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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석 포이닉스 대표 

디자이너의 감성 깃든 SPA 브랜드 

정소나 기자
세계 무대를 장악하던 카리스마를 내려놓고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천만 영화’의 감독이 되기로 결심한 최범석 대표. 디자인과 퀄리티가 보장된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대로 전개하면서 고객 신뢰를 탄탄하게 구축하며 제너럴아이디어의 고속 성장을 이끌고 있다.

▎최범석 포이닉스 대표가 전개하는 모던 캐주얼 브랜드 제너럴아이디어는 올 시즌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고, 오프라인 매장을 선보이며 또 다른 시작점에 섰다.
동대문 출신 디자이너 최초로 2003년 서울컬렉션 무대에 선 최범석 대표. 당시 출신이나 인맥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패션업계에 신선한 파장을 일으키며 스타 디자이너라는 명성을 얻었다. 2009년에는 뉴욕컬렉션에 입성해 한국 브랜드 중 유일하게 세계 4대 컬렉션에서 17번 연속 컬렉션을 진행한 브랜드라는 기록을 세우며 해외시장에 ‘제너럴아이디어(GENERAL IDEA)’를 알렸다.

2019년, 제너럴아이디어는 글로벌 세일즈에 중점을 뒀던 디자이너 중심의 남성복 브랜드에서 온라인 시장을 타깃으로 한 중저가 유니섹스 캐주얼 브랜드로 ‘피벗’을 선언했다. 이후 기업가의 삶에 집중해온 최 대표는 제너럴아이디어를 온라인 시장에서 고속 성장한 브랜드 중 하나로 키웠다. 매출은 첫해 30억, 2020년 60억, 2021년 100억, 2022년 174억, 2023년에는 310억원을 기록하며 매년 급성장했다. 올 시즌에는 본격적인 글로벌 진출을 발판 삼아 국내 매출 500억원, 해외 매출 100억원이라는 목표를 향해 전진하고 있다.

이 같은 성장의 배경에는 ‘디지털전환’이 있다. 철저히 데이터에 기반해 상품 수량을 정한 후, 공격적인 생산으로 뒷받침했다. 먼저 상품 판매량에 따라 A~D등급으로 나누고, 등급별 리오더와 할인 프로모션 등 각각의 판매 전략을 발 빠르게 세운다. A등급 상품은 출시 후 2~3일 만에 리오더를 진행하고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추가 물량을 확보한다. D등급 제품은 빠르게 가격을 낮춰 재고를 털어내 한 시즌이 끝나면 재고를 5% 미만으로 낮추는 식으로 성과를 이뤘다.

오랜 기간 세계적인 컬렉션 무대에 선 디자이너 브랜드로서 쌓아온 제품력에 접근성 좋은 가격대로 폭넓은 계층에게 사랑받으며 ‘디자이너가 만드는 SPA 브랜드’로 도약하고 있는 포이닉스 최범석 대표를 만나 제너럴 아이디어의 성장 스토리를 들었다.

세계적인 컬렉션 무대에 수차례 오르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남성복 디자이너로 이름을 알렸다. 쇼 디자이너의 삶을 버리고 과감하게 방향 전환을 결정한 배경이 궁금하다.

컬렉션 준비에 몰두하느라 회사는 직원들에게 맡겨놓고 일 년의 반은 해외에서 지냈다. 2019년, 17번째 뉴욕컬렉션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회사에 돈을 달라는 사람들이 찾아왔다. 깜짝 놀라 그동안의 재무제표를 확인해보니 당장 내일 문 닫는다 해도 문제가 안 될 정도로 엉망이었다. 우선 회사를 살려야겠다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떻게 다시 시작해야 할지 한 달 가까이 고민하다 ‘1000만 관객 영화를 찍어보자’고 결심했다. 지금까지의 커리어를 영화로 비교하자면 독립영화부터 상업영화, 미장센이 돋보이는 영화까지 모든 신을 다 찍었다고 생각했는데 1000만 관객을 돌파할 만한 흥행 영화는 아직 못 찍었더라.

우선 컬렉션을 멈추고 튼튼한 회사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오프라인 매장은 접고 디지털전환을 시작했다. 시장의 흐름대로 온라인 시장을 타깃으로 한 이커머스를 앞세우되 SPA 브랜드처럼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대의 유니섹스 브랜드로 방향을 잡았다.

