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김소울의 삶과 미술심리(54) 

그림이 담긴 점술 카드 

타로 카드는 자신의 현 상태와 고민에 직면하도록 유도한다. 그렇다고 타로 카드가 알려주는 것이 정해진 운명은 아니다. 개인이 삶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도록 도울 뿐이다.

▎자크맹 그랭고노 [타로 카드] 1392
인간에게 과거를 기억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이 생기면서부터 생긴 감정은 불안이었다. 비가 오지 않아 물이 없을까 봐, 사냥에 실패하여 먹거리가 없을까 봐 걱정했다. 왜 갑자기 태풍이 몰아치는지, 왜 막내아들이 갑자기 아픈지 통제되지 않은 상황이 두려웠던 인류는 불확실한 상황을 통제하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누군가 이 세상을 조절하고 있다고 믿고 싶은 마음, 미래를 예측하여 마음의 평온을 찾으려는 시도는 샤머니즘, 점술, 명리학 등으로 발전했다.

과거에는 비과학적 믿음이 진실로 여겨지던 때도 있었다. 대표적인 예로 노스트라다무스는 우리나라의 토정비결과 비슷한 예언 달력을 1550년경에 만들어 발간했고, 이 예언들이 맞아떨어지는 일들이 생기면서 예언가로 알려지게 됐다. 그리고 1555년에 지금까지도 기억되는 노스트라다무스 예언집의 초본이 발간됐다. 과거에는 무언가를 증명할 기술이 없었고, 기술과 과학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도도 낮았다. 그러나 과학과 기술이 발전한 지금도 여전히 점술 등과 같은 예측 방식에 의지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믿음은 교육 수준이나 경제적 수준과 상관없이 행해지기도 한다.

가장 오래된 심리상담사, 혹은 가장 오래된 미술가를 묻는 질문에 미술사와 심리학 모두 샤머니스트라는 대답을 내놓는다. 과거에는 무당을 중심으로 한 신앙체계가 있었고, 신령과도 같은 초자연적 존재와 소통하며 미래를 예측하는 샤머니스트의 영향력은 상당했다. 점술가는 신과 인간의 직접적인 중재자로 믿어졌다.

그러나 현재 점술가를 찾는 사람들은 점술가가 어떤 곳에서 교육을 받았는지, 어떤 퍼포먼스를 하는지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 다만 자신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거나, 자신과 사적으로만 알고 지내는 사람들만 아는 과거의 사건들을 알아맞히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점술가와 고객의 신뢰, 즉 라포가 형성되기 시작한다. 과거를 알아맞히는 것은 미래에 아무런 영향력을 미치지 않지만 이미 형성된 라포는 점술가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만들고, 미래를 이야기하는 점술가의 말은 공감과 신뢰를 얻게 된다. 이는 상담에서 상담자-내담자의 접근과도 매우 유사한 부분이다.

타로 카드의 기원


▎Soulcat 타로 중 [죽음]과 [은둔자] 2022
다양한 점술, 그중에서 타로 카드는 카드점 중에서 가장 대중적이며 그림을 활용한다. 유동인구가 몰리는 곳에는 사주와 타로 카드가 어김없이 등장한다. 대답을 듣고 싶은 질문을 한 후, 펼쳐진 카드 중에서 세 장을 고른다. 그리고 타로 상담가가 읽어주는 카드의 내용을 바탕으로 답을 찾아나가는 방식이다.

4000년이나 된 상당히 오래된 방식인데, 문헌에 따르면 15세기 초 이탈리아 북부에서 등장했다. 당시에는 인쇄술이 발달하지 않아 화가가 직접 그려 상당히 고가에 거래된 귀족의 놀이였으나, 16세기 이후 목판화가 등장하면서 유럽 전반에 보급됐다.

