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이) 수익을 내면 나쁜 기업이고 적자를 내야 좋은 회사라는 얘기 아닙니까.”
익명을 요구한 한 대기업 관계자는 “‘비즈니스 프렌들리’라고 해 놓고 갑자기 이렇게 나오면 당황스럽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기업 입장에서는 바짝 엎드리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관계에 대해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재계가 혼란에 빠졌다. 이명박 대통령이 7월 29일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자발적 상생이 중요하고 강제 상생은 의미가 없다”며 한발 물러났지만 앙금이 가시지 않고 있는 것.재계는 대기업과 하청업체 간 수익률 차이 등 공개된 숫자와 달리 할 말은 많지만 혹시라도 대통령 의견에 각을 세우는 것으로 비치지는 않을까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주요 대기업 실적 발표가 맞물려 있는 시점에서 CEO 출신 대통령이 대기업과 각을 세워 친서민 정책을 보이는 것에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작심한 듯 “선거와 맞물려 친서민 정책이 먹혔다고 판단해 정책 방향을 바꾸는 것은 우리가 관여할 부분이 아니지만 친서민이 반(反)대기업과 동일하게 사용돼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최대 실적을 낸 대기업도 몸을 사렸다. 7월 29일 현대자동차, 7월 30일 삼성전자와 기아자동차가 각각 실적 발표를 했다. 사상 최고 실적이었지만 조용했다.삼성전자는 2분기 매출 37조8900억원, 영업이익 5조100억원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냈다. 현대자동차는 상반기 매출 17조9783억원에 영업이익 1조5660억원을 내 반기 기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기아차도 매출 10조6286억원, 영업이익 7335억원으로 역시 사상 최고치였다.하지만 이들 대기업은 최고 실적을 담은 보도자료를 내면서 1분기 때와 달리 모두 ‘사상 최대’ ‘역대 최고’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다. 현대자동차는 아예 “협력사 상생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국내 자동차산업 전반의 상생문화 확산에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겠다”고까지 밝혔다.대기업이 자체적으로 하청업체와의 상생 프로그램을 이미 시행해 왔는데 느닷없이 쓴소리가 쏟아지자 서운해하는 기색도 역력했다.한 대기업 관계자는 “지금 얘기가 나오는 일부 중소기업은 우리 1차 협력업체가 아니라 2차, 3차 협력업체로 직접적 관련은 없지만 결국 우리에게 처리해 달라고 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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