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30년, 해외에서 이사 20번, 전업주부 20년. 김형운 미인헤어앤뷰티 대표를 상징하는 숫자들이다. 김 대표는 현재 이 숫자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K뷰티의 우수성을 알리는 CEO란 새 옷을 입었다. 2021년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2024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미인헤어앤뷰티 2호점을 오픈한 김 대표의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기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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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운 미인헤어앤뷰티 대표는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한국 뷰티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기여하고 있다. / 사진:미인헤어앤뷰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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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K드라마 등 K콘텐트의 파급력 덕분에 K뷰티 시장 전망도 밝다. 올 초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KOTRA)가 발표한 ‘2025 수출 전망 및 지역별 시장 여건’에 따르면 K뷰티의 올해 수출액이 전년 대비 3~10%가량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K뷰티 수출은 102억 달러(한화 약 14조6818억8000만원)를 기록했는데 올해 수출액은 110억 달러(약 15조8334억원)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코트라는 “한류 문화 콘텐트 소비가 한국 화장품 등 소비재 수출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흐름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실제로 한류 열풍에 힘입어 대한민국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바탕으로 해외에 진출한 사례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가자헤어비스는 2023년 베트남 지사를 설립한 이후 하노이와 호치민에 살롱을 오픈했다. 현재 미국, 중국, 캄보디아 등 해외시장에서 살롱 20여 개를 운영하고 있다. 준오헤어 역시 활발히 해외 진출 중이다. 작년 태국과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뿐 아니라 두바이와 파리, 뉴욕, 일본, 하와이 등 미주, 유럽, 중동에 본격 진출했거나 검토하고 있다.이런 시장의 움직임을 김형운 미인헤어앤뷰티 대표도 놓치지 않았다. 김 대표는 결혼 전 외국계 기업에 근무하며 나름대로 커리어를 쌓았지만, 외국계 투자회사에 다니는 남편을 따라 결혼 후에만 미국, 한국, 홍콩, 대만, 싱가포르 순으로 스무 번 정도 이사를 하며 소위 경력 단절 여성이 됐다. 싱가포르에 거주한 지 5년쯤 됐을 무렵 그에게는 갱년기 증상과 함께 빈둥지증후군이 찾아왔다.“해외에서 무기력하게 지내니 몸이 성치 않더라고요. 그 시기에 막 싱가포르에 오픈한 한국 살롱에서 통역 가능한 직원을 채용한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일을 하면 상실감 같은 증상이 해소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살롱에 지원하게 됐습니다.”결혼 전 패션업계에서 근무했고 평소 패션 트렌드에 관심이 많다는 점을 살려 이력서를 제출했다. 젊은 친구를 고용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달리 합격통지서를 받았다. 근무 첫날부터 자신의 사업장인 양 통역, 안내, 경영 등 자신이 해야 할 일과 아닌 일을 가리지 않고 어떤 업무든지 열정적으로 임했다. 그렇게 3년이 흘렀다. 생각지 못했던 코로나 팬데믹으로 철옹성처럼 흔들리지 않을 것 같았던 살롱의 인기도 사그라들었고 결국 살롱은 문을 닫았다. 그 역시 직장을 잃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했을까. 우연히 현지 친구로부터 싱가포르 내 대형 쇼핑몰이 밀집된 오차드에 입지 조건이 좋은 부동산 매물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부동산업에 종사하는 친구에게 제가 종종 ‘헤어 살롱을 차려볼까?’라는 말을 했었는데, 그 친구가 그 말을 흘려듣지 않고 좋은 매물을 찾아준 것이죠. 이것이 가정 내 고립됐던 제가 ‘아름다운 사람’이란 뜻을 담은 미인(MIIN)헤어앤뷰티를 설립한 계기입니다.”김 대표는 한국인을 겨냥해 운영하기보다는 현지인을 타깃으로 사업 방향을 잡았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운영하면 단기적으로는 매출 성과를 올릴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그들이 다시 한국에 돌아갔을 때 살롱 운영이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김 대표는 현지인 공략이 살롱 운영 성공의 관건이라 판단했다. 