지금까지 보존된 가장 오래된 타로 카드는 1392년 프랑스의 점술가이자 화가인 자크맹 그랭고노가 제작한 타로 카드다. 프랑스의 샤를 6세에게 봉헌한 카드로 알려져 있고, 대부분이 유실되었고 17장만 파리 국립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78장이라는 타로의 원형을 추측해볼 수 있는 것은 1415년에 등장했다. 아직은 타로 카드가 점술의 역할보다는 놀이용 카드로 사용되었던 때이며, 타로가 크게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프랑스의 학자 앙트안 쿠르데 제블랭이 『고대 세계와 현대세계의 비교 분석』이라는 저서에 타로의 기원을 이집트로 언급하고 나서였다. 책이 출판된 지 2년 후, 프랑스의 점술가 알리트(Alliette)가 자신의 이름을 거꾸로 바꾸어 에텔라(Etteilla)라는 가명을 사용하여 에텔라 타로 카드를 만들었다. 자신의 이름처럼 카드의 위아래를 거꾸로 읽는 역방향 카드의 시초가 됐다. 현대의 타로 카드는 모두 역방향 해석을 도입하고 있으며, 역방향 카드는 기본 카드 의미의 강화 혹은 약화, 반대 혹은 뜻밖의 의미를 내포한다.

프랑스의 신비주의자들이 현대 타로 카드의 상징체계와 골격을 모두 완성했고, 영국을 중심으로 활동한 황금새벽회는 지나치게 왜곡된 타로 체계들을 바로잡는 시도를 했다. 현재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타로 카드는 에드워드 웨이트의 타로 카드로, 1909년 초판이 발행되었다. 타로 카드는 메이저 카드 22장과 마이너카드 56장으로 분류되어 모두 점술에 사용되는데, 웨이트는 마이너 카드에 등장하는 인물과 상황을 표현하여 마이너의 의미를 부각한, 타로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로 손꼽힌다.

이미지와 무의식


▎비스콘티 스포르자 [타로 카드] 1415
타로 카드가 무언가를 맞추고 예언하는 수단으로만 접근한다면 이런 비과학적 접근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타로 카드는 각기 다른 상징과 이미지를 담고 있고, 이런 상징을 잘 활용한다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하나의 창구로 활용할 수 있다. 상징은 타로 카드를 선택하고 읽는 사람의 무의식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심리학에서는 상징이 한 개인의 무의식과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도구로 여겨진다. 예를 들어, 카를 융(Carl Jung)은 상징을 통해 개인의 무의식이 의식으로 드러난다고 보았다. 타로 카드의 이미지와 상징은 우리의 무의식을 자극하여 우리가 의식하지 못했던 감정이나 생각을 표면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각 카드에는 독특하고 신비로운 개별적 이미지들이 담겨 있다. 그리고 같은 이미지라도 보는 사람에 따라 이미지를 이해하는 방식이 다르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감정의 덮어 읽기를 투사(projection)라고 한다. 투사는 개인이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다른 사람이나 사물에 투영하는 심리적 과정이다. 타로 카드의 이미지를 바라볼 때 카드에 자신의 감정과 생각이 투영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죽음’ 카드를 보면서 두려움과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할 수 있다. 이러한 투사를 통해 자신도 인식하지 못했던 내면의 문제를 발견할 수도 있다. 타로 전문가는 단순히 매뉴얼에 있는 내용을 읽어주기보다는 고객이 이미지를 보고 느낀 감정과 생각을 이해하고 마음을 더 다루어나가는 역할을 한다. 각 카드의 의미를 해석하면서 우리는 현재의 상황과 고민을 더 명확히 인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은둔자’ 카드는 내면의 탐구와 자기 성찰을 상징한다. 이 카드를 통해 자신의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고민할 수 있다. 일부 숙련된 심리치료사가 타로 카드를 심리상담 현장에 이용하는 것은 점괘를 보는 게 아니라 내담자의 투사를 이용하여 더 의미 있는 대화를 이어나가기 위함이다.

