엡솜컬리지 말레이시아는 영국의 명문 사립학교 엡솜컬리지 학풍을 그대로 아시아로 가져왔다.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15분 거리에 자리한 이 학교는 에어아시아 그룹의 든든한 후원 아래 이제 아시아의 명문 국제학교로 발돋움하고 있다.
▎매튜 브라운 교장은 웨일스 스완지대 물리학과·의학물리학과 졸업, 동대 교육학 석사(PGCE), 영국 Tregib, Lampeter, Penglais학교 교사, 한국 NLCS제주 교감, 엡솜컬리지 말레이시아 교장(현) / 사진:IQMAL FAUZE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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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튜 브라운(Matthew Brown) 엡솜컬리지 말레이시아 교장은 학교를 이해하기 위해서 우선 재정 지원에 적극적인 재단과 설립 배경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영국 엡솜컬리지는 1855년 의료 인력 양성을 위해 설립됐고 지난 200년간 의료계를 포함해 영국 각계각층의 리더를 배출해왔다. 성공한 동문 중 한 명이 저가항공사 에어아시아를 설립한 말레이시아인 토니 페르난데스(Tony Fernandes)였고, 그는 자신이 영국에서 받은 교육을 아시아에도 가져오고자 엡솜컬리지 말레이시아를 공동 설립했다. 페르난데스 엡솜컬리지 말레이시아 이사장은 33만㎡(10만 평) 규모 대지에 교육시설과 스포츠 시설을 국제급으로 갖춘 엡솜컬리지 말레이시아를 지난 2014년 개교했다. 그리고 엡솜컬리지 말레이시아는 공동 설립자의 뜻대로 아시아 전역에서 온 아시아 인재들에게 세계 수준의 질 좋은 교육을 제공하겠다는 꿈을 이뤄나가고 있다. 참고로 엡솜컬리지 말레이시아를 후원하는 페르난데스 이사장이 회장으로 있는 튠 그룹은 항공사뿐 아니라 금융, 텔레컴, 호텔 등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엡솜컬리지 말레이시아는 영국 본교와 동일한 교육을 제공합니다. 교사는 대부분 영국 본교 출신이며, 동일한 커리큘럼을 운영하고 있고, 학습뿐 아니라 스포츠를 강조한다는 점도 유사합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이곳은 말레이시아, 한국, 일본 등 30개국에서 온 학생들로 구성돼 있다는 점입니다.”
브라운 교장은 말레이시아 교육 환경의 강점에 대해서도 말했다.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고 국제화 환경이 잘 갖춰졌다는 장점이 훌륭한 교사와 학생들을 유치하는 데 이점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숙사 학교로서 면학과 스포츠에 집중하는 학풍은 영국 본교만큼 강하다는 점도 역설했다.
“말레이시아는 일 년 내내 날씨가 따뜻하고 맑습니다. 학생들은 기숙사 생활은 물론, 학교 밖 활동에서도 항상 영어를 사용하죠. 특히 기숙사 생활은 이점이 많습니다. 학생들은 독립적이고 스스로 회복력을 갖춰가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죠. 공동체로서 친구를 사귀고 매우 강력한 관계를 만들어나가요. 이는 항상 스스로 자신의 일상을 관리하고 방법을 찾아간다는 점에서 대학 진학, 이후 사회 활동에 대한 훌륭한 준비가 됩니다.”실제 엡솜컬리지 말레이시아는 영국 기숙학교의 전통을 그대로 계승했다. 6개 기숙사(House)는 단순한 기숙동의 분리가 아니라 각기 다른 커뮤니티 개념이다. 기숙사별로 고유의 문장을 갖고 있으며 스포츠 시합 등을 할 때는 경쟁 상대이기도 하다. 영화 [해리 포터] 마법학교 호그와트의 그리핀도르, 슬리데린, 후플푸프, 레번클로 기숙사를 떠올리면 이해가 빠르다. 학생들은 학교에 대한 자부심을 넘어 기숙사에 대한 소속감이 더 크다고 브라운 교장은 설명했다. 이러한 소속감과 자부심이 끈끈한 연대를 만들어 기숙사 생활의 장점을 극대화하며 성장해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 패스토럴 케어(Pastoral Care)라고 불리는 학교와 기숙사 운영 방식은 기숙사 거주와 상관없이 모든 신입생은 기숙사에 배정받고 캠퍼스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사감 교사들이 학생들을 세심하게 관리한다.
