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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 집전화 찬밥 신세 더 심해져 

무제한 음성통화 요금제 후폭풍 

알뜰폰 업계도 타격 … 품질 떨어지는 무료 모바일 음성통화도 줄 가능성




일정 요금을 내면 스마트폰으로 이동통신사에 관계없이 마음껏 걸 수 있는 ‘무제한 음성통화’ 시대가 열렸다. 소비자 선택 폭이 넓어진 만큼 이동통신 업계 경쟁은 심화됐다.

업계 1위 SK텔레콤은 4월 30일 망내·외 무제한 음성통화 제공 요금제인 ‘전국민 무한요금제’를 내놨다. 종전 ‘T끼리 요금제’의 월 7만원대 이상 가입자에게 적용한 망내 음성통화 무제한 조건을 다른 통신사 가입자(망외)와 유·무선 음성통화로 확대 적용했다.


그간 업계는 앞 다퉈 망내·외 무제한 음성통화 요금제를 선보였다. LG유플러스는 앞서 4월 15일 업계 최초로 망외 무제한 음성통화 조건을 적용한 ‘무한자유 요금제’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KT도 4월 22일 ‘유·무선 완전무한 요금제’를 내놨다.

앞서 SK텔레콤은 3월 22일 T끼리 요금제로 망내 무제한 음성통화 서비스를 시작했다. KT와 LG유플러스가 뒤이어 비슷한 요금제를 내놨다가 LG유플러스·KT 순으로 서비스를 망외로 확대했다.

애초 SK텔레콤은 요금제를 망외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방침을 바꿨다. 경쟁사에 뒤질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공개가 늦었지만 SK텔레콤은 이전부터 요금제 확대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3사의 새 요금제 출시가 소비자와 관련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무제한 음성통화 시대가 열리면서 불똥이 엉뚱한 곳에 튀었다. 가뜩이나 찬밥 신세인 유선전화는 아예 퇴출될 가능성이 커졌다. 무제한 음성통화 요금제 사용자라면 스마트폰으로 요금 걱정 없이 통화할 수 있어서 굳이 유선전화를 쓸 필요가 없다. 알뜰폰·카카오톡 등도 후폭풍의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않다.

소비자 조사업체인 마크로밀엠브레인이 최근 전국의 스마트폰 사용자 10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77.4%가 ‘휴대전화와 유선전화 간 무제한 음성통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지금은 휴대전화에서 유선전화로 통화할 때 요금제별로 시간 제한이 있다. 이 제한까지 풀리면 굳이 유선전화를 사용할 필요성이 사라진다.

최근 3년간 유선전화 가입자는 1927만명에서 1826만명으로 100만명가량 줄었다. 무제한 음성통화 요금제 사용자가 늘수록 유선전화가 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특히 저렴한 요금을 앞세워 2011년 가입자 1000만명을 넘어선 인터넷 전화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KT는 이미 지난해 유선전화 매출이 3조3756억원으로 2011년보다 11.3% 감소했다. 무선전화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준비한 새 요금제가 유선전화 시장에선 불리한 부메랑이 될 수 있다. 업계 역시 이를 경계한다.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집전화(유선전화)가 TV를 보거나 음악을 감상하는 등의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허브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며 “다양한 수익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알뜰폰 꽃 피기 전에 지나

알뜰폰(MVNO, 이동통신 재판매)은 사업자가 통신사로부터 통신망을 빌려 쓰는 저가 서비스다. CJ헬로비전을 비롯한 사업자들은 기존 이통통신사보다 20~30% 저렴한 요금제를 무기로 전국에서 150만명의 가입자를 유치했다. 하지만 무제한 음성통화 요금제가 나오면서 타격이 불가피하다.

장윤식 한국MVNO협회장은 “정부가 도매대가를 내리지 않으면 경쟁이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도매대가는 알뜰폰 사업자가 이동통신사에 통신망을 빌리는 대가로 내는 돈이다. 현재 통화 1분당 54원, 단문 메시지 1건당 8원 등으로 책정된 도매대가 인하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알뜰폰 업계 사정을 감안해 지원 강화에 나섰다. 미래창조과학부는 5월 14일 ‘이동통신 서비스·단말기 경쟁 활성화와 가계통신비 부담 경감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알뜰폰 가입자도 6~7월 망내·외 무제한 음성통화 요금제에 가입할 수 있다.

