를 응원해주고 그들이 저에게 가르쳐준 것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것을 알면 부모님이 무어라고 반응할지 궁금해요.

창의적 직업에 반대한 부모님


▎샌프란시스코 픽사 본사에 설치된 [엘리멘탈] 캐릭터들. / 사진:PIXAR
모니카 강: 어릴 때 부모님과 관계가 어땠나요?

피터 손: 자주 싸웠어요. 미국으로 이주해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가치관을 키워가던 저와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진 부모님은 서로 이해하는 관점이 너무 달랐어요. 저는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은지 고민하면서 부모님과 의견이 안 맞을 때마다 싸웠어요. 예를 들어서 ‘복(福)’이란 무엇인지, 어른들에게 예의를 왜, 어떻게 갖춰야 하는지 알 수 없었어요. 어린 저는 ‘뉴욕에서는 학교생활과 전혀 관련 없는데 왜 이게 중요하지’ 하면서 싸웠죠. 그래서 더욱더 한국의 모습이 제 영화에서 느껴져서 감동적이에요. 왜냐하면 그들이 느끼는 한국은 바로 제가 보고 싶어 하는 부모님을 그린 한국이거든요. 부모님이 정말 많이 그리워요.

모니카 강: [엘리멘탈]을 만드는 데 7년 정도 걸렸다고 들었어요.

피터 손: 네, 아버지에게 질문을 많이 했어요. 왜 한국을 떠났는지, 왜 한국 사업이 실패했는지 물었어요. 이때가 1960년대 한국전쟁 후였는데, 그는 가족 중에서 처음으로 한국을 떠났어요. 그래서 왜 뉴욕에 와서 새로운 삶을 살고 싶었는지, 어떻게 어머니를 만났는지 등 자라면서 알지 못했던 가족 역사를 물어봤어요. 초등학교 때 아버지가 가끔 이런 이야기를 했던 것 같은데 그때는 어려서 웃으며 “알았어요, 아빠(Whatever, dad)”라고 했죠. 그냥 샌드위치나 먹으러 가고 싶었어요. 그때는 신경 쓰지 않았어요. 제가 너무했었죠. 그렇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더 궁금해졌어요. 그래서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아버지와 많은 대화를 하게 되었죠. 그런데 갑자기 몇 달 있다가 돌아가셔서 영화 때문에 이 질문들을 하면서 보낸 시간이 더욱더 감사했어요. 그리고 몇년 후 어머니도 돌아가셨는데 그때는 영화 작업이 한창이라 어머니에게는 그림 몇 점을 보여드릴 수 있었어요. 그래도 암 때문에 너무 아파하셨고 약을 많이 드셔야 해서 아마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을 거예요.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라 화상통화로 이야기를 나눴어요. 다행히 어머니가 아픈 몇 달 동안 뉴욕에서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어요. 그래서 이때가 아마 가장 어두우면서도 감사한 시간이 됐어요. 영화 제작에서 많은 부분은 다양한 스토리 아티스트와 이야기를 공유하는 기회가 돼요. 그들이 언제 캐나다로 이민 왔는지, 인도나 독일에서 와서 어땠는지, 겨울이 처음에 어땠는지, 맥도날드를 처음 먹었을 때 어땠는지 등에 관한 기억들을 공유하면서 이 이야기들을 화상 미팅으로 이야기하면 병실에 누워 있는 어머니는 제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저와 같이 시간을 보냈어요. 소소하지만 제가 작품을 만드는 과정의 이야기와 배움을 어머니에게 나눌 수 있고 같이 이야기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했죠.

모니카 강: 손 감독님의 여정을 알고 싶은데, 어린 시절은 어땠나요?