150개 넘는 방과후 활동
▎ 사진:엡솜컬리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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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글로벌 명문 대학과 기업들에서는 영국 교육 시스템을 높이 평가한다. 그 이유는 리더십, 팀워크, 문제해결 능력, 글로벌 감각, 디지털 기술 이해·활동 능력, 폭넓은 사고, 창의력 등 21세기형 인재가 갖춰야 할 덕목들에 커리큘럼의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이러한 영국 교육 시스템은 IGCSE(International General Certificate of Secondary Education)와 A레벨로 일컬어진다. 최근 국내 국제학교에서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가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데 비해 IGCSE와 A레벨은 상대적으로 생소한 학부모가 많다.“저는 IB와 A레벨이 모두 이상적인 교육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학입시에서 두 가지 모두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고, A레벨 과정을 이수하면 전 세계 어느 대학이나 갈 수 있어요. IB와의 유일한 차이점은 A레벨의 경우 학생이 3~4개 과목을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의학을 공부하고 싶다면 과학에 집중된 커리큘럼에 초점을 맞춰 과정을 이수할 수 있어요. IB는 전 세계 좋은 커리큘럼에서 제일 좋은 교육 방식만 집대성한 것이고 사실 상당 부분이 A레벨에서 가져온 거예요. 그래서 IB는 6개 과목에 집중하는 반면 A레벨은 3~4개 과목의 시험을 치르다 보니 대학 수준까지 더 깊이 들어갈 수 있어요. IB와 A레벨은 제네널리스트냐 스페셜리스트냐 그 차이로 이해하면 좋을 듯합니다.”IGCSE 시험 방식에 대한 질문에 그는 “A레벨 2년 코스를 마치고 마지막에 시험을 보는 것은 IB와 비슷하다”며 “과목에 따라 시험 방식이 다르다. 물리, 화학 등 과목은 계산에 답을 구하는 방식이지만 경제 과목 등은 2~3시간에 걸쳐 보통 5장짜리 논술로 풀어내야 한다”고 설명했다.특히 엡솜컬리지 말레이시아는 재단의 후원 아래 직업 개발 프로그램과 인턴십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항공·호텔·물류·금융·법률·IT 분야의 비즈니스 리더에게 통찰력을 배우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12학년이 되면 학생들은 다양한 산업의 다국적기업에서 인턴십을 할 수 있다. 이는 대학입시에서 다양한 경험과 지식, 기업가정신을 어필할 수 있고 대학 합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실제로 엡솜컬리지의 입시 성과는 괄목할 만하다. 엡솜컬리지 말레이시아에 따르면 영국 캠브리지대 등 최고 대학에 매년 진학생을 배출하고 있고 영국 최고 24개 대학을 일컫는 러셀그룹에 대부분 진학한다. 또 다수가 스탠퍼드, 브라운, UC버클리 등 미국 대학, 도쿄대, 싱가포르국립대 등 아시아대학으로 진학한다.엡솜컬리지 말레이시아는 공부 외에도 전인교육 차원에서 가능한 한 모든 기회를 제공한다는 목표다. 전방위적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의지다. 브라운 교장은 “학교이니 당연히 공부가 중심이지만 다양한 활동도 잘할 수 있는 학생들을 키우는 게 우리의 목표이다. 그래서 공부뿐 아니라 학생들이 어떤 영역에 관심이 있는지, 평생 가져갈 만한 열정을 찾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그 중심에 바로 방과후 활동(CCA)이 있다”고 말했다.
