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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대한민국 AI 50] 윤병동 원프레딕트 대표 

산업 AI 퍼스트 무버 

여경미 기자
원프레딕트가 경쟁력을 가진 인공지능 기술은 설비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산업 환경의 분석, 공정관리, 설비보전 등에 활용하는 ‘산업 AI’다. 윤병동 대표는 “원프레딕트가 산업 AI 기반 예지보전의 퍼스트 무버”라고 말했다.

▎윤병동 대표는 “원프레딕트가 개발한 산업 AI는 데이터분석과 모니터링, 신속한 설비 문제 진단 등으로 다운타임을 줄이고 고객이 시장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공장, 발전, 석유화학, 제조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산업 AI(IAI, Industrial Artificial Intelligence)를 활용해 설비고장으로 인한 생산 손실을 최소화하고 가동률을 높이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산업 AI를 이용하면 제조공정에서 세밀한 데이터분석과 모니터링, 신속한 설비 문제 진단이 가능해져, 유지보수 작업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예기치 못한 생산 중단으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줄이는 등 품질경영을 실현합니다.”

원프레딕트가 개발한 ‘가디원 pdx’는 도메인 지식과 머신러닝을 활용해 고품질 데이터를 수집하고 공정과 설비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산업 AI 플랫폼이다. 윤병동 원프레딕트 대표는 “가디원 pdx를 이용해 다운타임(Downtime, 시스템을 이용할 수 없는 시간)을 줄이고 예상치 못한 손실을 방지함으로써 고객이 시장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도록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전통적인 결함 진단 과정의 문제점

공장과 발전소 등 산업시설에서 일어나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설비 이상이다. 이 경우 여러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 첫째, 사전 관리의 어려움이다. 모터, 터빈 등 설비에 이상이 생기면 최악의 경우 전체 생산공정이 멈출 수 있다. 하지만 대다수 산업현장에서는 설비의 예지보전에 집중하기보다 문제가 발생한 후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는지’ 사후 대처하는 식이다. 둘째, 산업현장에서 설비 점검을 수작업에 의존해야 했다. 설비에 미세한 떨림이 생기면, 진동 계측 전문가가 공장에 가서 진동이 언제 얼마나 있었는지를 계측해 고장 여부 등을 판단하다 보니 진단하는 데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 또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진동 계측 전문가의 숙련도 등에 따라서 같은 문제라도 다른 원인을 진단할 수 있다. 셋째, 수작업을 보완하기 위한 매뉴얼에 얽매이면 정작 효율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넷째, 검진의 시간적 제약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전통적인 결함 진단은 일정 주기로 검진해 불량을 파악했는데, AI를 활용하면 실시간으로 산업용 설비의 현재 상태를 진단하고 미래 고장을 예측할 수 있다. 차츰 현장에 사람이 꼭 가지 않더라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동화를 말할 수 있게 됐다.

“디지털전환으로 산업시설의 설비 이상을 사전에 관리할 수 있다면 생산성을 높이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산업이나 제조업, 더 나아가 국가 산업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합니다. 고장이나 오작동 등 설비 이상은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안전과 직결되기도 합니다.”

2010년부터 서울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로 근무 중인 윤 대표는 산업 설비의 신뢰성을 예측하는 연구 과정에서 수많은 기업의 설비 점검이 아날로그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을 발견했다. 윤 대표는 “2011~2012년경부터 전문가들의 경험적인 지식을 토대로 한 패턴 등을 구조화하고 디지털화해 데이터를 확보했다. 산업 설비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산업 환경 분석, 공정 관리, 설비 예지보전 등의 목적으로 산업시설에 AI 기술을 도입했다”며 “산업용 장비의 수명을 파악하고 오류 발생 이전에 미리 보수해 전체 시스템을 원활하게 운용하는 예지보전의 퍼스트 무버라 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핵심 산업시설 예지보전을 위한 기술


이렇게 산업 AI가 많이 활용되지 않는 상황에서 양질의 데이터는 어떻게 확보할까. 움직이는 설비엔 모두 모터가 장착된다. 터보는 대형 회전체를 움직이고 모터와 터보에 들어간 전기는 공장 주변에 설치된 변압기에서 공급된다. 이렇듯 생산라인을 움직이는 모터와 터보, 변압기는 산업시설의 핵심 설비이다. 설비의 진동, 속도, 소리, 온도, 전류, 물리신호 등 정형·이미지, 레포트 등 비정형 데이터를 모아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한다. 설비, 고장 모드, 신호처리 등 도메인 정보에 소프트웨어의 작동 원리인 알고리즘에 해당하는 ‘테크셀(Techcell)’이 원프레딕트가 자체 개발 AI 솔루션인 ‘원솔루션’을 구동한다. 원솔루션은 모터, 터보, 변압기, 회전기기 등 산업 설비의 상태와 고장을 진단·예측·원인 분석·권장 조치 등을 하는 PdM(Predict Maintenance) 디지털트윈(Digital Twin) 솔루션을 제공한다.

원프레딕트가 자체 개발한 핵심 기술은 ‘테크셀’이다. 테크셀의 경쟁력은 응용기술 형태인 데이터 비태(Data Vitae)와 데이터 드루(Data Thru), 데이터&AI 모델 관리인 사이클론(Cyclone) 등에 있다. 윤 대표는 “테크셀과 원솔루션 관련 30여 개 특허를 출원했다”고 설명했다.

