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젊음이 상이 아니듯, 나의 늙음이 형벌이 아니다.” 박범신 작가의 소설 『은교』는 이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순식간에 만개했던 벚꽃이 하나 둘 잎을 떨구기 시작한 봄의 한 가운데서 이 문장을 읽어서일까. 지는 꽃잎이 새삼 처연했다. 흔히 우리는 인생을 계절에 비유한다. 생명의 기운이 싹을 틔우는 봄이 아이라면 뜨겁게 타오르는 여름은 청춘이고, 꽃이 지고 열매가 맺히는 가을은 중년, 모든 것이 다시 땅으로 돌아가는 서늘한 겨울은 노년과도 같다.
많은 문학작품 혹은 영화의 주인공은 아무래도 봄과 여름이다. 예술이 아이와 청춘의 시간, 그 빛나게 타오르는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것은 벚꽃이 갑자기 피고 지는 것처럼 순식간에 지나가는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박범신 작가의 소설 『은교』는 이 만고의 진리를 되새기게 한다. 이제는 젊음에서 꽤 멀어져 나이 듦의 영역에 성큼 발을 들여놓은 작가는 아마 세상의 수많은 ‘봄’들에 질투가 났던 모양이다. 그리하여 앞서 말한, 가슴을 후비는 장탄식을 흘린다. 맞다. 젊음이 상이 아니듯 늙음은 벌이 아니다. 그저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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