피터 손: 아, 어릴 때 나는 확실히 세상에 적응하고 싶었어요. 미디어에도 관심이 많았어요. 영화, 판타지, 책, 만화 등 접할 수 있는 미디어는 다 찾아봤어요. 어릴 때는 그런 것들이 너무 좋았어요. 형과 새로 나온 영화나 만화를 찾아보면 힘든 일상생활에서 벗어나는 시간이 되고, 새로운 아이디어나 그림을 그리면서 우리의 상상력을 자주 자극했죠. 그러나 그건 다 이기적인 욕망인가 싶어요. 동네슈퍼를 운영하는 아버지를 어릴 때 자주 도와드리곤 했어요. 그러나 조금 일하고 딴짓하는 장난기 많은 아이였죠.

모니카 강: 아버님이 슈퍼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업을 하고 열심히 사는 삶에 관한 이념 등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어요. 어머니도 어릴 때 미술에 관심 많았다고 들었는데, 아버님과 어머님의 이런 배경은 어떤 가치관을 갖게 했나요?

피터 손: 제 큰아버지가 기회의 중요성에 관해서 많이 이야기했어요. 그는 기회를 찾을 줄 알고, 기회를 잡을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알려줬어요. 제가 처음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느끼고 창의적인 직업을 갖고 싶다고 했을 때 부모님이 많이 반대하셨어요. 절대 안 된다고 하면서요. 엄마랑 많이 싸웠고 그 싸움은 정말 이 길을 내가 왜 더 가고 싶은지 선명하게 알게 했어요. 그리고 기회가 찾아오면 놓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어머니는 사람들에게 자녀와 싸우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말하곤 했는데, 저는 사실 어머니와 그렇게 감정이 쌓이는 게 힘들고 마음 아팠어요. 어머니는 그런 과정이 제가 원하는 것을 제가 더 명확히 아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우리 사이가 멀어지기도 해서 아쉬웠어요.

제 생각에는 시간이 지나면서 제가 원하는 것이 더 명확해졌다기보다 기회가 찾아오면 그것을 알아채기를 더 잘했다가 맞는 표현 같아요. 사실 뉴욕에서 애니메이션은 대부분 상업적인 작업이에요. 제가 원하는 창의적인 일을 하려면 캘리포니아에 가야 한다는 것을 바로 깨닫고 어떻게 해야 캘리포니아를 가고,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는 학교를 갈지 방법을 찾는 게 중요했어요. 어머니는 제가 가족을 떠나서 캘리포니아에 가는 것을 원치 않았어요. 그래서 자주 싸웠어요. 그리고 그렇게 많이 싸우면서 제가 얼마나 이 일을 갈망하는지를 깨달았죠. 그래서 기회들이 보이기 시작하자 그 기회들을 좇기 시작했어요.

모니카 강: 다른 사람들이 놓칠 만한 기회를 잡은 예를 들어주실 수 있나요?

피터 손: 지금 내가 애니메이션과 관련해서 할 수 있는 건 뭐가 있을지 찾을 수 있는 수업은 다 찾아봤어요. 그 당시 수업이 많지 않았어요. 여기서 벗어나서 어떻게 더 성장하지? 그러다 애니메이션 전문인 캘리포니아 예술학교(CalArts)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애니메이션을 하려면 이 학교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죠. 어떤 면에서는 어머니가 반대했기 때문에 더 열정적으로 제 길을 스스로 찾아가려는 욕심이 있었어요. 아버지와도 그랬던 거 같아요. 저희가 이민 1세대라서 부모님은 자녀들이 미래가 보장되는 삶을 살기를 바랐죠. 그렇지만 언젠가 애니메이터라는 길이 연봉이 높고 커리어 성장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 아버지의 의견은 하루아침에 바뀌었죠. 저 보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포트폴리오 필요하네, 어떤 것이 중요하네’ 응원하면서 말이죠. 형과 저는 아버지의 이런 변화에 놀랐어요. 많은 것을 배우면서 제가 더 빨리 애니메이션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게 도움을 많이 주셨어요.

