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김회룡·aseokim@joongang.co.kr최영주 언론인·풍수지리 연구가서울 경복궁 자리가 명당이냐 아니냐는 차치하고 경복궁의 흠을 들먹일 때 예외없이 거론되는 것이 움푹 꺼진 자하문 고개다. 자하문 고개는 경복궁에서 보면 서북쪽에 해당한다. 남향 터에 서북쪽이 이처럼 움푹 꺼져 있으면 명당의 지하에 바람이 들 뿐 아니라 살기가 넘쳐 액운을 가져온다. 그래서 조선왕조의 상당한 비운도 이 고개에서 불어오는 바람 때문이라고 평가한다.
엄밀하게 말해 자하문 고개는 북악을 지나온 기가 인왕산으로 오르기 위해 힘을 모으는 곳이다. 이는 마치 낮은 데서 높은 곳으로 수돗물을 보내기 위해 중간에 물을 저장하는 것과 같은 기능을 지닌 곳이다. 지리학에서는 그런 기능을 대개 ‘고개’들이 맡고 있다. 이런 기능에도 불구하고 남향 터에 이런 고개가 있으면 이곳으로 강한 서북풍이 불게 된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겨울에 주로 불어오는 바람이 서북풍임을 감안하면 서북쪽이 낮다는 것은 여간 불리한 조건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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