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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환 라이언로켓 대표 - 사람을 변화시키는 '인생 웹툰' 

김익환이 만난 혁신 기업가(61) 

노유선 기자
“인생 책, 인생 드라마가 있듯 인생 웹툰도 있을 수 있죠.” 정승환 라이언로켓 대표는 이야기의 힘을 확신했다. 정 대표는 “큰 울림을 주는 이야기를 만나면 쉽게 변하지 않는 사람도 달라지기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라이언로켓은 창작자가 이야기를 웹툰으로 제작하는 과정을 지원하는 AI 스타트업이다.

▎정승환 라이언로켓 대표는 평소 대화형 AI와 토론하는 것이 취미다.
이야기의 힘은 강력하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마주한 책 속 이야기가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기도 한다. 이러한 이야기의 영향력은 동서고금을 막론한다. 중국 고대 철학자 장자는 ‘사람은 이야기로 배우고, 이야기를 통해 변한다’는 이치를 역설했고, 전 세계 베스트셀러 성공하는 리더의 21가지 법칙의 저자 존 C. 맥스웰은 최근 한 강연에서 “이야기는 마음을 움직이고, 마음은 행동을 이끈다”고 강조했다.

“저는 이야기의 긍정적인 힘을 강하게 믿어요. 더욱 많은 사람에게 그 힘을 전하고 싶습니다.” 작가도 강연자도 아닌 생성형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대표의 말이다. 정승환 라이언로켓 대표는 “울림이 큰 이야기는 인생에 선한 영향력을 끼친다”며 “이러한 ‘인생 콘텐트’를 누구나 쉽게 만날 수 있도록 허들을 낮추는 것이 회사의 목표”라고 말했다. 여러 콘텐트 중 정 대표는 웹툰에 주목했다. 웹툰 생성형 AI 서비스인 ‘젠버스(Genvas)’가 라이언로켓의 대표작이다.

2019년 설립된 라이언로켓은 창업 초기에는 음성 생성형 AI 기술을 이용해 시각장애인을 위한 오디오북을 만들었다. 이후 아바타, 이미지, 웹툰 순으로 AI 생성 대상을 바꿨다. 총 세 차례 피버팅(pivoting·사업방향 전환)을 한 셈이다. 정 대표는 “사업 아이템을 자주 교체했어도 생성형 AI 기술 기업이란 큰 맥락은 달라지지 않았다”며 “탄탄한 AI 기술력을 갖춘 덕분에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다”고 피벗 배경을 설명했다. 또 피버팅하지는 않을까. 이러한 우려에 정 대표는 “이제는 프로덕트 마켓 핏(Product Market Fit·제품 수요가 시장에서 충분한 경우)을 확신한다”며 “마켓 핏에 부응하는 기술 개발에 전념할 것”이라고 밝혔다.

라이언로켓은 지난 2023년 ‘모두가 열광하는 스토리를 더 빨리 만날 수 있도록’이란 슬로건을 새롭게 제시한 이후 줄곧 ‘웹툰 생성형 AI 기술’을 향한 외길을 걸었다. 그해 웹툰 생성형 AI 서비스 젠버스를 론칭했고 지난달에는 웹툰 AI 에이전트 ‘젠버스 알파’를 선보였다. 그동안 B2B(기업 간 거래) 시장에 국한했다면 젠버스 알파를 무기로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전쟁터에 나선 것이다. 정 대표의 도전 정신과 시장에 대한 확신, 포부 등을 듣고자, 지난 2월 14일 김익환 한세실업 부회장이 서울 중구 라이언로켓 사무실을 찾았다. 이야기의 힘을 믿는 만큼 정 대표는 자신의 창업 이야기를 가감 없이 털어놨다.

마침내 찾은 프로덕트 ‘마켓 핏’


▎김익환 한세실업 부회장(좌)과 정승환 라이언로켓 대표는 ‘기업경영은 곧 사람’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지난해 라이언로켓은 미국 벤처캐피털(VC)로부터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해외 투자사가 라이언로켓에 투자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실리콘밸리에 자리한 VC ‘밀레니엄 뉴 호라이즌스’는 딥테크 기업 전문 투자사다. 앞서 미국의 도심항공교통(UAM) 산업을 선도하는 조비(JOBY) 항공, 프랑스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인공지능 스타트업 미스트랄AI(Mistral AI) 등에 투자한 바 있다. 라이언로켓의 기술력과 시장성이 밀레니엄 뉴 호라이즌스의 높은 안목에 부합했다고 볼 수 있다.

잦은 피버팅으로 대외 신인도가 낮을 법도 한데, 미국 투자사의 선택을 받았다.