무에서 시작한 아버지의 창업


▎피터 손 감독의 어린 시절과 부모님, 손 감독의 아버지는 미국에서 슈퍼를 운영했다. / 사진:PETER SOHN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 아버지와 제가 닮았다는 점을 많이 느껴요. 아버지는 항상 열심히 일했어요. 아버지가 볼품없던 가게를 인수해서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었듯이 저도 사실 빈 종이에 그림을 그리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쓰잖아요. 아버지는 예술인은 아니었지만 이런 식으로 창업하시는 모습이 아티스트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자란 아버지라서 무(無)에서 무언가를 만들 때 얼마나 많은 끈기와 참을성이 필요한지 깊이 이해했죠. 하하, 아버지가 만약 지금 살아서 저를 본다면 아마 “피터 손 어릴 때? ‘너무 게을렀어, 밥 먹고 가게 다시 가서 일은 대충 끝내고 다시 그림 그리고 있어”라고 여러분에게 이야기할 거예요!

아버지에게 배운 것이 정말 많아요. 한국인의 직업 윤리, 이민자의 직업 윤리와 생존 방식이 무엇인지. 부모님은 자주 한국말로 이야기했지만 가게에서는 영어로만 대화를 했어요. 어머니는 계산대에서 말수가 없으셨고 아버지는 서투른 영어와 보디랭귀지로 고객들을 최대한 이해하려고 했어요. 어릴 때 부모님이 고객들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랑스러웠어요. 영어를 못하는 고객이 와도, 물건을 훔치는 일이 있어도 어려운 상황들을 이겨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어떻게 사람들을 이해해야 할지 생각을 많이 했어요.

모니카 강: 어머니와의 추억과 배운 지혜에 대해 더 이야기해주세요.

피터 손: 어머니는 영화를 참 좋아했어요. 친한 친구들과 자주 이야기를 하셨는데, 저는 한국말을 잘 못해서 무어라 하는지는 몰랐지만 왠지 더 편하게 이야기했던 것이 생각나요. 특히 어머니와 한국에 같이 갔었는데 언어장벽 없이 편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니 다른 사람을 보는 듯했어요. 어머니는 한국에서 어렸을 때 어떻게 자랐는지 우리에게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환하게 웃고 편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니 성격도 전혀 다른 사람 같았어요. 어머니는 재미있는 이야기꾼이었어요. 꼭 제 형 필립을 보는 거 같았어요. 필립의 성향이 엄마에게서 왔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죠.

그때 이후로 미국에 왔을 때 우리가 보는 어머니의 모습은 사실 갇힌 모습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교회나 친구들과 있을 때가 아니면 정말 100% 편한 모습으로 있는 게 아니었구나. 요즘 이런 생각이 더 드는 이유는 저는 지금 제가 하는 일이 너무 즐겁고 행복한데 제 부모님은 일을 즐거워서 했던 것은 아니었구나 싶어서예요. 어릴 때는 부모님이 우리에게 주는 이 기회가 얼마나 큰지 몰랐어요. 그래서 지금은 더욱더 그 행복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성장하고 즐겁게 일할 기회를 적극적으로 찾아가요.

모니카 강: 부모님을 생각하는 마음이 깊이 느껴집니다. 그 시간들이 지금의 피터 손이 되는 데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돌아보는 시간이었네요. 이제 애니메이션이라는 분야를 더 이해해보고 싶습니다. [엘리멘탈]도 7년이라는 과정이 걸렸다 하는데 보통 애니메이션 작품을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인가요?

피터 손: 오래 걸리기는 하죠. 그렇지만 특별히 더 길었던 것도 아닙니다. 프레임 하나하나를 작업해야 해서 그래요. 더 오래 걸린 작품도 많아요. [코코]나 [브레이브]는 7~8년 걸렸죠. 이번 작품은 말은 7년이지만 사실 제작 기간 자체는 3~5년 정도 걸렸어요. 조금 더 오래 걸렸던 이유는 추가 연구와 기술적인 측면에서 시간이 조금 더 필요했어요. 그리고 첫 2년은 혼자 작업하면서 다른 프로젝트에 관여하면서 만드느라 준비하는 데 시간이 더 걸렸어요.

모니카 강: 그렇군요. 애니메이션이라는 커리어에 관해 더 이야기해주세요. 어떤 스킬이 중요한가요? 애니메이터 커리어를 갖고 싶다면 무엇을 잘할 줄 알아야 하나요?

