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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의 성패, 디테일에서 판가름 

“CEO는 예민한 감각 가져야 … 이병철 회장·아르마니 디테일에 강한 사람”
디테일 왜 중요한가? 

한근태 서울과학종합대학 교수·kthan@assist.ac.kr

세계 최고의 디자이너 조르조 아르마니는 완벽주의자다. 그는 패션 쇼의 모든 것을 직접 챙긴다.

톰피터스는 리더의 네 가지 역할로 최고가 되려는 신념, 디테일에 대한 집념, 창의성 응원, 실패에 대한 지원을 꼽는다. 그중 디테일에 대한 집념이 눈길을 끈다. 고수들은 대부분 디테일에 강하다. 대충하고 얼렁뚱땅 지나가는 고수는 없다. 그래서 보통사람들은 이런 면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리고 한마디 한다. “뭘 저렇게까지 하나. 대강 하지, 저래서야 피곤해서 어떻게 하나?”하지만 모르는 소리다. 그렇게 디테일에 집착했기 때문에 인정을 받고 오늘날의 고수로 등극한 것이다. 그렇다면 왜 디테일이 그렇게 중요한 걸까? 첫째, 사업의 승부는 비전이나 전략 같은 큰 어젠다보다는 디테일에서 결정 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디테일이 중요하다. 어느 회사나 비전과 전략은 비슷비슷하다. 고객만족 같은 구호가 대표적이다. “우리 회사는 고객만족 따위는 신경 쓰지 않습니다”라고 얘기하는 회사는 없다. 중요한 것은 실제 고객들이 이를 체감하고 있느냐인데, 이는 디테일에서 승부가 난다.

주차장, 콜센터 등이 그렇다. 주차장에 들어가면 이 회사 수준을 알 수 있다. 모 전자상가는 장사가 안 되기로 유명하다. 휴일에도 대부분 가게가 파리를 날린다. 하지만 주차하기는 의외로 힘들다. 주차하기 편한 지하 1층과 2층은 평일에도 대부분 만석이다. 직원들이 그곳에 주차하기 때문이다.

반면 강남의 모 백화점은 주차의 천국이다. 우선 주차장이 넓다. 입구부터 시작해 촘촘히 직원들을 배치해 운전자들이 빈 곳을 찾아 이동할 필요가 없다. 별것 아닌 주차장 하나에서 큰 차이가 난다. 하지만 경영인들은 주차장에 대해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는가? 자신들이 주차하기 편하니까 신경을 쓰지 않는다.

디테일 강해야 리스크 줄일 수 있어

콜센터도 그렇다. 번호를 한없이 누르게 하는 콜센터가 있다. 결제수단 선택, 신용카드 번호 입력, 카드 유효기간을 연월 순으로 입력하고, 비밀번호 앞 두 자리를 입력하고, 주민번호 뒤 일곱 자리를 입력하고…. 고객만족을 위해 있는 콜센터가 고객 가슴에 불을 지른다.

그래서 대부분의 고객은 상담원과 연결되기 전 전화를 끊는다. 대부분의 기업은 주차장과 콜센터를 아웃소싱하고 있다. “저희 비즈니스에 별로 중요하지 않거든요”라는 그들의 생각을 그대로 보여준다. 둘째, 디테일이 강해야 제대로 된 관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버는 것이 다소 적고 이익률이 낮아도 관리를 잘하면 그런 조직은 지속 가능하다.

승승장구하던 벤처들이 무너진 이유 중 하나는 관리 소홀 때문이다. 삼성그룹의 고(故) 이병철 회장은 디테일에 관한 한 입신의 경지에 이른 사람이다. 작은 시그널에서 큰 징후를 읽는 능력을 지녔다. 그가 공장을 방문할 때 세 가지를 봤다는 얘기는 유명하다. 현장의 청결상태, 공장 앞 나무들의 건강상태, 기숙사의 정리정돈 여부….