동종 업계에서 무엇보다 기술력만큼은 라이언로켓이 월등히 높다고 자신한다. 기술력이 투자사를 설득하는 가장 큰 요인이었다. 지난 2022년 11월 오픈AI의 챗GPT가 등장하면서 생성형 AI 기술이 전 세계적 화두로 떠올랐다. 그보다 앞서 라이언로켓은 2019년 초부터 생성형 AI 개발에 전념해왔다. 여러 기술 스타트업이 챗GPT를 뒤따라가느라 분주했지만, 라이언로켓은 이미 확보한 기술력으로 산업과 시장 변화에 대처했다. 시장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속도감 있게 만들고 이를 사업화하면서 레퍼런스를 차곡차곡 쌓았다. 투자사가 이러한 레퍼런스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짐작한다. 세상의 변화에 부응하고자 최대한 노력을 기울이는 스타트업으로 인식되길 바란다.

주력 서비스인 젠버스를 소개해달라.

AI 웹툰 제작 서비스인 젠버스는 스토리보드와 스케치, 선화, 채색, 명암 등으로 이어지는 웹툰 제작 과정을 간소화한다. 제작 속도를 높이고 비용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라이언로켓의 분석에 따르면 기존 웹툰 제작과 비교해 속도는 10배 더 빨라지고 비용은 절반으로 줄어든다. 젠버스 AI는 학습 데이터에 기반해 캐릭터의 얼굴과 헤어, 체형, 의상을 일관적으로 유지하면서 다양한 포즈를 만들어낸다. 이때 AI 학습에 필요한 이미지는 단 10장이면 충분하다. 퀄리티가 높기 때문에 AI 창작물이라는 티가 안 난다. 이미 젠버스를 활용해 제작한 웹툰이 주요 플랫폼에서 상위 10위권에 진입한 바 있다.

최근 론칭한 ‘젠버스 알파’는 B2C 시장이 타깃이다.

웹툰 플랫폼의 댓글을 보고 B2C 시장에 도전할 용기를 얻었다. 젠버스 기술이 적용된 웹툰에 어떤 댓글이 달리는지 일일이 체크하는데 ‘AI가 만든 것 같다’는 댓글이 전혀 없었다. B2C 시장의 가능성을 확신했다. 곧 이 시장이 열릴 것으로 판단해 젠버스 알파라는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젠버스 알파는 웹툰 창작자 맞춤형 AI 서비스다. 작가의 화풍(스타일)을 학습한 AI가 100만 개 넘는 포즈라이브러리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웹툰 창작자 개개인이 자신만의 AI 보조작가, AI 에이전트를 두는 셈이다.

웹툰 창작 AI 기술에 주목한 이유가 궁금하다.

한 연구에 따르면 웹툰 창작자 5명 중 1명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한다. 자살 충동 비율도 약 17%로 높은 편이다. 웹툰 창작은 기발한 창의성을 필요로 하는 고난도 작업인데 여기에 단순 반복 수작업이 수반되다 보니 업무 강도가 높은 것이다. 기존 제작 방식으로는 창작자가 스토리와 연출에 힘을 줄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페인포인트를 AI로 해결할 수 있겠다고 봤다. 젠버스 기술을 이용해 더 많은 창작자가 스토리 기획과 캐릭터 설정, 연출 구성에 전념할 수 있길 바란다.

젠버스 알파의 기술력이 궁금하다.

웹툰의 한 장면(컷)을 난이도에 따라 크게 셋으로 구분할 경우, 쉬운 컷은 AI가 3분 만에 만들어낸다. 자동 선화와 자동 채색, 자동 명암 순으로 이뤄지는데 사람이 수정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중간 난도의 컷은 캐릭터 얼굴 정면과 각도 등을 세밀하게 구현하는 작업이고, 가장 고난도 컷은 캐릭터의 얼굴을 포함한 상반신과 하반신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일이다. 이때는 AI가 초벌 작업을 한 뒤 창작자가 수정·보완하는 식이다.

세련된 복지? 치열하게 일할 뿐이다.

정 대표는 “웹툰 제작의 패러다임을 전환한다는 ‘시대적 사명감’으로 임한다”며 “AI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꿔가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AI 창작물에 대한 편견을 없애 웹툰 창작자의 반복적인 수작업을 대폭 줄이겠다는 포부다. 그는 “라이언로켓의 본질은 기술에 달려 있다”며 “웹툰 창작자가 이용할 만한 기술이 없는 상황에서 활용도 높은 고품질 AI를 제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라고 강조했다. 기술 고도화 방향은 크게 두 가지다. AI의 초벌 작업 시간을 단축하는 것과 창작자의 수정 작업이 불필요할 정도로 AI가 고품질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더욱 빠르고 저렴한 웹툰 AI를 만들겠다”는 정 대표는 이용자의 솔직한 피드백을 빠르게 반영하기 위해 웹툰 창작자 10명을 직원으로 채용했다. 직원 약 30명 중 3분의 1 정도다. 젠버스를 전담하는 제품팀은 10명이고 AI 연구팀과 운영팀은 각각 4명이 맡고 있다. 정 대표는 “외부 창작자보다 내부에서 더 솔직하고 즉각적인 피드백을 전해준다”며 “개발자가 발견하지 못하는 문제를 창작자 직원들이 콕 짚어낸다”고 말했다. 창작자 직원들이 개선 과제를 제시하면 이를 해결하는 식으로 기술을 고도화한다는 설명이다.

