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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는 4월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TIA 와이어리스 2009 (CTIA Wireless 2009)’ 전시회에서 신작 SF 액션영화 트랜스포머2 전용 공간을 마련하고 특수 제작한 ‘트랜스포머2 버사(Versa)폰’을 선보였다.
LG전자는 오는 6월 24일 개봉하는 트랜스포머2에 풀터치폰, 메시징폰을 PPL(Product Placement: 제품 간접광고) 형태로 노출, 전 세계 영화 팬에게 소개한다.
트랜스포머는 2007년 1편 개봉 당시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과 첨단 변신 로봇으로 폭발적인 흥행을 기록했다. 국내에서도 역대 외화 관람객 수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큰 인기를 모았다.
제품은 트랜스포머 아이콘과 벨소리는 물론, 예고편 영상 및 사진 등을 담고 있으며, 100대 한정으로 제작해 이벤트에 활용할 계획이다.” 위의 이야기를 듣는다면 대체로 세계시장을 공략하는 LG전자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통해 세계적으로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할 것이다. LG전자 측도 같은 생각이다.
LG전자 MC북미사업부장 황경주 상무는 “최첨단 그래픽 기법으로 제작된 트랜스포머2를 통해 LG 휴대전화의 첨단 브랜드 이미지를 한층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전시회에서 LG만 홍보 효과를 누리는 것은 아니다. 영화 트랜스포머도 CTIA 와이어리스 2009 전시회에서 LG의 첨단 휴대전화를 통해 곧 영화가 개봉될 것을 알릴 수 있었다. 그렇지 않다면 굳이 이 영화의 감독인 마이클 베이가 2일 오후 LG전자 부스를 방문해 영화와 함께 트랜스포머2 버사폰을 소개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불황에 더욱 각광받는 PPL
또 LG전자가 이번 전시회를 시작으로 시사회 후원 및 TV·옥외·온라인 광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트랜스포머2를 활용한 LG 휴대전화 알리기에 나선다면 영화는 개봉되기 전까지 자연히 영화사의 노력 없이도 홍보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LG전자는 광고에 투자하는 비용을 줄이고서도 더 효과적인 방법으로 마케팅을 전개할 수 있었다.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경제위기 속에서 많은 글로벌 기업은 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이고 제품 구매를 효과적으로 유도할 수 있는 다양한 마케팅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이러한 방법 가운데 하나가 PPL이다. 미국의 미디어 조사회사인 PQ미디어의 패트릭 퀸 대표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기술 발전으로 광고를 건너뛰는 일이 점점 잦아지고 전통적인 광고전략이 소용 없어지는 경우가 많아 PPL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PQ미디어에서는 “1970년대만 해도 광고가 미국 전체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매체비용의 40% 수준을 유지했으나 2007년에 와서는 단지 23% 수준을 보이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유급 PPL은 전 세계적으로 2010년에 이르면 7조6000억 달러의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며 이는 2005년의 2조2000억 달러에 비해 급격히 성장한 것이다.
또한 교환 광고까지 더한 모든 종류의 무급 PPL은 올해 7조4000억 달러 규모로, 2010년에는 무려 14조 달러의 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가 무의식 중에 브랜드를 받아들이는 광고 형태로서 마케팅 비용까지 줄일 수 있는 PPL의 활용이 늘어날 것이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글로벌 브랜드를 운영하는 국내 대기업들도 미국의 유명 TV 드라마에 자사 제품을 노출시키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국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미국 드라마인 ‘24 리뎀션’에 제네시스와 싼타페를 나란히 노출시켜 해외는 물론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LG전자도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6억 달러 가까운 흥행 수익을 올린 ‘아이언 맨’에 터치스크린 스마트폰과 모바일 TV폰 등 LG의 첨단 휴대전화를 노출해 큰 홍보 효과를 얻었다.
주로 해외 소비자를 겨냥해 PPL을 했다가 국내 소비자에게까지 인지도를 높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로 ‘미드’라 불리는 ‘프리즌 브레이크’‘CSI’ 등 다양한 미국 내 유명 드라마들이 실시간으로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들에서 제공되고 있는 가운데 출연진, 스토리라인, 출연소품, 출연진의 패션, 제작 뒷이야기 등 이들 프로그램과 관련한 다양한 내용을 네티즌들이 공유하고 있다.
이미 네이버에는 3만 개가 넘는 ‘프리즌 브레이크’ 관련 블로그가 개설돼 프로그램 정보를 나누고 있다. 이러한 네티즌들의 폭발적인 관심 아래 국내 유명 제품들의 미국 프로그램 출연은 페이스북(facebook), 트위터(twitter), 딜리셔스(delicious), 딕(dig) 등 해외 유명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 내에서도 동영상 등 각종 관련 콘텐트와 함께 자연스럽게 입소문을 타는 것이다.
최근엔 PPL이 진화하고 있다. 영상 콘텐트를 물건을 판매하는 영업 현장에서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에 더해 TV 및 영화 제작사와의 다양한 공동 마케팅을 한다면 제품의 인지도를 극대화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소비자들이 TV를 사러 베스트바이에 갔다고 해보자. TV에 PPL로 참여한 드라마가 눈길을 붙잡아 판매원이 구매를 유도하기 쉽게 할 수 있다.
“지금 보시는 제품이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 매일 쓰고 있는 제품”이라고 홍보하는 것이다. 이때 영화나 드라마 등도 홍보 효과를 함께 누릴 수 있다.
네티즌의 입소문도 무시 못해
최근 제작사와 업체 계약서엔 이러한 영업활동까지 포함해 서로의 홍보 효과를 계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미국 내 유수의 C에이전시는 직접 접촉, 대사 표현, 전면노출, 배경노출, 엔드 크레딧 등과 같은 제품 출연 형식, 핵심 타깃에 노출됐는지 여부, 제품 출연시간과 해당 TV 프로그램 또는 영화의 광고단가를 고려해 홍보 효과를 측정한다.
필립스는 이와 같은 방법으로 유명 TV 프로그램 및 영화 제품 노출로 한 분기에 투자비용 대비 3배 이상의 노출 효과를 올렸다. 국내 기업이 마케팅 기법으로 PPL을 활용하는 데 어려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각종 저작권이 엄격하게 적용되는 미국시장에서 법적인 문제 없이 적재적소에 영상 콘텐트를 이용하기란 쉽지 않다.
이런 간극을 좁히기 위해 제품 출연에서부터 매장 내 프로모션 협의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에이전시가 활동하고 있다. 그런 에이전시인 호프만에이전시코리아의 배병관 사장은 “법적인 문제만 피할 수 있다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나 인기 드라마를 통해 PPL을 하는 것이 이런 불황에 어느 때보다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