방과후 활동은 약 150개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학생들은 매일 1시간씩 다양한 활동을 탐험할 수 있다. 하지만 4개의 큰 축은 테니스, 축구, 골프, 음악이다.“학생들은 일주일에 최대 15시간까지 방과후 활동에 할애할 수 있어요. 그래서 재능을 보이거나 진로를 그쪽으로 정하는 경우 프로페셔널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까지도 유도합니다. 우리는 이 부분에 매우 열의를 갖고 있어요. 이는 우리가 최고 품질의 코칭을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축구는 스페인의 라리가(LALIGA) 코치들이, 테니스는 프랑스 무라토글루 아카데미(Mouratoglou Academy) 코치들, 골프는 PGA 코치들이 이끌고 있죠. 코칭 스태프와 시설 모두 국제 수준에서 손색이 없는 아카데미라고 자부할 수 있어요.”마지막으로 교육 철학을 묻는 질문에 그는 “우선 학교 차원에서 우리는 모든 학생이 훌륭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믿고 이를 지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답했다.“다양한 출신과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모이는 국제학교 특성상 영어구사능력 등을 일괄적인 잣대로 평가할 수 없어요. 영어가 미숙했던 학생이라도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영역을 발견하고 열정적이고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는 학생도 많이 봐왔어요. 그러한 성장이 여기서는 누구나 가능하기 때문에 학교는 그들의 가능성을 믿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더불어 그는 학교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이를 위해 훌륭한 교사를 영입하는 일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나도 학창 시절에 논술이 상대적으로 약했는데 선생님이 잘 지도해주시고 잘 이끌어주셔서 취약한 부분을 극복한 경험이 있다”며 “모든 학생이 교사의 관심과 믿음을 받고 있다는 동력으로 스스로 성장을 이끌어내게 하는 것이 교육자로서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그는 학교에서 만나는 모든 아이의 이름과 근황을 알기 위해 노력한다. 만나는 아이들마다 친근하게 다가가 “식사는 뭐 먹었니?”. “어제 부상은 어때?”, “요즘 뭐가 재미있니?” 등을 묻는다. 이는 기자가 학교에 방문한 동안 교장뿐 아니라 모든 교사에게서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해외에서 온 아이도 많아서 교사들이 지속적으로 학생과 교류하고 강력한 신뢰 관계를 형성해야 하며, 이는 분명 교육자로서 가져야 하는 자세일 겁니다. 학교와 교사들이 학생들을 따뜻하게 안아줘야 학생들은 소속감도 생기고 공부와 다양한 활동에 매진하는 열정을 발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박스기사] 엡솜컬리지 말레이시아가 스포츠에 진심인 이유
▎엡솜컬리지 말레이시아의 라리가 축구 아카데미, ECM 골프 아카데미, 무라토글루 테니스 아카데미 코치들. / 사진:IQMAL FAUZEE, 엡솜컬리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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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식 교육에서 스포츠 활동은 신체적 발달뿐만 아니라 정신적·사회적·정서적 발달을 돕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이는 엡솜컬리지 말레이시아가 캠퍼스 33만㎡(10만 평) 규모 부지의 상당부분을 국제 수준의 스포츠 시설에 할애한 배경이기도 하다.우선 시설을 살펴보면 배드민턴 코트 10개, 농구코트 2개, 야외 하키장, 배구코트, 야외 수영장, 스포츠 센터, 럭비 필드, 크리켓 필드, 스포츠 파빌리온, 피트니스 센터, 스쿼시 코트 3개, FIFA 공인 아스트로 터프 인조 잔디 축구장, 테니스 코트 11개를 보유하고 있다.