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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회전 깜빡이 켜고 우회전하는 윤석열 부동산 정책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 지방선거 앞두고 장기적 집값 안정화 목표와 단기적 규제 완화책 혼재
■ 임대차3법과 종부세 감면은 민주당에 막혀… 당장은 현상 유지에 방점


▎2022년 5월 3일 윤석열(오른쪽) 대통령 당선인과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그동안 준비한 국정과제를 공개했다. 출범하는 윤 정부가 부동산을 잡지 못해 정권을 내준 문재인 정부와 어떻게 차별화할지가 관심사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5월 2일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지사와 후보와 함께 일산, 안양, 수원, 용인 등 경기 지역 4개 도시를 찾았다. 1기 신도시 재건축 혹은 수도권광역철도(GTX) 등의 현안이 걸려 있는 곳들이었다. 이 자리에서 윤 당선인은 “1신 신도시 재건축 사업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못 박았다. 장기적 과제로 미뤄서 일보 후퇴를 시도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다른 방향을 말할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재개발·재건축은 기대감만으로 부동산 시장의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5월 10일 새로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의 딜레마다. 공약처럼 집값을 안정화시키려면 규제 완화와 공급이 필수다. 그러나 시장이 원하는 서울과 수도권 요지의 민간 주도 개발은 단기적으로 집값 폭등을 유발할 수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압구정동·여의도·목동·성수동의 토지거래허가제 구역으로 재지정해 효력을 1년 연장한 이유이기도 하다. 오 시장은 큰 틀에서 시장친화적 부동산 정책주의자이지만, 6월 1일 재선이 걸린 선거를 앞두고 ‘집값 상승의 원인제공자’라는 낙인을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윤 당선인과 인수위, 그리고 국민의힘이 온탕과 냉탕을 넘나드는 행보를 취하는 이유는 6·1 지방선거 때문이다. 오 시장이 송영일 민주당 후보에 압도적으로 앞서고 있고, 1:24로 밀렸던 구청장 선거에서도 과반 이상 탈환이 예상되는 서울에 가서는 재건축·재개발을 늦춘다고 한다. 그러나 윤 당선인의 대변인 출신인 김은혜 후보가 민주당 김동연 후보에게 밀리는 경기도에 가서는 속도전으로 규제를 완화해주겠다고 외치고 있다. 돈을 풀면서 물가를 잡겠다는 것과 흡사한 모순이다.

징벌에 가까운 부동산 세금에 대해서도 대선 전 공약과 말이 달라지고 있다. 5월 2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지금 당장 (종부세를) 폐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단기간에 하는 문제는 아니고 충분한 용역 하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선거용으로 부동산 감세를 부각시켰지만, 막상 정부를 맡게 되면 정부 재정에 큰 보탬이 되는 부동산 세금이 아쉬워질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에서 부동산 관련 세금은 압도적인 상승폭을 그린 바 있다. 현실적으로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는 소득세법을, 종부세 경감 및 폐지는 종부세법을 그리고 취득세 감면은 지방세법을 개정해야 한다. 그러나 170석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민주당이나 6석의 정의당이 협력해줄 리 만무하다. 세제 완화가 조속히 시행되지 않으면 매물 잠김은 여전할 것이고, 전·월세로의 세금 전가가 더 심해질 것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부동산시장의 연착륙을 꾀하고 있다. 그러나 잃어버린 정책 신뢰감부터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중앙포토
원희룡은 ‘김현미 시즌2’ 전철 안 밟을까

인수위는 3일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대출규제 정상화 등 주택금융제도 개선이 포함됐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완화가 그 핵심이다. 생애 첫 주택구입 가구인지,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인지, 조정대상 지역인지, 다주택인지 여부에 따라 비율은 조정되지만, 어쨌든 대출을 더 많이 받도록 해주겠다는 방향이다. 결국 대출 레버리지를 일으켜 집을 사려는 수요가 늘어날수록 부동산 상승요인이 된다.

또 하나의 논란은 전월세신고제·계약갱신청구권(2년+2년)·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 시 최대 5년)를 포함하는 임대차3법의 축소 및 폐지 여부다. 진성준, 최강욱 의원 등 민주당 강경파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임대차3법은 오히려 보완,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법이 통과될 때 총력전을 불사했던 민주당이 개정에 우호적일 리 없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도 인사청문회에서 임대차3법 폐지보다 종합적 검토로 한 발 물러섰다. 원 장관 후보자는 “집값의 급등·급락을 막고, 주거복지를 확대해 서민과 중산층의 주거 안정에 모든 역량을 기울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단기간 공급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체감 가능하고 예측가능한 공급로드맵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진 부동산 시장이 정부의 의도에 순응할지는 미지수다. 정책 결과에 따라 원 후보자의 정치적 장래도 결판날 것이다.

-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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