피터 손: 저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된 스킬은 자기 인식의 중요성인 거 같아요. 진정한 자기 인식은 불가능할 것 같지만 최대한 노력은 할 수 있죠. 자신의 소통 방식이 무엇인지, 자신의 결점은 무엇인지, 강점은 무엇인지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데 오랜 세월을 보냈어요. 자신의 장점이 무엇인지 아는 데 자존심이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자존심을 갖고 하는 스킬이 아닙니다. 자신이 정말 어디가 부족한지, 사고방식의 아킬레스건이 무엇인지 충분히 파악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일은 아주 어렵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자신을 더 잘 알수록 자신의 복잡한 생각과 마음-기술적이든 감정적이든-을 더 잘 표현할 수 있어요. 특히 애니메이터로서 아이디어를 이끄는 사람은 이걸 잘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이렇게 자각하는 시간, 주변을 관찰하는 스킬들을 통해서 훌륭한 애니메이터가 탄생할 수 있습니다. ‘오, 이 사람은 이런 식으로 등을 긁어요’, ‘저 사람은 생각할 때 눈을 감아요’ 등 작은 디테일인 것 같지만 이런 인간적인 디테일과 패턴을 생각하면서 그리는 작품에서 훌륭한 이야깃거리들이 나와요. 이처럼 생활 속에서 사소한 특이점을 목록화하고 관찰하는 습관이 너무 중요해요.

모니카 강: 애니메이터로서 리더십의 중요성에 관해서 이야기해요. 학창 시절에 브래드 버드와 함께 일하면서 많은 스킬을 배웠다고 들었어요. 그분을 찾아가서 점심 약속을 한 이야기도 참 멋졌고요.

피터 손: 맞아요. 그때 그의 리더십 스타일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농구 감독처럼 주변 사람들을 잘 이끌어서 예산이 적은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이가 즐겁고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게 했어요. 많은 팀원이 저처럼 젊고 어리고 경험이 부족했는데 그런 우리에게 강한 영감을 주고 사람들을 결집하면서 많은 에너지를 나눴어요. 그분과의 인연은 참 운이 좋았죠. 우리는 직장을 찾기 위해서 그에게 연락한 게 아니고 단지 그 사람 작품이 너무 좋아서 팬으로 열광하면서 전화해 인연을 맺었죠. 그래서 젊은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이렇게 적극적으로 찾아가라는 조언을 해주고 싶어요. 지금 돌이켜보면 어떻게 그렇게 했나 모르겠어요. 사실 저도 그때의 순진함과 용기가 그리워요. 이런 순수한 열정이 모든 프로젝트에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모니카 강: 이야기하다 보니 끈기와 도전에 관한 중요성을 자주 언급하시는데, 그것들이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나요? 혹시 특별한 계기라도 있으셨나요?

피터 손: 글쎄 이게 맞는 답이 될지 모르겠는데 사실 저는 어느 정도는 생존을 위해서 그랬던 거 같아요. 굶주림이 있었던 거죠.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다른 선택은 아버지의 가게를 물려받는 건데 그거는 싫었고, 학교에서 공부는 잘하지 못해 옵션이 별로 없었어요. 그림을 그리다 보면 ‘아, 내가 가진 건 이것밖에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백업 계획이 없었어요. 이게 실패하면 다시 가게로 돌아가야 해서 더 잘하기 위해 최대한 열심히 싸워야겠다는 욕구가 생겼죠. 문을 열려고 한 것도 아니었어요. 최선을 다해 실력을 키우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어요. 가끔 크리에이티브 분야에 진출하고 싶어 하는 자녀를 둔 친구들이 있지만 그들도 다른 선택지가 있습니다. 공대나 이런 쪽을 전공한 친구들은 크리에이티브 분야에 진학해야 하냐고 묻곤 하죠. 그리고 그것은 그들에게 질문이 될 것입니다. 온도계가 필요합니다. 그들이 얼마나 열정적인지 측정해야 합니다. 다른 어떤 직업 못지않게 힘든 일이기 때문에 얼마나 불같은 열정을 가지고 있는지 측정해야 합니다. 쉽지 않죠. 그래서 저는 이 일에 대한 애정뿐만 아니라 이 길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과제는 돌봐야 할 생명체”