SK텔레콤과 KT가 먼저 새 요금제를 알뜰폰 사업자에게 도매로 제공하며 LG유플러스는 검토 중이다. 요금은 통신사 3사 평균치의 절반 선에서 책정한다. 미래부는 또 도매대가를 내리고 알뜰폰 사업자가 통신사로부터 다량 구매 할인을 받는 조건을 완화하기로 했다. 최문기 미래부 장관은 5월 15일 중소 통신사업자 CEO 간담회에서 “알뜰폰 도매대가를 충분히 내릴 것”이라며 “알뜰폰 활성화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새 요금제 출시 이후 이동통신 업계의 제 살 깎기 관행이던 단말기 보조금 경쟁이 잦아들 조짐이다. 업계에 따르면 4월 한 달 번호이동(MNP)은 73만건으로 망내·외 무제한 음성통화 요금제가 나오기 전인 1월(100만건)보다 30% 가까이 줄었다. 전년 동기보다는 20% 넘게 감소했다.

SK텔레콤은 3월에 T끼리 요금제 출시 이후 고객 이탈은 10% 줄어든 데 비해 기기변경은 30% 늘었다. 6만원대 이상 요금제 가입자 중에선 기기 변경 비율이 70% 증가했다. 3월 이후 정부가 보조금 경쟁 통제 강화에 나선 데다 번호이동보다 새 요금제 가입이 득이라고 판단한 고객이 늘어서다.

보조금 경쟁에 과하게 투입하던 비용은 콘텐트 강화 등에 쓸 전망이다. LG유플러스가 최근 선보인 ‘풀 클라우드 LTE 내비게이션’이나 SK텔레콤 ‘데이터 선물하기’가 대표적이다. 무료 통화 시대에 보조금 경쟁으로 힘을 빼기보다는 새 콘텐트로 데이터 활용성을 강화하고 소비자에게 다가선다는 전략이다.

미래부가 5월 14일 발표한 가계통신비부담 경감 방안엔 10월부터 보조금 경쟁을 조사하고 제재·개선하는 내용도 있다. 여기엔 통신사가 단말기 출고가와 보조금을 의무로 공시하도록 법제화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출고가 거품도 지금보다 빠질 전망이다.

종전 요금제에 비용을 조금 더 보태면 통신사와 관계없이 무제한 통화할 수 있게 되면서 호황을 누린 무료 모바일 음성통화(m-VoIP) 업계는 긴장한 모습이다. 카카오의 보이스톡, NHN의 라인 등은 메시지뿐만 아니라 무료 통화 기능으로 국내외에서 인기를 끌었다.

5월 현재 보이스톡 가입자는 9000만명, 라인 가입자는 1억5000만명이다. 이들 서비스의 메시지 사용량은 크게 줄지 않겠지만 음성통화는 좀 다를 수 있다. 가뜩이나 통화 품질이 떨어지는 마당이라 새 요금제 가입자라면 굳이 무료 모바일 음성통화를 이용할 필요가 없어졌다.

무료 모바일 음성통화가 대개 국제전화용이었다는 점에서 큰 타격은 없을 거란 반론도 만만찮다. 통신사의 새 요금제에 가입해도 국제전화를 걸 땐 별도 요금을 내야 한다. 국제전화에 보이스톡·라인을 쓰는 수요가 유지되리란 전망이다. 세계 시장에서 가입자를 선점한 이점도 무시할 수 없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라인 가입자는 일본 5000만명, 태국 1600만명, 스페인 1000만명 등으로 세계 각국에 분포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스마트폰 보급률이 45.5%에 이르는 만큼 가입자가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며 “연말까지 2억5000만명, 내년까지 4억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무료 모바일 음성통화 업계는 PC 연동 통화, 영상결합 통화 등 다양한 시도로 망내·외 무제한 음성통화와 차별화한다는 계획이다.




1189호 (2013.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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