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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 

 

스타트업에는 좋은 인재를 구하는 것만큼 절실한 일도 없다. 언어의 한계부터 넘어보는 건 어떨까. 글로벌 인재들이 몰려들 수 있다.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

1996년에 발표된 노래인데, 2020년 TV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등장해 다시 큰 사랑을 받았다. 나의 플레이 리스트에도 여전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스타트업 대표들과 함께한 저녁 자리에서 이 노래 제목을 너도 나도 외친 때가 있었다. 사업 분야가 서로 달랐음에도 공통된 고민, 즉 필요한 인재를 뽑지 못하는 상황을 모두가 겪고 있다는 뜻이었다. 인재 채용은 모든 스타트업에 난제 중 하나다. 누구나 아는 대기업이 아닌 이상 중견·중소기업들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은 듯하다.

국내 기업들은 한국어를 주 언어로 사용하기에 인재 풀(Pool)이 너무 작다고 본다. 2022년 기준, 전 세계에서 한국어를 사용할 수 있는 인구는 약 8000만 명이다. 영어 사용 가능 인구인 15억 명과 비교하면 차이가 매우 크다. 더욱이 미국 실리콘밸리에는 영어를 사용하는 국가 출신이 아니더라도 영어 사용에 능통하고, 열정도 높은 엔지니어가 너무나 많다.

이러한 상황이기에 영어를 사내 주 언어로 사용하는 글로벌 경쟁 기업들의 인재 풀은 국내 기업 대비 최소 16배 이상이다. 소위 좋은 사람을 뽑을 수 있는 확률이 너무나 높고, 이는 기업 경쟁력 우위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국내 스타트업들도 창업 때부터 영어를 주 언어로 사용하는 룰 혹은 문화를 만들면 어떨까. 인재 채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경영전략이라 생각한다.

우리 회사는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이 외국인 출신이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영어를 사내 주 언어로 사용하게 됐다. 그 덕분에 현재 12개국에서 온 우수한 직원들이 서울에 모여 함께 일한다. 엔지니어 중 외국인 비중은 40%를 넘는다.

모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와 만났을 때가 떠오른다. “경영진과 엔지니어 모두가 영어를 사용하는 한국 기업을 거의 본 적이 없다”는 평가를 받아 빠르게 사업을 수주할 수 있었다. 덕분에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 경쟁력도 갖추게 됐다.

당시, 불현듯 든 생각이 있었다. 국내 유수의 기업들이 단순한 언어장벽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 놓친 기회가 얼마나 많았을까. 영어로 소통하는 문제가 오래전 해결되었다면 삼성, 현대 등을 잇는 글로벌 기업이 훨씬 많아졌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물론 국내 환경에서 영어를 사내 주 언어로 사용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창업 때는 더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왕 할 거라면 제대로 하고, 그렇지 않다면 집에나 가라(Go big or go home)”라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차별화된 사업 아이템만으로는 결코 성공 반열에 오를 수 없다. 어렵지만 더 큰 우물에서 물을 퍼야 투자수익률(Return On Investment: ROI)을 극대화할 수 있다. 결국엔 인재 싸움이다.

- 이한빈 서울로보틱스 대표

202404호 (2024.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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