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5500명의 임직원이 회계감사·자문, 세무자문, M&A 재무자문, 컨설팅 등 전문가 서비스(professional service)를 하는 삼일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이하 삼일PwC)는 2024년 6월 기준 매출 1조4130억원을 기록했다. 삼일PwC는 국내 회계법인 최초로 ‘1조 클럽’에 진입했다. 품질 서비스에 기반한 전통적 시장지배력에 더해 시장 확대, 디지털 역량 강화 드라이브 등이 삼일PwC 성장의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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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훈수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동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 삼일회계법인 입사, PwC미국 파견근무, 삼일회계법인US IPO 리더, 삼일회계법인 감사부문 대표, 삼일회계법인 대표(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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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기반의 전문가 서비스는 상품 매출처럼 대량판매가 가능한 구조가 아닙니다. 그래서 지난해 1조원 이상의 매출이 큰 의미를 갖습니다. 매출 구성을 보면 감사보수는 3분의 1이고, M&A와 컨설팅 부문에서 최근 3년간 비약적 발전이 있어 매출 성장을 견인했습니다. 그 배경 중 하나를 꼽으면, 기존 창업 1세대 기업가들은 외부 자문사의 서비스를 크게 이용하지 않았지만, 2·3세 기업가가 경영을 맡으며 자연스럽게 전문가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윤훈수 삼일PwC 대표는 최근 경영환경이 점점 복잡다단해지면서 기업 경영진이 외부 전문가의 지원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짚었다. 특히 창업주 1세대가 고령으로 인해 은퇴하면서 자녀에게 승계하지 않고 M&A를 통해 엑시트하는 사례가 국내에서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삼일PwC가 매각 주관사 역할을 하는 일도 늘었다는 것이다.지난해 삼일PwC는 국내 M&A 리그테이블에서 재무와 회계자문 양 분야에서 1위를 차지했다. 삼일PwC는 최근 대기업과 대형 사모펀드 운영사를 전담하는 팀을 신설하고, 기존 중소·중견그룹에 특화됐던 M&A 역량의 외연을 확대해 국내 기업 전반과 해외시장까지 입체적으로 아우르고 있다.최근 삼일PwC가 성사한 대규모 M&A건을 소개해달라는 요청에 윤 대표는 일본KFC 매각자문 건을 들었다. 이 건은 삼일PwC가 주체가 되어 PwC일본, PwC 싱가포르와 협업한 크로스보더 M&A로, 8억7480만 달러(1조2605억원) 규모다.“삼일PwC는 아시아 국가 간 네트워킹 협의체를 만들어 활동하다 일본KFC 주주가 엑시트하고 싶어 한다는 정보를 접했고, 그 후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칼라일그룹이 식음료 비즈니스를 매수하는 데 관심을 갖고 있다는 걸 알게 됐죠. 그래서 이를 매칭해 딜을 성사했습니다. 한국이 일본과 싱가포르 사이에서 지혜롭게 대규모 자문 보수 수익을 거둘 수 있었던 사례였습니다.”윤 대표는 “대규모 딜도 중요하지만 삼일PwC는 중견기업 M&A 시장에서도 강하다”며 “매각 주관사로 경쟁관계인 글로벌 투자은행(IB)과 국내 증권사는 국내 중견기업 M&A에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에 미들마켓은 무주공산(無主空山, 블루오션)”이라고 말했다.“나이가 많은 기업 회장님들로부터 더는 경영하기 어렵고 자녀는 제조업, 공장일을 하고 싶어 하지 않아 승계도 힘든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고민을 자주 듣습니다. 이런 경우 삼일PwC 기업가치 평가·M&A 담당 임원들이 오너에게 매각을 권유하는데, 실제 우리에게 의뢰하는 건수가 최근 많이 늘었어요. 우리는 기업 매수에 관심 있는 사모펀드나 다른 기업을 자체 기업 네트워크에서 찾아 매칭합니다. 과거에는 기업 매각에 대해 거부감을 가진 오너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현실적으로 생각하는 분이 많이 늘었습니다. 창업주가 이제까지 기업을 견실하기 키웠지만 스스로 한 번 더 성장시키는 것은 사실 쉽지 않아요. 그래서 매각 후 전문 경영인들이 레벨업해 시장에서 다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우리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입니다.”삼일PwC가 정부의 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과 연계해 운영하는 ‘밸류업지원센터’도 기업경영의 세대교체와 무관하지 않다. 삼일PwC 밸류업지원센터는 기존 자기자본이익률(ROE) 중심의 지원을 넘어서 ESG 요소들을 포함한 재무적·비재무적 요인별로 회사의 자본비용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디지털 툴을 개발해 기업의 가치경영을 실질적으로 지원한다.윤 대표는 “국내 기업 중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이 안 되는 곳이 수없이 많고 그 깊은 곳에는 거버넌스 이슈가 있다”며 “전통적으로 국내 기업은 오너와 혈연 중심의 강력한 거버넌스 구조였는데 2·3세 경영으로 넘어가면서 성숙한 경영구조가 취약해지고 상속세 문제가 겹쳐 기업가치가 하락하는 경우가 많다”고 진단했다. 