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겨우 침체 국면 벗어나 … ‘경제 잡아먹는 정치’ 불안
“대기업이 중소기업 먹었다니… 오히려 살렸는데” 불만
008년 1월 MB(이명박 대통령)의 말. “기업인이 공항 귀빈실을 쓸 수 있도록 하겠다.” 2010년 7월 MB의 말. “대기업은 진정으로 바닥 민심을 알아야 한다.” 그는 왜 변심했나.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줄기차게 강조한
그 아니었던가. 과실을 독식하고 중소기업을 후려친다는 구실로 대기업을 때려잡기 위함일까, 아니면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을까. 대기업은 살아 있는 권력의 ‘날 선’ 공격을 방어하느라 진땀을 뺀다. 겉도 속도 전전긍긍이다. 이러다 불황 탈출을 이끄는 대기업의 행보가 위축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MB의 속내는 뭘까.
2007년 12월 28일 오전 11시. 당선자 신분이던 이명박(MB)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이 만났다. CEO 대통령과 재계 총수의 첫 대면. 이건희 삼성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최태원 SK 회장, 허창수 GS 회장 등 재계를 대표하는 총수가 한자리에 모였다. 전경련이라면 늘 무겁게 발을 뗐던 구본무 LG 회장도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분위기는 이렇게 묘사됐다. ‘기대만발’ ‘화기애애’.
그럴 만도 했다. MB는 이 자리에서 대기업 존중 발언을 작심한 듯 쏟아냈다. 대기업과 일정한 선을 그었던 직전 대통령과 차별화를 꾀하기 위한 전략이었을까. 알 수 없다. 하지만 말의 뉘앙스는 분명 친기업이었다. “기업이 진정으로 원하는 핵심 규제를 풀겠다” “투자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게 있다면 직접 연락해도 좋다”.MB는 약속을 지켰고 재계는 환호했다. 별다른 효과는 없었지만 MB와 총수 사이엔 실제로 핫라인이 개설됐다. 재계가 줄기차게 요구했던 규제완화, 감세 등 대기업 위주의 정책도 실현됐다. 출자총액제한제도 역시 논란 끝에 올 3월 폐지됐다. MB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의지가 반영된 결과였다. 이에 발맞춰 대기업도 이전과 다른 행보를 보였다. 조석래 전경련 회장을 중심으로 ‘울림’이 제법 큰 목소리를 냈다. 발걸음을 끊었던 그룹 총수가 전경련을 찾는 일이 잦아졌고, 조 회장 역시 대기업 회장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의견을 구했다. 누구도 이를 살아 있는 권력과 대기업의 ‘밀월 기간’으로 여기지 않았다. MB의 비즈니스 프렌들리는 현 정부의 핵심 컨셉트가 됐고, 재계는 봉황의 날개를 다는 듯했다.
CEO 대통령과 재계 총수의 첫 만남이 있은 지 2년여가 흐른 지금. MB와 대기업 사이엔 이상기류가 흐른다. MB는 올 6월 이후 대기업을 향해 독한 발언을 거듭 내놓는다. 정확하게 말하면 집권 여당이 6·2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이후다. “대기업도 진정으로 바닥 민심을 알고 사회적 약자에 대해 배려하는 마음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6월 11일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에서), “미소금융이 대부분 대기업 출자인데 본업이 아니다 보니 미흡한 부분도 있는 것 같다”(7월 20일 국무회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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