쇼호스트 없이 직접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며 소비자와 소통하고 있는데.

이커머스 시장에서 후발 주자로 나서며 다른 브랜드들과 차별화된 핵심 포인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라이브커머스에 도전했다. 이미 이커머스 시장에서 라이브커머스가 활성화되어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중국을 벤치마킹해 네이버 라이브커머스를 시작했는데, 패션업계에서는 가장 빨리 라이브커머스를 진행한 브랜드로 꼽힌다. 스트리밍 방송에서 직접 고객들과 소통하며 CRM을 같이하겠다는 전략이었다.

브랜드 피벗을 결심하며 제품 퀄리티를 높여 제품 주도의 성장에 집중한 만큼 고객들에게 제품의 원사부터 소재, 봉제 방식은 물론 시즌 콘셉트까지 세세히 설명하며 제너럴아이디어만의 차별성을 널리 알렸다. 이렇게 직접 고객을 만나 소통하다 보니 충성스러운 진성고객도 늘어났다. 현재도 한 달에 8~10번 정도는 라이브커머스 방송에 직접 출연해 고객들과 소통하며 많은 영감을 얻고, 브랜드 운영에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다양한 고객을 만나며 니즈를 파악하고 즉각 반영해 빠른 시간에 10대부터 50대까지 찾는 가성비 브랜드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클래식한 분위기에 스트리트 감성을 반영한 제너럴아이디어의 2024 F/W 광고 비주얼.
최근 3개년 연평균 매출 성장률 84%, 오프라인 매장 없이 온라인에서만 2023년 기준 연 매출 310억원을 달성하는 등 2019년 이후 매년 가파른 성장률을 보여줬다. 단기간에 빠른 성장을 이뤄낸 비결이 뭘까.

꿈은 크게, 목표는 높게 설정하는 편이다. 이전에는 내 능력으로 옷을 만들고, 회사를 꾸려나간다고 생각했다면 2019년 피벗 이후에는 철저하게 직원 중심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욕심을 내어 정한 핵심성과지표(KPI)를 맞추려고 혼자 고민하는 대신 매달 달성해야 할 KPI를 조직원들과 공유했다. 또 목표를 달성한 이후에는 매출의 10%를 직원들과 1/N로 나누는 식으로 동기부여를 했다. 덕분에 지난해에는 거의 매달 성과를 함께 나눌 수 있었고, 이직이 잦은 패션업계에서 이직률이 매우 낮은 회사로도 이름을 알릴 수 있었다.

한동안 오프라인 매장 없이 이커머스로 디지털 경영에만 집중했다. 다시 오프라인 매장 오픈을 결심한 계기가 있나.

온라인 플랫폼이나 자사몰의 고객 리뷰나 라이브커머스를 통해 제너럴아이디어의 옷을 직접 만져보고, 입어보고 싶다는 요청이 많아 지난 5월 사무실과 가까운 신사동 가로수길에 3층 규모의 첫 번째 플래그십스토어를 오픈했다. 또 글로벌 진출을 위해서는 오프라인 매장이 필수라는 판단도 한몫했다. 지난 6월에는 한남동에 두 번째 플래그십스토어를 오픈했고, 8월에는 현대백화점 신촌점, 9월에는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 송도점에 매장 오픈을 준비 중이다. 이 외에도 올 하반기까지 명동 매장을 비롯해 백화점, 아웃렛 등에 3~4개 정도 더 입점을 논의하고 있다. 내년 말에는 오프라인 매장이 30개가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지금까지 오픈한 매장의 매출이 상당히 좋은 편인데 고객의 60~70%가 외국인이기에 글로벌 진출의 포석이 되길 기대한다.

제너럴아이디어만의 차별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좋은 제품’이 차별성이다. 디자인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제품의 품질은 고객의 신뢰·만족도와 직결되기에 타협할 수 없는 부분이다.

가격대를 낮춰 대중 시장을 공략하는 제너럴아이디어를 선보이면서 가장 염두에 두었던 것이 ‘좋은 품질의 가치’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었다. 쇼 디자이너 시절 함께 일했던 고급 생산업체를 고집하다 보니 초반에는 거의 생산원가만 받고 제품을 팔아야 했다. 그렇게 좋은 품질을 유지하면서 볼륨을 키워나갔고, 지금은 생산 수량이 많아져 매출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게 됐다.

