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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대한민국 AI 50] 박외진 아크릴 대표 

AI 활용한 의료진단 

여경미 기자
2013년에 개봉한 영화 〈허(Her)〉는 남자주인공이 인공지능 운영체제인 사만다를 사랑하게 된다는 설정으로 주목받았다. 당시에는 ‘이런 일이 가능하겠어?’라고 반신반의했지만, 곧 현실이 될 전망이다. 박외진 아크릴 대표는 “사람의 감정에 대한 공감과 위로를 넘어 머지않아 우울증을 진단하는 의료기기가 출시돼 AI를 활용한 의료진단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아크릴은 음성과 텍스트, 표정을 판별하고 의료, 공감, 자연어 이해, 시각, 대화 생성, 추천 지능 등 감성 컴퓨팅에 주력하다가, AI 의료정보시스템인 나디아를 개발해 AI 의료 솔루션까지 제공한다.
2011년 카이스트 전산학과 학사·석사·박사 출신 박외진 대표가 설립한 AI 전문기업 아크릴은 지난 4월 포브스코리아가 선정한 ‘2024 대한민국 AI 50’ 중 감성 인식 분야 선구자다. 텍스트, 음성과 표정, 제스처 등에서 인간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인식하는 ‘감성 컴퓨팅(Affective Computing)’이 주력 분야다. 아크릴은 2013년 감성인식엔진을 개발해 AI 원천기술을 확보한 데 이어 데이터 수집·가공, AI 개발과 학습, 운영까지 하나의 플랫폼에서 처리할 수 있는 머신러닝 모델 운영(MLOps, Machine Learning Operations)과 거대언어모델 운영(LLMOps, Large Language Model Operations) 플랫폼인 조나단(Jonathan)을 구축했다. 이와 함께 LLMOps 플랫폼 아름(A-LLM), AI 의료정보시스템인 나디아(NADIA) 솔루션 출시라는 AI 순환구조를 만들었다. 박 대표는 “나디아는 AI 병원 정보시스템으로, 의료데이터 입력부터 AI 개발까지 전 주기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나디아는 의료정보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학습해, 원격으로 AI 의료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SaMD(Software as a Medical Device,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의료 AI 진단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최근 아크릴에는 겹경사가 있었다. 아크릴 개발 연구진의 논문이 시스템 소프트웨어와 네트워크 연구 분야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학술대회인 ‘2024 유즈닉스 연례회의(USENIX ATC)’에서 소개돼 아크릴의 기술 우수성을 입증했고 이를 바탕으로 해외 활로를 개척했다. 또 아크릴은 기술특례 방식으로 IPO를 준비 중이다. 얼마 전 주관사를 선정해 92억원을 투자받았다. 이로써 아크릴은 누적투자액 150억원을 달성했다.

감성 컴퓨팅에서 나아가 의료 AI에 집중한 이유는.

AI의 도입 필요성에 집중했다. ‘AI가 꼭 필요하다면 사람을 대체할 수 있는가’, ‘AI로 지속적인 운영이 가능한가?’ 등 AI 도입을 위한 정당성과 목적성을 면밀히 검토했을 때, 사람을 대체할 수 있는 분야는 의료라 생각했다. 우리나라에서 연간 아동학대 건수가 5만 건이라고 가정한다면, 우리나라 소아정신과 전문의는 이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 아동학대를 당한 아이들을 모두 상담하거나 치료할 수 없다. 과거 AI 전문가들이 우스갯소리로 ‘AI가 할 수 없는 것’으로 임기응변, 창작, 위로 등 세 가지를 꼽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챗GPT 등에서 AI의 임기응변을 확인했고, 창작의 정의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미지 생성형 AI 미드저니 등 창작하는 AI도 등장했다. 위로도 가능할까. 위로하려면 대상자에 대한 정보와 현 상황, 감정 상태를 종합적으로 알아야 한다. 조나단 내 인텔리전스(Intelligence) 기술은 텍스트와 음성, 영상, 멀티모달 공감 등을 사람의 감성으로 인식하고 분류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맞춤형 감정 분석이 가능하다는 것이 경쟁사와 차별화되는 점이다. 어떤 측면에서 위로는 심리치료라 생각할 수 있는데, 빠르고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면 AI를 통한 진단을 충분히 도입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아닌 AI가 병종을 진단할 수 있는가.

가령 화상을 입은 환자가 있다고 가정하면, AI가 화상 정도를 진단해 전문의가 화상을 잘 치료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사진, X-레이 등 딥러닝을 통해 SaMD로 ‘몇 퍼센트의 확률로 해당 병종’이라는 의료 진단이 가능해졌다. 지난 2018년 화상전문병원인 베스티안병원과 함께 화상 정도를 AI가 판독해 대응하는 AI 딥러닝 기반 챗봇 서비스, 2020년에는 서울대병원과 함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조기진단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삼성병원과 함께 전립선비대증과 우울증을 진단하는 의료기기를 개발했고 곧 식약처 2등급 허가를 받을 예정이다. 염익준 성균관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가 최고기술경영자(Chief Technology Officer, CTO) 등 개발자로, 가톨릭대 의료경영학 박사를 수료한 신현경 COO(Chief Operating Officer)를 비롯한 의료진 두 분과 간호사 다섯 분이 의료 데이터 감수자로 참여하고 있다.