더불어 엡솜컬리지 말레이시아는 세계적 명성의 스포츠 아카데미 브랜드를 캠퍼스에 유치했고, 소속 전문 코칭 스태프가 취미에서부터 예비 프로를 위한 다양한 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대표적인 특화 프로그램은 라리가 축구 아카데미, ECM 골프 아카데미, 무라토글루 테니스 아카데미다.엡솜과 라리가의 파트너십으로 개설된 라리가 축구 아카데미에서는 8~18세 학생들이 라리가의 지침에 따라 종합적인 훈련을 할 수 있다. 라리가 아카데미는 유럽 리그의 선구자로, 아카데미의 네트워크를 이용해 유소년들의 축구 재능 계발에 힘쓰고 있다. 스페인축구협회(R.F.E.F.) 프로축구 코치 디에고 라모스 라리가 아카데미 말레이시아 디렉터는 “엡솜컬리지의 아카데미는 라리가의 아시아축구 인재 전문 양성소로 이론, 훈련, 전략, 게임 이해 등을 지도한다”며 “학생 중 재능을 보이는 학생은 라리가에 선수 정보를 보내 아마추어 선수로 활약할 수 있는 기회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특히 축구장에는 AI 기반 카메라(VEO Camera)가 3대 설치돼 있어 필드에서 뛰는 모든 훈련생의 모든 동작을 잡아내고 녹화할 수 있다. 라모스 디렉터는 “녹화된 움직임을 보며 개인별 분석 결과를 토대로 체계적으로 지도한다”고 설명했다.ECM골프아카데미는 학생들의 관여도에 따라 3개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기초는 주 최대 3시간, 플래그십은 주 최대 9시간, 플래그십플러스는 주 최대 15시간을 훈련할 수 있다. 모든 교육 시설은 엡솜컬리지 말레이시아 캠퍼스 내에 있으며, 퍼팅 및 칩 그린, 그린 사이드 벙커, 웨이지 훈련 표적 시스템, 일반 및 인조 잔디 타격 훈련지, 페어 웨이 벙커, 타격 스테이션 등을 갖추었다. 특히 고가의 모니터 장비를 갖춰 학생들의 타격 자세와 론칭 추적을 통해 정밀한 분석을 할 수 있으며, 코치와 부모들은 휴대폰 앱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트레비스 반 다이크 수석 코치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PGA 프로로, 17년 넘게 엘리트 주니어 선수들을 지도해왔다.2015년과 2022년에 ‘아시아태평양 톱 3 최고 골프 코치’상을 받은 바 있다. 다이크 수석 코치는 “학교 안에 골프 시설을 모두 갖춘 곳은 많지 않다”며 “그래서 학생들은 방과후 이동 없이 캠퍼스 내에서 골프 수업을 받고 주말에는 혼자 연습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특히 골프는 정신 스포츠이기 때문에 감정 기복이 큰 유소년들이 운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코치로서 기술, 감정, 체력의 성장을 돕고 아낌없이 격려한다”고 덧붙였다.마지막으로 무라토글루 테니스 프로그램은 프랑스의 무라토글루 아카데미와 엡솜컬리지가 파트너십을 맺고 캠퍼스 내에 설립됐다. 아카데미 설립자인 페트릭 무라토글루는 세계 테니스계에서 영향력이 있는 코치 중 하나로, 스테파노스 치치파스, 홀거 룬, 코코 가우 등 유명 선수를 코칭했으며, 세레나 윌리엄스, 시모나 핼프 선수가 윔블던 챔피언 10번의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한 주역이기도 하다. 프로그램은 주 단위로 기초 프로그램 2시간, 플래그십 프로그램 10시간, 플래그십플러스는 과정별로 최대 20시간까지로 구성돼 있다. 시설은 국제테니스연맹이 준수하는 야외·실내 하드코트, 클레이 코트, 전용 물리치료실, 훈련시설로 구성돼 있으며, 특히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프랑스에서 수입한 레드클레이 코트가 2개 있다.엡솜컬리지의 스포츠 프로그램은 학업과 균형 잡힌 접근 방식으로 구성돼 있고, 프로그램을 통해 신체적·학업적 지구력을 점진적으로 키우는 데 목적을 두고 설계했다. 비샬 시두 스포츠 아카데미 총괄 매니저는 “스포츠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관심을 키우는 것부터, 재미와 기술을 익히고 게임을 좋아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기초부터 진로 설계까지 할 수 있도록 글로벌 명성을 갖춘 스포츠 아카데미와 협업 관계를 구축해 프로그램을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스포츠를 통해 인생의 모든 기술을 배울 수 있다고 우리는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 쿠알라룸프르=이진원 기자 lee.zinon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