현재 한국과 현지 헤어디자이너 각각 5명을 둔 헤어 살롱으로 성장했다.김 대표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지난 몇 년간 미인헤어앤뷰티 싱가포르지점이 자리를 잡자 2024년 6월부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매장 오픈 준비에 착수했고 그해 11월 한국 헤어디자이너 2명과 현지 헤어디자이너 3명을 둔 미인헤어앤뷰티 2호점을 오픈했다. “왜 싱가포르 내 2호점이 아닌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였는가”라고 질문하자 “인도네시아는 한류 열풍에 전초기지와 같은 지역으로, K뷰티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내다봤다”고 설명했다. 도시국가인 싱가포르는 인구 600만 명이 거주하는 작은 도시지만 이에 비해 자카르타는 출산율도 높고 무엇보다 한류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지역이다. 인도네시아 현지 물가를 고려했을 때 미인헤어앤뷰티의 커트, 펌, 염색 등 시술 가격은 절대 저렴하지 않다. 그런데도 자카르타지점은 문화적 차이를 반영한 서비스에 집중해 많은 고객이 몰리고 있다. 김 대표는 미인헤어앤뷰티의 경쟁력으로 “각 나라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수준 높은 서비스”를 꼽았다.가령 인도네시아 인구의 87%는 이슬람을 믿는 무슬림이라 여성들은 히잡을 착용한다. 무슬림 여성은 히잡으로 얼굴을 가리다 보니 상대적으로 모근 강화를 위한 헤어 제품과 헤어 스파에 관심이 높은 편이다. 이에 김 대표는 프라이빗하게 두피 케어를 받을 수 있도록 프라이빗 룸을 마련했고 매일 정해진 시간에 기도를 해야 하는 무슬림 직원들을 위해 기도실을 갖췄다. 또 살롱에 한복을 구비해 K컬처에 관심 있는 고객들이 언제든지 기념 촬영을 할 수 있는 이벤트를 하기도 한다. 이 외에도 한식을 맛볼 수 있는 쿠킹클래스를 진행하는 등 K컬처를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지대한 인도네시아의 특수성을 반영해 자카르타 2호점 오픈에 앞서 최정상급 걸그룹인 시크릿넘버 디타의 방문을 기획하기도 했다. 디타는 미인헤어앤뷰티의 가오픈 상황에서 방문했지만, 이 소식이 SNS에서 널리 알려지면서 살롱은 그야말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이 외에도 최고급 커피 원두와 와인 등을 마련해 서비스 중이다.
K뷰티의 우수성을 알리는 전도사가 되고파
▎싱가포르(왼쪽)와 자카르타지점의 인테리어 콘셉트는 사뭇 다르다. 한류의 인기가 높은 자카르타지점은 마치 서울 청담동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도록 설계했다. / 사진:미인헤어앤뷰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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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인재 채용과 직원 교육에도 열성이다. 그는 인도네시아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직원과 일하고자 삼고초려 끝에 디자이너를 모신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인도네시아에서 일하던 실력 좋은 디자이너가 현지 일을 접고 한국으로 갔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제가 그분을 우리 살롱에 모시고자 한국으로 세 번 찾아갔었어요. 끈질기게 노력한 끝에 그분을 다시 인도네시아로 모실 수 있었습니다.”지점마다 고객들이 한국 디자이너에게 스타일링을 받으려는 쏠림현상이 있어 디자이너 실력 격차를 줄이고자 교육에도 힘쓰고 있다. 또 과거 자신의 모습을 생각해 채용 시 나이 제한 등을 두기보다는 오로지 실력과 열 정으로만 발탁한다.“디자이너가 되려는 어시스턴트에게 제 긴 머리를 1㎝씩 연습용으로 내어드리곤 합니다. 일반적으로 마네킹 가발로 연습하기 마련이지만 가발과 실제 머리카락의 촉감은 확연히 다릅니다. 당분간은 이분들의 연습용 모델이 되고자 합니다.”김 대표는 이와 함께 현지 기업과 협업해 질 좋은 헤어제품 개발에도 힘쓸 계획이다. 또 인도네시아가 기회의 땅이라고 여겨 싱가포르, 자카르타 외에 다른 지점 오픈 계획도 세웠다.“한 달은 싱가포르, 한 달은 자카르타에 거주하다 보니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면 30대 후반부터 20년간 CEO를 역임했던 남편의 조언이 큰 힘이 됩니다. 남편은 매일 제게 ‘버텨라. 버티는 자가 승리자다’라고 말해주곤 합니다. 결혼 후 경력 단절로 불안감도 있고 자존감도 낮았던 시기도 있었지만, 해외에서 거주했던 경험과 언어 실력 등은 모두 경영에 기반이 되더라고요. 미인헤어앤뷰티가 저와 같은 경험을 한 고객에게는 내적 자신감을 높여주고 한류를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한국 뷰티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기여하겠습니다.”- 여경미 기자 yeo.kyeongmi@joongang.co.kr _ 사진 최기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