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을 닮은 호리꽃등에가 개망초 꽃에 앉아 꿀을 빨고 있다. / 사진:박종근 비주얼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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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없이 꿀물을 타는 손흰 커튼이 바람에 휘날리면부엌에 찾아오는 고요식탁에 널브러진 그릇들 치우지 않고턱을 괴고 그을린 벽지를 바라보다가손으로도 액자로도마음으로도 꿈으로도가려보다가오래전에 결혼해 지금껏 잘 살아왔으니고통보다는 축복에 가깝다며아플 땐 이만한 게 없다며그 앞에 조심히 내려놓는 것한 모금만 마시고 잠이 들어도 좋을봄을 지나 여름으로이야기를 지나 막다른 바다로흐릿한 풀잎 위에서 나란히 달리기연인들의 돗자리는 투명한 연못을 다 가릴 수 있을 정도로넓고 긴 휴일을 펼쳤고개망초 위에 앉았다 가는 호리꽃등에무늬만 남은 말을 등에 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