가디원은 원프레딕트가 자체 개발한 산업 AI를 적용한 것으로, 산업 설비 데이터를 분석해 설비의 건전성을 진단하고 관리하는 제품군이다. ▶가디원 모터(모터 종합 진단 관리 솔루션) ▶가디원 서브스테이션(변압기 예지보전 유지관리 솔루션) ▶가디원 터보(진동·운전인자 기반 터빈 종합 진단 관리 솔루션) ▶가디원 pdx(지능형 통합 설비 관리 시스템)로 구성돼 있다. 가디원의 모터와 변압기 부문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해 인터넷 구독형 서비스로 제공하지만 터보는 국가기밀시설에 포함돼 기업에서 설치하는 방식인 설치형이다. 가디원 pdx는 구독형과 설치형이다.

윤 대표는 “변압기 고장 예측진단 솔루션인 ‘가디원 서브스테이션’은 14만 건에 이르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98% 진단 정확도와 87% 예측 정확도를 제공해 설비고장으로 인한 생산 손실을 최소화하고 가동률을 높이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가디원 터보는 실시간으로 대형 회전 설비 대상 13종 고장 모드를 진단하고 3D 설비 렌더링 기반의 디지털트윈으로 구성됐다. 또 국내 최고 진동 전문원의 설비 지식을 진단 알고리즘으로 내재화했다. 가디원 pdx는 확장성 있는 구조로, 사용자 시스템을 통합할 수 있는 형태다. 윤 대표는 “가디원 pdx는 설비 진단을 넘어 진동·전류·운전 데이터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자동화 공정 토털 모니터링·관제·제어 시스템이다”라며 “각자 다른 솔루션이었던 모터와 터보, 변압기 부문까지 pdx 부문에 합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원프레딕트는 지난 2월에 국내 최초로 GS칼텍스 여수공장 주요 설비에 가디원 터보를 구축했다. 지금까지 공공·민간 부문의 발전소에만 공급했으나, 정유나 석유화학 시장으로 확대하며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생산 인구 감소 시대에 국가 경쟁력이 될 산업 AI

현재 산업 AI는 얼마나 도입됐을까. 윤 대표는 “대기업 외에는 디지털전환과 산업 설비 진단용 AI의 중요성에 크게 공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대기업 위주로 디지털전환이나 산업 AI 관련 부서가 생겨나지만, 이와 반대로 중견기업, 중소기업으로 갈수록 산업 AI의 중요성에 대해 크게 공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기업 간·부서 간 데이터 사일로(Data Silo)가 산업 AI의 발전을 방해하는 원인입니다.”

기밀 등의 이유로 데이터를 공유하지 않는 경우도 있겠지만, 기업 간 데이터 공유는커녕 기업 내부에서도 데이터를 공유하지 않는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 때문에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기가 어려워 산업 AI의 발전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부서 간 데이터를 공유하는 사례는 극히 일부 회사에 불과하다. 윤 대표도 이 점에 집중하고 있다.

“가디원 pdx 솔루션은 흩어진 설비 데이터를 한데 모아 설비 상태를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이상 징후를 조사해 탐지하는 데이터 통합 모니터링 역할을 할 것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생산성 저하의 원인을 식별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출산율 감소로 생산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산업 AI는 국가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설비 예지보전은 설비관리의 무인화를 추구하는 것일까. 윤 대표는 “아직 공장이나 설비관리 분야에서 무인화를 논할 시점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는 “짧게는 10년, 길게는 30년 후 무인화의 가능성은 있지만, PdM 디지털트윈과 같은 기술이 다양하게 개발돼야 단계적으로 설비관리에서 무인화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머스트 해브가 되길 기대

윤 대표는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선정한 세계 690만 학자 중 월드 톱(World Top) 2% 과학자, 2019 PHM 소사이어티 펠로(Society Fellow)에서 선정한 글로벌 인재다. 원프레딕트는 2019년 10대 기계 기술, 2020년 미래 유니콘으로 선정됐고 국내 톱 벤처캐피털로부터 동종 업계 최대 투자를 유치하는 영예도 안았다.

앞으로 윤 대표의 목표는 무엇일까. 원프레딕트는 역량 강화를 위한 솔루션에 집중하고자 한다. 최근에는 산업 설비 외에도 자동차, 식품, 제약 등 여러 산업분야에 걸쳐 4~5개 기업과 pdx 통합 제품 도입을 위해 접촉하며 범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IPO 준비와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글로벌 전략 마련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IPO는 1~2년 뒤를 염두에 두고 있다. 2022년에 미국 휴스턴에 설립한 현지 법인을 통해 조만간 미국 정유·석유화학 기업들과 계약을 앞두고 있다. 윤 대표는 마지막으로 “산업분야에 산업 AI가 꼭 필요한 기술이라고 인식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중요한 기술이라고 생각하면 앞다퉈 도입할 텐데, 산업 AI는 아직까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란 분위기가 팽배합니다. 산업 AI 도입을 머스트 해브(필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산업 AI가 굿투해브(이상적인 목표)가 아니라 머스트 해브가 될 날을 고대합니다.”

※ 윤병동 대표는 - 원프레딕트 대표 서울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 현대자동차, 신뢰성 기술자문위원

- 여경미 기자 yeo.kyeongmi@joongang.co.kr _ 사진 최기웅 기자

202408호 (2024.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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