역방향 의미가 주는 힘

역방향 해석은 타로 카드가 정상적으로 놓여 있지 않고 뒤집혀 있을 때, 그 카드의 의미를 다르게 해석하는 방법이다. 삶의 문제나 상황을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보는 관점적 측면에서 의미 있는 해석 방식이다. 타로 카드가 역방향으로 나올 때, 보통 그 카드의 전통적인 의미와는 다른 해석을 한다. 이는 상황의 반대 측면, 숨겨진 의미, 경고를 나타낼 수 있다. 역방향 해석을 하면 하나의 사건이나 상황을 더 복잡하고 다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힘(Strength) 카드는 정방향으로 나왔을 때,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용기와 인내력을 상징한다. 그러나 역방향으로 나왔을 때는 자신의 힘을 적절히 사용하지 못하고 있거나, 두려움과 자기 의심으로 인해 제자리에 머물러 있음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중간관리직을 맡고 있는 30대 중반 여성 A씨가 직장에서 겪는 갈등 때문에 타로숍을 방문했다고 가정해보자. 최근 팀 내에서 갈등이 발생했는데, 팀원 중 한 명이 새로운 프로젝트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A씨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권위를 앞세우며 팀원에게 프로젝트를 강행하도록 지시했다. 그러나 갈등은 더 심화되었고, 팀원들은 A씨의 리더십에 불만을 표시하기 시작했다. 타로 상담 중 힘 카드의 역방향을 뽑을 경우, 카드는 A씨가 자신의 권위를 앞세워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오히려 갈등을 심화했다는 점(힘의 남용), 상황을 부드럽게 풀어가기보다는 강압적인 방법을 선택함으로써 팀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자제력 부족), 자신의 리더십이 약해 보일까 두려워 강한 모습을 보이려고 했지만 역효과를 낳았다는 점(두려움과 직면) 등을 읽어나갈 수 있다.

타로 상담자는 A씨에게 상황을 부드럽게 풀어가는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언급할 수 있다. 권위를 앞세우는 대신 팀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그들의 우려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통해 신뢰를 회복하고, 갈등을 해결할 수 있음을 설명한다. A씨에게 필요한 것은 팀원들과 솔직한 대화를 나누어, 그들의 우려와 불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여 팀원들이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고 느끼게 하는 것, 프로젝트를 강행하는 대신 팀원들과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찾는 것, 자신의 리더십 스타일을 돌아보고 권위적이지 않으면서도 효과적인 리더십 방식을 개발하는 것 등을 노력할 점으로 설명할 수도 있다. 이처럼 역방향 카드는 문제해결에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타로 상담의 지평을 넓혔다고 볼 수 있다.

내면을 보는 창으로서의 타로

타로 카드는 놀이 카드로 시작하여 점술 카드로 발전했지만, 단순한 예언 도구가 아니라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창으로서의 역할도 한다. 타로점은 이미지와 상담자와의 대화 속에서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감정과 생각을 반영하고, 놓치고 있던 부분을 다시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심리치료 도서를 읽는다고 마음이 치유되는 것도 아니고, 심리치료 이론을 모두 외었다고 좋은 심리치료사가 되는 것도 아니다. 심리치료 분야에서도 수련과 전문성에 대한 논쟁이 끊이지 않듯, 타로 상담가들도 자신의 역량을 강화하려면 수련과 교육연수를 지속해야 할 것이다. 상담가들의 역량이 강화된다면, 심리치료보다 문턱이 낮은 타로가 사람들의 마음을 다루는 전문 분야로 자리 잡을 수도 있다.

타로 카드를 통해 자신의 현재 상태와 고민을 인식하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정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타로 카드가 알려주는 것은 잠재력과 가능성이지, 정해진 운명이 아니라는 점이다. 타로는 한 개인이 삶의 주도권을 다시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일 뿐이다.

타로 카드의 정방향과 역방향은 삶의 다양한 시각을 제공하고, 새로운 통찰을 얻도록 해준다. 놓치고 있던 부분이나 문제를 떠올려서 더 깊은 자기 성찰과 성장을 이룰 수 있게 돕기도 한다. 그러나 조금 더 생각해본다면, 카드는 그런 자신의 관점을 상기해주는 역할을 할 뿐, 삶의 태도나 믿음은 이미 개인 안에 존재했던 것들이다.

결국, 필요한 것은 자신의 내면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어떤 문제에 빠졌을 때 그 문제 안에 갇히지 않고 넓고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삶의 태도다. 삶의 선택은 심리상담사도, 점술가도 해줄 수 없으며, 모든 인생의 선택은 자신의 결정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선택을 위한 근거는 모두 자신 안에 이미 존재하고 있다.

※ 김소울 -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학교에서 미술치료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국민대학교 디자인대학원 미술치료전공 겸임교수이자 플로리다마음연구소 대표다. 『치유미술관』 외 19권의 저역서가 있다.

202408호 (2024.07.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