▎지난 1월 30일 샌프란시스코 픽사스튜디오에서 있었던 피터 손 감독 인터뷰에서 모니카 강 대표가 그의 인생과 리더십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 사진:모니카강
모니카 강: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하게 아는 게 정말 중요하군요. 그럼 손 감독님의 리더십 스타일은 어떤가요?

피터 손: 저는 프로젝트 문제 해결의 노예이기 때문에 아이디어의 출처가 어디든 상관없습니다. 프로젝트를 더 좋게 만들 수 있는 아이디어라면 언제든지 말씀해주세요. 그래서 많은 부분을 경청하고 모든 사람의 의견을 들으려고 해요. 이는 결정을 내리고 그 길을 가는 이유를 명확히 하는 것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그리고 농담도 많이 하죠. 저는 매우 유쾌한 환경에서 일을 더 잘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래서 팀과 함께 일할 때 사람들이 편안하게 아이디어를 던지고, 그것이 좋든 나쁘든 재미있게 즐기고, 그것이 과정의 일부가 될 수 있도록 유쾌한 에너지를 조성하려고 노력합니다.

또 제가 실패한 부분과 약점을 명확히 파악하고 도움을 요청합니다. 저는 영화와 프로젝트 또는 주어진 과제를 마치 돌봐야 하는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가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 다른 의사들을 불러서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하는 데 도움을 받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지만 그룹과 함께 일하는 것의 일부는 아이디어와 그 모든 것을 생각해내는 것입니다. 거기에서 유쾌한 에너지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이 이상한 분위기를 찾는 것입니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제가 경험한 음악적 에너지는 마치 음악 리듬이 아름다운 멜로디와 연결될 때 팀 전체가 갑자기 느끼는 전기적인 에너지입니다. 때로는 무의식적으로, 때로는 의식적으로 추구하지만, 적어도 저는 그 느낌에서 최고가 나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끊임없이 추구하는 편입니다.

모니카 강: 이 아름다운 멜로디가 가득한 조화, 사실 우리 모두 원하지만 이루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 결과를 어떻게 찾아가죠? 특히 창의적인 일을 할 때는 여러 아이디어를 공유해야 하고 간혹 언쟁과 다른 의견들을 나누게 될 텐데 그런 갈등은 어떻게 이겨내죠?

피터 손: 맞아요. 추격하는 것은 쉽지 않아요. 추격이라는 단어가 이야기하듯 그 순간들을 잡기가 어려워요.

모니카 강: 맞아요 어떻게 그 멜로디를 찾나요?

피터 손: 항상 그 목표를 향해 가야 해요. 예를 들어 제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느낀 팀의 에너지 변화예요. 제작 초기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저도 모르게 저를 흔들었죠. 근데 문제는 그게 스토리와 창작 과정에 반향을 일으키고 있었던 거예요. 그래서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에너지가 균형을 잃었어요. 점점 공유하는 아이디어가 왠지 모르게 흐려지고 방의 에너지가 이상했지만 저는 많은 에너지를 투사하고 있었고 어떤 방향에 관한 고집이 많았어요.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신게 매우 화가 나서 그 감정이 영화 속에 묻어난 거죠. 어느 날 피칭하는 아이디어들이 정말 싸늘하게 달라진 것을 보고 총괄 프로듀서 친구들이 저를 잡고 물어봤어요, “이게 정말 피터 손이 만들고 싶은 영화인가?”, “슬픈 마음은 이해하지만 영화 방향이 너무 슬퍼지고 있다”고. 전혀 공감되는 이야기가 아니었고 저는 하루빨리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죠. 그래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어요. 이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첫 번째 이유는 제 부모님, 이민자와 그 1세대 자녀들이 겪는 이야기를 담고 싶었기에 비슷한 경험 있는 사람들을 인터뷰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고 영화는 다시 새로운 멜로디를 찾았죠. 유머는 다시 돌아오고 피칭 받은 동료들은 영화를 좋아했어요.. 이렇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자각하는 능력이 필요해요. 생각했던 대로 안 될 때가 있으니깐. 이 과정에서 정말 팀원들을 믿고 팀원들을 더 알아가면서 일을 하는 게 왜 중요한지도 돌아보게 되었어요.