그리고 “이제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이 문제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기업가치 제고에 대해 정부, 기업 단체, 학계, 언론 모두가 한국에 적합한 거버넌스 구조 솔루션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밸류업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경영과 소유가 분리되고 이사회와 사외이사 제도가 발달한 영미식은 한국 상황에 적합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배구조의 변혁은 보통 외부의 도전이 있어야 시작되는데 벌써 많은 도전이 나타나고 있어요. 후손들의 경영권 분쟁이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금융자본의 개입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금융자본이 개입해 경영시스템과 핵심 경영진을 교체하며 밸류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이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향하고 있다고 봅니다.”
회계감사의 디지털 무장
▎윤 대표는 감사 부문 대표를 맡은 지난 2018년부터 회계감사 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 디지털 기술을 검토하고 집중적으로 투자해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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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표는 삼일PwC가 1971년 창립 이래 성장해온 요인으로, 대규모 감사 실패가 없었던 안정적인 고품질 서비스,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2018년 신외감법 시행, 우수인재 보유 비율 등을 꼽았다.그리고 특히 지난 2018년부터 회계감사 업무에서 추진한 디지털전환이 한몫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삼일PwC는 컨설팅 사업으로 기업들의 디지털전환을 지원하는 동시에, 지난 2018년부터 회계법인 자체에도 다양한 디지털전환을 추진해왔다. 기업회계 업무에서 로우코드 데이터분석,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 등의 도입 노력이 바로 그것이다.“젊은 시절 5년간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었어요. 개인적으로 그때부터 디지털 기술에 관심이 많았죠. 이후 국내 대기업, 이커머스 플랫폼 기업의 회계감사를 하면서 기업 데이터를 수집하고 통합하는 데 어려움이 많아 개선 필요성을 절감했어요. 그래서 감사부문 대표를 맡은 지난 2018년부터 회계감사 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 디지털 기술을 검토하고 집중적으로 투자해왔습니다. 초기에는 회계사들이 기존 업무처리 방식을 고수하는 경향이 있어 툴 활용교육 등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었습니다.”삼일PwC의 자체적 디지털전환 노력은 현재 괄목할만한 성과로 나타났다. 삼일PwC에 따르면 감사 업무에서 데이터 분석·처리, 단순 반복 계산이나 정보 확인 업무는 대부분 RPA 툴로 대체됐고, 연간 20만 시간을 절감했다. 업무 효율성뿐만 아니라 산출물의 정확성도 끌어올렸다. 절약된 단순 업무 시간을 통찰력과 판단력을 높이는 데 투입한 덕분이었다. 실제 최근 3년간 삼일PwC가 맡은 외부감사 업무에 대한 감리 지적 비율은 0.04%에 불과했다.삼일PwC는 기세를 몰아 2023년부터 AI 전문가를 영입하고 더 나아가 AI 스타트업도 인수했다. 현재 삼일PwC 내 AI전문가는 10여 명으로 늘었고 감사 과정에 활용할 수 있는 세 가지 AI 툴(도큐먼트AI, AI컨트렉터, AI어카운턴트)을 자체 개발했다. 현장에서 감사 업무를 수행하는 회계사들의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한 개발이었다.“고객사에서 수많은 자료를 받아 일일이 엑셀에 입력해야 하는 작업은 단순하지만 고강도 노동이었습니다. 도큐먼트AI는 초기 낮은 수준의 자동화 툴로 옵티컬 디바이스를 통해 자료들을 데이터화할 수 있는 도구예요. 그리고 관세청 데이터와 기업의 실제 매출 등을 매칭해서 확인할 수 있도록 했죠. 여기서 더 발전된 도구가 AI컨트렉터입니다.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영어 계약서, 증빙 파일 등을 회계사가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면 감사 부실, 회계처리 부실로 이어질 수 있어요. 다양한 언어로 작성된 투자·업무 계약 내용을 요약해 주요 내용을 식별하고 검토해 체계적 회계처리와 공시 업무를 더욱 빠르고 정확하게 할 수 있죠. 가장 진화한 AI 툴은 AI어카운턴트입니다. 이 툴은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과 삼일PwC가 보유한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학습해 감사 업무를 보조합니다. 현재 90% 이상의 정확도를 확보했어요.”윤 대표는 “AI 툴을 운용하기 위해 고사양 AI 칩이 필요하다는 담당자의 요청을 받고 수억원대 엔비디아 AI 칩을 구비했다”며 “아마 국내 회계법인이나 컨설팅펌 중 이런 고사양 칩을 운용하는 곳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현재 삼일PwC는 세무와 관련해 법인세, 조세감면특별법을 중심으로 취득세, 양도세까지 아우르는 세무 AI 툴을 개발하고 있고 곧 출시할 예정이다.
