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기업을 한국 증시에 상장시켜 한국거래소를 싱가포르나 홍콩처럼 키우려는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해 한국에 상장한 중국 기업의 부정행위가 잇따라 불거지면서 중국 기업 전반에 대한 불신이 번졌다. 한국에 상장된 우량 중국 기업은 단지 ‘중국’ 국적이라는 이유로 저평가돼 주식시장에서 기피대상이 되고 있다.
발단은 지난해 10월 24일이었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중국 기업인 중국고섬의 2010사업연도 보고서에 대해 감사인이 ‘의견거절’을 표시했다. 절차대로라면 상장폐지감이었다. 한국 상장 9개월 만이다. 중국고섬 경영진이 투자금을 본래 목적으로 사용하기 전 중국 부동산 투자금으로 전용한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중국고섬 주식은 시가총액이 작지 않고 한국의 여러 금융회사가 지분을 나눠 보유하고 있어 충격이 컸다. 중국고섬의 상장 주관사인 KDB대우증권은 그동안 ‘주관사 1위’를 달리고 있다가 “실사도 제대로 못한다”는 비난을 들었다. KDB대우증권 관계자는 “당시 거래소가 외국 기업 상장을 서두르다 보니 불과 6개월 만에 실사를 마치고 중국고섬을 한국에 상장시켰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의 상장 절차가 통상 1년 넘게 걸리는 걸 감안하면 상당히 빠른 진행이었다. 중국고섬은 싱가포르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후 해외주식예탁증서(DR) 형태로 한국 시장에 2차 상장했다. 현재 거래는 정지됐지만 싱가포르와 한국 간 금융제도 차이로 아직까지 최종 상장폐지 결정은 나지 않았다. 한국 증시의 국제 상장사간 제도보완 문제도 이 사안으로 처음 제기됐다.
※ 해당 기사는 유료콘텐트로 [ 온라인 유료회원 ] 서비스를 통해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