일본 웹툰 시장을 겨냥하는 이유는?

아시아에서 일본 웹툰 시장이 가장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웹툰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다양한 사업 아이템을 운영한다. 또 여러 대기업이 웹툰 자회사를 만들어 시장을 점유해나가고 있다. 라이언로켓은 이들과의 대결에 당당히 맞설 방침이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꿈꾸는 라이언로켓의 첫 해외 타깃은 일본이다. 일본 웹툰 생성 AI 기업보다 앞선 기술력을 일본 웹툰 창작자에게 입증해 보이겠다. 현재 IT(정보기술) 분야 현지 대기업과 PoC(개념검증·Proof of Concept)를 진행 중이다. 최소한 1년 반 안에는 의미 있는 시장점유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또한 일본 다음으로 미국 시장을 목표로 삼았다.

글로벌 진출에 적극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에는 좋은 이야기가 참 많다. 국내에서만 소비되기엔 너무 아깝다고 생각한다. 좋은 이야기가 전 세계의 수많은 독자에게 가닿기를 바란다. 울림과 감동, 재미, 깨달음이 넘치는 이야기가 웹툰으로 제작되는 과정을 라이언로켓이 힘껏 지원하고 싶다. 단기적 목표는 글로벌 웹툰 시장에서 수익성을 확인하는 국내 최초의 AI 스타트업이 되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라이언로켓의 AI 기술이 전 세계의 표준이 되길 꿈꾼다. 궁극적으로는 초개인화(hyper-personalization) AI 기술로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생성형 AI를 만들 방침이다. 향후 초개인화를 넘어 극초개인화 AI를 찾는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강하게 확신한다.

전 세계에 포진한 쟁쟁한 경쟁사를 어떻게 상대할 건가.

라이언로켓은 세련된 복지 문화를 자랑하는 스타트업이 아니다. 소위 ‘폼 나는 복지’가 기업 운영에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AI 붐이 일면서 너도나도 AI 시장에 진출했고 기술 개발 경쟁은 치열해졌다. 이제는 옥석 가리기가 시작됐으니 훨씬 더 긴장해야 한다. 게다가 전 세계가 경쟁 상대인 만큼 하드하게 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물론 직원들을 이끌어나가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라이언로켓 직원들은 야망과 포부가 큰 만큼 치열하게 일한다. 열심히 일하고자 스스로 동기부여하는 직원들이 있어 든든하다.

치열한 만큼 힘든 순간도 많을 텐데.

이야기로 치유받고 이야기에서 힘을 얻는다. 어릴 때 집에 위인전과 모험기가 참 많았다. 읽은 책을 읽고 또 읽으면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주인공이 위기를 극복해 마침내 성공하는 과정은 그때나 지금이나 매력적이다. 요즘에도 힘들 때면 성공한 최고경영자(CEO)의 자서전을 읽곤 한다. 그들이 어떤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살펴보고 그들의 지혜를 내 상황에 적용해본다. 지치고 힘들어도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에 위로를 받고 다시 기운을 낸다.

스타트업 대표로서 리더십을 정의한다면.

회사에서 가장 풀기 어려운 문제를 가장 먼저 나서서 해결하는 사람이 리더라고 생각한다. 회사가 처한 상황에 따라 난해한 문제는 계속해서 발생한다. 매번 새로운 이슈에 맞닥뜨리는 리더는 누구보다 문제해결에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본다. 또 리더는 혁신적인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비전을 명확하고 정교하게 다듬어 구성원을 설득하는 것이 리더의 임무다. 스타트업 성공 사례를 보면 리더의 그릇이 클수록 비전도 혁신적이더라. 매일 아침 ‘내 그릇은 어느 정도인가’ 자문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 김익환 - 노동력 위주의 제조업인 한세실업에 IT를 접목해 성과를 내고 있는 혁신 CEO다. 한세드림, 한세엠케이, FRJ 등 패션 자회사들의 경영에 직접 참여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끌었다. 최근에는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관심을 갖고 국내외에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 노유선 기자 noh.yousun@joongang.co.kr _ 사진 최기웅 기자

202503호 (2025.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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