마음과 네트워크 효과윤 대표가 2020년 삼일회계법인 대표로 취임하면서 강조한 조직문화는 바로 ‘마음’과 ‘네트워크 효과’다. 기업의 중심은 사람이고, 기업과 직무가 직원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아무리 뛰어난 인재라도 조직 내에서 책임감을 갖고 전력을 기울여 일하지 못한다는 철학이다.“자신이 하는 일이 의미가 있다고 여기면 열심히 몰두하게 돼요. 반대로 단순 업무를 하며 하찮은 일이라고 여기면 회의감에 휩싸이죠. 그런 점에서 기업이 인재를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인재들이 찾아오지 않아요. 그래서 가장 좋은 근무 조건, 가장 좋은 일터 분위기, 가장 높은 보상을 제공하려고 노력해요. 일례로 파트너뿐만 아니라 스태프들의 보상을 높이는 데 주력해 삼일PwC 평균임금은 경쟁사보다 15% 정도 높습니다.”이어 “전문가 서비스에서 고객과 지식을 사유화한다면 그 파워가 제한되고 내부 인력들끼리 무한 경쟁을 하게 된다”며 “하지만 반대로 선후배, 동료와 함께 성장하려는 마음을 갖는다면 네트워크 시너지 효과가 만들어지고 파급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고 강조했다.“전문가 서비스를 고도화하기 위해 언제나 사회 변화에 깨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지식산업에 종사하는 전문가일수록 공부를 놓지 말아야 합니다. 지식을 통해 고객에게 부가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도록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박스기사]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는 삼일PwC삼일PwC는 이제 한국의 전문가 서비스도 미국이나 영국 펌과 같이 글로벌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삼일PwC의 매출은 전 세계 149개 PwC네트워크회사 가운데 10위를 기록했다. 참여하고 있는 비즈니스 도메인 전 분야에서 국내 1등 지위를 갖고 있는 국가는 PwC 네트워크에서 한국이 유일하다.삼일PwC 소속 전문가들도 해외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현재 해외 파견 제도를 통해 우수 인재 총 38명을 미국, 일본, 독일, 호주, 인도 등 13개 국가의 PwC 오피스에 파견했으며, 이들은 현지 PwC 전문가들과 함께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영을 지원한다.특히 최근 삼일PwC가 성사한 일본KFC와 글로벌 사모펀드 칼라일 간 대형 M&A건을 기획하고 실행한 스티븐 정 파트너는 PwC 아시아태평양 기업금융(Corporate Finance)·M&A 자문 리더로 최근 선임됐다. 우리 기업들이 동남아시아 진출을 많이 계획하고 있는데, 이를 적극적으로 돕기 위해 그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회원사들과 함께 딜 플랫폼(Deal Platform)을 구축했다.마찬가지로 국내 유수 반도체 기업들에 오랫동안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해온 PwC컨설팅의 범용균 파트너는 산업적 전문성을 인정받아 PwC 글로벌 반도체 전문가조직(Center of Excellence)의 리더로 활약하고 있다. AI의 영향력과 관심이 높아지며 반도체산업이 큰 변화의 변곡점을 맞이한 상황에서 국내 반도체산업의 발전과 성장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진원 기자 lee.zinone@joongang.co.kr _ 사진 최영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