옷에 뿌리는 향수 ‘드레스 퍼퓸’으로 화제가 된 ‘더블유 드레스룸’을 공동 창업하며 뷰티 브랜드를 이끌기도 했다.

평소 향에도 관심이 많았다. ‘내가 좋아하는 향이 패션쇼 무대에 가득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옷에 뿌리는 섬유 향수를 앞세워 2016년 브랜드를 론칭했다. 첫해 매출 9억원을 시작으로 50억, 110억으로 해마다 매출 점핑을 기록했다. 뷰티 브랜드의 성장을 지켜보며 내가 원래 잘했던 ‘패션’은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었다. 대표이사가 너무 잘하고 있어 지금은 브랜드에서 한 발 빠져 파운더로만 남아 있다.

중국 진출을 시작으로 일본 시장에도 진출했다. 본격적으로 글로벌 행보를 시작한 것으로 보이는데.

우선 한국 시장부터 탄탄하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았는데 지난해 어느 정도 매출 성장을 이뤘다고 생각했다. 중국을 첫 진출 국가로 선택해 지난해 11월 중국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온라인 세일즈를 준비했다. 올해 1월부터 틱톡, 샤오홍슈, 타오바오에서 판매를 시작했고, 월 5억원 넘는 매출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지난 5월에는 자사몰을 론칭해 일본 시장에도 진출했다. 론칭 2개월 만에 월 매출 2억원을 달성하며 탄탄하게 시장을 일궈나가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과 일본 모두 중간 에이전시 없이 직접 해외시장을 핸들링해 이뤄낸 성과라는 점이 고무적이다. 동남아시아 지역의 해외 이커머스도 순차적으로 오픈해나갈 계획이다. 내년에는 일본에 오프라인 매장 오픈을 계획 중이며, 후년에는 미국에도 매장을 오픈하고 싶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라이브커머스가 점점 더 확산하는 추세다. 이미 중국에서는 틱톡, 샤오홍수에서 일주일에 3~4번씩 정기적으로 라이브커머스를 진행한다. 일본에서도 라이브커머스를 준비 중이다. 매출은 차치하고라도 라이브커머스는 고객에게 제품 정보를 시각적으로 제공할 수 있어 더욱 효과적으로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수단이다. 국내에서도 외국인들과 라이브커머스를 진행해 해외에서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나갈 생각이다.

지난 6월 18일부로 사명을 지아이홀딩스에서 포이닉스로 바꿨다. 오래 사용해 널리 알려진 이름을 바꾼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의 패션 브랜드를 보면 창업자 디자이너가 사라지면 거의 대부분 회사나 브랜드도 함께 사라져버린다. 그래서 우리 회사만큼은 내가 만약 회사를 떠나더라도 회사나 브랜드는 오래 남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겼다. 그러려면 기업공개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목표를 하나 더 추가했다. 원래 사명이었던 지아이홀딩스는 브랜드의 약자인 지아이(GI)를 사용했는데, 비슷한 회사명이 너무 많고 특별한 의미를 담은 이름이었으면 했다. 피닉스(PHOENIX)의 라틴어 발음인 포이닉스에서 ‘PH’를 패션을 의미하는 ‘F’로 바꿔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패션회사’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브랜드를 확장할 생각도 있나.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해 회사를 키우기보다는 유명한 패션 브랜드를 발굴해 확장하는 패션 에그리게이터(Aggregator)에 관심이 있다. 개인적으로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HYBE)의 운영 노하우를 높이 산다. 포이닉스 산하에 각기 다른 브랜드들이 색깔을 잃지 않으면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고 싶다.

앞으로의 계획은.

전 세계적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무척 큰 반면 대부분의 콘텐트가 한글로 되어 있어 아쉬울 때가 많다. 한국의 패션과 뷰티에 관련된 온라인 콘텐트를 소개하는 매거진 발행을 목표로 매일 회의하며 방향성을 고민하고 있다. 영어를 비롯해 세계 각국 언어들로 쓴 콘텐트를 제공해 글로벌 시장에 세련되고 근사한 K패션을 제대로 소개하고 싶다.

- 정소나 기자 jung.sona@joongang.co.kr _ 사진 최영재 기자

202409호 (2024.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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