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위 대중의 시선을 잡아채고 호기심을 증폭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 “보고 싶다”라는 호감을 이끌어내는 것. 모든 영화 포스터의 목표겠지만, 원하는 바를 달성하기란 만만한 일이 아니다. 최근 한국영화 포스터들은 안일하게도, 스타 파워에 기대는 경우가 많았다. 배우 얼굴을 대문짝만하게 클로즈업하고, 예쁘게, 멋지게, 근사하게 만져놓은 고만고만한 포스터 가운데 정반대의 전략을 내세운 포스터 한 장이 시선을 끈다. 다소 촌스러운 양복을 쫙 빼입고, 기름진 장발과 번쩍이는 금 목걸이를 휘날리며 거리를 가득 메운 한 ‘떼’의 남자들. 그 안엔 한국 영화계 ‘카리스마’의 신구세대 대표주자 최민식과 하정우를 포함해 충무로 진국 배우들이 잔뜩 포진해있지만, 시선을 빼앗는 건 그들의 얼굴이 아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한 시대의 공기다. 경제 성장을 이루기 시작한 1980년대,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못 할 게 없었던 시대가 뿜어내던 달콤하고도 쾌쾌한 공기. 윤종빈 감독의 세 번째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이하 범죄와의 전쟁)는 1980년대 부산을 배경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나쁜 놈’들의 그림자를 좇는다.
암울한 시대의 치부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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