그 정도 보면 이 회사 직원들의 정신상태, 충성도, 만족도 등을 어느 정도는 알 수 있다. KD그룹이라는 버스회사는 연비를 높이기 위해 스페어타이어를 싣지 않는다. 어떤 불필요한 물건도 싣지 않는다. 60억원을 투자해 철제 휠(48㎏)을 알코아 휠(23㎏)로 바꾸었는데 2년 만에 본전을 뽑았다.

심지어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기사의 채용을 꺼릴 정도다. 또 보험료를 줄이기 위해 운전자들을 주기적으로 교육하고 평가와 보상도 연비와 보험료에 연계해서 한다. 정말 사소한 것들을 잘 관리해 발전하고 있다. 티끌 모아 태산이다. 티끌을 모으지 않으면 태산도 없다.

디테일 위해선 계산된 한가함 필요

셋째, 디테일이 강해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큰 돌에 걸려 넘어지지 않는다. 큰 돌은 보이기 때문에 피해 갈 수 있다. 개인도 그렇고 조직도 그렇다. 오히려 작은 것을 소홀히 했다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 한 글로벌 제약회사는 엄청난 연구비용을 투자해 요실금 치료제를 개발했고, 이를 전 세계에 특허 출원했다.

근데 직원의 실수로 한국을 ‘North Korea’로 했다. 그 바람에 한국에서는 그 회사 제품을 마음대로 카피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수백억원의 손해를 봤다. 넷째, 디테일이 강해야 최고 경지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분야를 평정한 고수들은 대부분 품질에 관한 한 병적으로 집착한다.

그런 집착 없이 어떻게 고수로 등극할 수 있겠는가? 세계 최고의 디자이너 조르조 아르마니가 그렇다. 그는 전 세계에 320개 매장과 5000명의 직원을 두고 있고 연 매출이 20억 유로에 이른다. 그는 완벽주의자다. 일관성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한다. 패션쇼의 소품으로 쓰이는 꽃 장식 하나, 패션 모델의 발걸음 하나까지 직접 챙긴다.

아르마니 호텔과 리조트의 경우도 가구와 인테리어는 물론 직원 유니폼 디자인까지 직접 관여한다. “뭔가 인생에서 의미 있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가장 작은 디테일에 신경 쓰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뭔가 비범한 것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집요할 정도로 가장 작은 디테일에 몰두해야 합니다.” 아르마니의 말이다.

둔한 사람은 절대 최고경영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아니 될 수도 없다. 예민하고, 까다롭고, 집착증세가 있는 것이 성공에 유리하다. 특히 품질에 관한 한 병적인 증세가 있어야 한다. 소소한 고객의 클레임에 밤잠을 설쳐야 한다. 그 문제점을 해결할 때까지 노심초사할 수 있어야 한다. 더러운 사무실 상태를 보고 흐트러진 기강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직원들의 처진 어깨를 보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 충성고객 하나를 잃게 되면 왜 그 사람이 떠났는지 집요하게 파헤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우선순위다. 정말 신경을 써야 할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해야 한다. 가리지 않고 디테일하게 파고드는 것은 조직을 피곤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디테일에 강한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의도된 한가함이 필요하다.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차 안에서는 경치를 즐길 수 없듯이 사소한 것에서 의미 있는 메시지를 읽기 위해서는 여유가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분주한 리더가 최악의 리더가 될 가능성이 높다. 경중을 가리는 능력이 없다는 방증일 뿐이다.

둘째, 현장과 밀착해야 한다. 최고경영자는 가공된 정보를 볼 가능성이 높다. 직원들이 상사에게 나쁜 모습을 보이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셋째, 솔직한 얘기를 해 줄 채널이 있어야 한다. 최고경영자는 인의 장막에 둘러싸여 있다. 부정적인 사건도 위로 올라오면서 포장되고 가공되어 별것 아닌 일이 될 수 있다.

CEO는 복합적인 능력이 필요하다. 5분 후의 일과 5년 후의 일을 동시에 걱정할 수 있고 현미경과 망원경을 같이 볼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작은 시그널에서 큰 기회의 싹을 볼 수 있어야 하고, 그것은 디테일을 중시하는 훈련을 통해 가능하다. CEO에게 사소한 일은 없다.

985호 (2009.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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