모니카 강: 리더로서 더 발전하고 싶은 부분이 있나요?

피터 손: 항상 발전하는 모습은 중요한 거 같아요. 픽사에서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솔루션을 창출하는데, 가끔 부각된 문제점만 지적하고 해결책을 제안하지 않는 제 자신도 봐요. 쉽지 않아요. 그냥 좋은 아이디어를 이야기하면 되지 않나 싶지만 사실 좋은 해결책을 위해서는 상황 판단이 중요하고 스스로 그게 가능한지 잘 생각해봐야 해요. 자주 직감에 의존했었는데 사실 직감은 다 해결해줄 수 없어요. 또 리더십 유형 테스트에서 저는 피플 플래저(People pleasure)임을 알게 되었어요. 어디서 시작된 건지 모르겠는데 다른 사람들이 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걱정하곤 해요. 이 걱정을 너무 많이 하면 정작 리더로서 집중해야 할 큰 전략을 그리는 일을 도모하지 못하게 돼요. 그래서 항상 돌아보고 큰 그림을 이해하려고 해요.

모니카 강: 솔직하게 돌아봐주셔서 감사해요. 손 감독님은 어떻게 쉬세요? 창의적인 일은 생각하는 데 시간이 많이 소비돼서 번아웃이 자주 일어날 수도 있는데.

피터 손: 사실 자신을 더 잘 돌봐야 해요. 제 아내는 제가 감독 역할과 부모 역할을 동시에 하는 것을 어려워한다고 지적할 거예요. 마음속으로는 두 역할을 동시에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죠. 이 일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일이 많지만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데 지장이 되기는 해요. 동료들에게 일을 많이 분산하려고 하지만 집에 돌아와서도 생각을 많이 하기 때문에 솔직히 가족과 시간을 제대로 많이 보내지 못해 아쉬워요. 그리고 감독 일은 에너지와 준비가 많이 필요한데 그 준비 시간이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어요.

그래도 부모로서 어떻게 해야 더 현실에 집중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게 돼요. 딸이 얼마 전에 학교 숙제를 도와달라고 했어요. 저는 순간 이 숙제를 잘해내지 못하면 원하는 직장을 못 갖게 될 거고, 그러면 어떻게 할 거야 하는 걱정을 하게 되더라고요. 딸은 숙제를 잠깐 봐달라고 했을 뿐인데, 제가 너무 앞서서 미래를 걱정한 거죠. 그렇지만 이런 미래 걱정은 전력을 짜고 일하는 데 도움이 되어서 자꾸 하다 보니 다른 걱정도 괜히 더 하게 되는 거 같아요. 이젠 너무 그러지 않으려고 신경 쓰려고 해요. 다른 감독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어서 이런 어려운 점을 어떻게 해결할까 이야기를 많이 나눠요.

모니카 강: 손 감독님, 따뜻한 대화와 열정적 삶을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모니카 H. 강 이노베이터박스 대표는… 글로벌 500대 기업, 고등교육기관, 정부 및 비영리 단체를 대상으로 실행 가능하고 공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기업문화 변화, 리더십 개발, 팀빌딩을 지원하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구글, NBC유니버설, 삼성전자, 펩시코, 트위터, 존스홉킨스대학교, 미국 정부 등 다양한 업계의 고객사와 일했다. 백악관, 아쇼카 체인지메이커(Ashoka Changemakers), 전국여성기업위원회(WBENC) 등으로부터 인정(Recognition)을 받은 창의 교육 전문가다.

202404호 (2024.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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