‘기술 민주화’를 주장하는데, 누구나 사용하기 쉬운 AI 개발을 의미하나.

의료 헬스케어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은 국가에서 인정하는 라이선스를 취득한 전문가다. 개인정보보호 등을 이유로 의료 분야는 데이터 수집에도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우리와 같은 기술업체도 데이터에 쉽게 접근할 수 없었다. AI 관련 기술이나 시스템이 전무한 기업이 쉽게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 개발이 절실했다. 앞으론 오픈소스 등으로 기술 접근성이 용이해져 AI와 관련한 큰 지식이 없어도, 스마트한 AI 구현이 가능한 기술 민주화가 지속될 것이라 생각된다.

아크릴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특허기술 덕분인가.

그렇다. 감정, 의료 진단과 관련된 언어 기능, 그래픽 처리장치(Graphic Processing Unit, GPU) 가속화 등 50여 개 특허기술을 보유 중이다. 이 중 GPU 가격이 급등하면서 GPU를 경제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이슈로 부각했다. 사용자가 적은 수의 GPU로도 최대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면 값비싼 GPU 구매 부담을 줄이고, GPU 자원의 효율적인 분배가 가능하다. 기존 GPU 인프라의 활용성을 극대화할 방법을 찾던 중, 최근 아크릴 AAAI 연구팀은 원격 직접 메모리 액세스(Remote Direct Memory Access, 이하 RDMA) 기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네트워크 통신은 데이터를 보내거나 받을 때 CPU가 중간에서 개입해 데이터를 복사하고 전송한다. 이때 CPU가 아닌, RDMA를 사용하면 데이터 전송에 필요한 프로세서 자원을 아낄 수 있고 전송 지연을 줄일 수 있다. 아크릴의 PeRF(Preemptionenabled RDMA Framework)는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설계됐다. ‘2024 유즈닉스 연례회의’에서 ‘PeRF: Preemption-enabled RDMA Framework’란 주제로 논문을 발표했다.

최근 글로벌 진출을 활발히 하고 있다.

아크릴은 2023년 우즈베키스탄 보건부 산하 국영기업 ‘ITMED’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국가표준 의료정보시스템을 개발하고 국가 건강보험 시스템 디지털화를 진행 중이다. 모든 국민의 건강기록을 전자화해 우즈베키스탄의 의료업무 편의성 증진을 도모하고 있다. 이 외에도 우즈베키스탄 제4병원에 AI 의료정보시스템을 공급했고 카라칼팍스탄에서 AI 의료정보시스템, 타슈켄트 보건부에서 건강보험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아크릴은 다양한 국책사업에도 참여 중이다.

AI 산업이 지속성을 확보하려면 빠르게 부가가치를 창출하거나 국익에 어느 정도 이바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크릴이 통일부, 행정안전부 산하 행정연구원, 국가보훈부 등 국책사업에 참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 김구, 안중근, 윤봉길 등 독립운동가가 생애에 남긴 여러 가지 데이터를 바탕으로 외형 복원과 함께 보훈 의식을 고취할 수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업에 참여했다. AI 기술이 발전하려면 큰 자본이 필요하다.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다른 경제적가치로 환원하는 것은 공공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이것이 곧 국가 전체의 경제성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AI 산업의 방향은 어떻게 되리라 예상하나.

최근 AI 기업에 투자가 집중되고 있다. 어떤 산업이든 투자와 수익 간에 원활하게 선순환이 이뤄져야 하는데, AI 산업은 투자와 이익 재분배의 순환이 원활하지 않다. 지금은 AI에 대한 확신과 불신 사이에서 자리를 찾는 과정인 것 같다. 너무 많은 투자로 인한 쏠림 현상이 AI 산업 전체에 위기로 다가올까 두렵다. 결국 몇 개 사례가 산업군을 뒤흔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이런 면에서 AI가 국익 사업에 잘 활용돼야 한다고 본다.

※ 박외진 대표는 - 카이스트 전산학 학사·석사·박사 성균관대 컴퓨터공학과 겸임교수 한국지능웰케어산업협회(KIWI) 회장 2023 신소프트웨어상품대상 과기정통부장관상 일반SW부문 수상 7회 디지털미래혁신대전 NIA원장상

- 여경미 기자 yeo.kyeongmi@joongang.co.kr _ 사진 최기웅 기자

202408호 (2024.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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