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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 헛수·악수 되지 않게 직원 적재적소에 

정수현의 바둑경영 

정수현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
조직 기여 유도하는 역할 맡겨야 … 직원의 체면 살리는 리더십도 중요



바둑은 기업 조직을 이끌어가는 경영자처럼 용병술이 필요하다. 부하 직원을 잘 관리하고 활용해 성과를 거둬야한다. 군대의 병사나 기업의 직원에 해당하는 바둑돌을 적절히 활용하지 못하면 좋은 바둑을 둘 수 없다. 경쟁에서 승리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그런 점에서 바둑의 용병술은 기업의 조직관리나 리더십에도 의미 있는 교훈을 줄 수 있다. 바둑판의 조직관리 기법에는 경영학의 조직관리와는 색다른 내용이 있다. 예를 들어 각 부분이 조화를 이루도록 해야 하고, 탄력 있는 조직으로 만들어야 하며, 어느 한 쪽으로 편재된 시스템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 등이다. 덩치만 크고 둔중한 조직이나 직원들의 기능이 중복된 조직은 비능률적인 조직이라고 본다.

바둑돌마다 생명 있다

물론 바둑판 위의 바둑돌은 살아서 움직이는 조직 속의 인간과는 다른 점이 많다. 개인마다 생각과 동기가 다른 인사조직에 비해 바둑돌 조직은 말이 없는 존재다. 하지만 조직을 이끌어가는 원리나 노하우에는 비슷한 점이 많다. 바둑돌은 무생물이지만 때로는 살아서 숨쉬는 생물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어떤 프로기사는 바둑돌에도 생명이 있다고 주장한다. 호인·악인·속물·기인·괴인 등으로 사람의 특징을 나타내듯이 바둑돌도 호수·악수·속수·기수·괴수와 같은 이름이 있다.

바둑판의 용병술 중에서 기업이나 다른 조직에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 특별한 노하우를 하나 소개하려고 한다. 그것은 바둑돌의 체면을 살려준다는 관념이다. 프로기사들은 자신이 두는 바둑수마다 체면을 세워 주려고 한다. 기사들은 바둑돌에도 사람처럼 체면이 있다고 본다.

사람은 누구나 체면이 깎이는 것을 싫어한다. 특히 체면의식이 강한 한국인들은 체면을 상하게 하면 적대감을 갖게 되며, 이로 인해 인간관계가 나빠지는 수가 많다. 따라서 조직의 리더들은 고객과 외부 관계자들은 물론 부하 직원의 체면을 훼손시키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바둑에서 체면을 세워 준다는 것은 듣기 좋은 말로 칭찬하는 것과는 의미가 다르다. 바둑돌이 바둑판에서 제 역할을 하도록 해 주는 것이 체면을 살려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그 돌이 최소한 자기 밥값은 하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다. 자기 돌이 밥값도 못하는 무의미한 돌이 되지 않도록 애를 쓰는 것이다.

돌의 체면이 의미하는 바를 좀 더 선명하게 이해하기 위해 바둑모양을 살펴보기로 하자. [1도] 흑집 속에 백돌 ◎ 한점이 외롭게 놓여 있다. 백이 둔다면 이 돌을 살려낼 수도 있는데, 이 돌의 체면을 살려주는 방법은 어떤 것일까.

[2도] 백1 이하로 살자고 하면 13까지 살 수는 있다. 흑집 속에서 독립된 두 집을 내고 살았다. 그러나 이것은 흑14까지 외세를 두텁게 해 주는 등 조직에 해를 끼치게 된다. 자신의 목숨은 건졌지만 조직을 해롭게 해 결코 명예로운 삶은 아니다.

[3도] 이런 경우 고수들은 백돌을 살리는 것보다 백1에 두어 백돌 한 점을 버리는 전략을 쓴다. 백1·3으로 이익을 보아 조직에 플러스를 가져오기 때문에 백돌 한 점은 잡히더라도 역할을 다한 것으로 본다. 2도의 구차스런 삶보다 3도처럼 버리는 것이 이 돌의 체면을 살려주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다소 극단적인 예지만 돌의 체면이 조직을 위해 공헌하는 것을 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많은 경우 바둑 고수들은 자신의 돌들이 호수가 되도록 하여 체면을 살리는 방식을 쓴다. 조직에 기여하는 훌륭한 존재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바둑판에서 아무 기능도 못하는 의미 없는 수를 ‘헛수’라고 한다. 이런 헛수를 두는 것은 체면을 구기는 일이다. 또한 쩨쩨한 꼼수나 치졸한 수를 두는 것도 그 돌의 체면을 상하게 하는 것이다.

체면 살려주면 사기·능률 올라

기업에 비유하면 돌의 체면을 살려준다는 것은 부하 직원이 조직 내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하는 존재로 만들어 주어 자신도 조직의 발전에 공헌하고 있음을 인정해 주는 것이다. 직원들이 자신이 속한 조직의 목적에 공헌하려는 의욕을 가지고 나름대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면 그 기업은 탄탄해질 것이다. 경영자는 바로 이러한 공헌 욕구를 자극시켜 기업의 능률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부하의 체면을 세워주는 용병술을 펼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체면 존중’ 리더십을 적용하려면 다음과 같은 세 가지를 실천하는 것이 좋다. ‘조직 구성원 개개인의 인격과 체면을 중시하라’ ‘조직 내에서 직원들이 의미를 갖도록 하라’ ‘직원들이 헛수나 악수가 되지 않도록 배치하라’이다. 많은 리더가 기본적으로 알고 있는 바지만 직원들의 체면을 살려주는 것은 사기를 앙양하는 길이다.

리더가 부하의 체면을 살려주면 일을 열심히 하려는 동기를 유발하는 데 효과적이다. 능숙한 경영자들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 부하의 칭찬을 하여 얼굴을 세워준다. 체면에 살고 죽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이것만큼 아랫사람을 통솔하는 효과적인 방법도 없다.

체면을 살려주는 또 하나의 방법은 부하가 잘못 했을 때 다른 사람들이 있는 곳에 꾸짖지 않고 조용히 불러 지적하는 것이다. 타인 앞에서 모욕을 주면 자존심이 상해 그 사람은 반감을 갖게 된다. 리더가 부하들의 체면을 살려주려는 노력을 한다면 조직관리를 하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

리더들은 또한 조직 구성원들의 존재와 일에 대한 의미를 고려해야 한다. 조직 내에서 각 직원들은 각자 의미 있는 일을 수행한다. 자기가 하는 일이 의미가 크다고 생각할 때 직원들은 그 일에 대한 의욕이 높아질 것이다. 하찮은 일이라고 생각하면 별로 재미가 없을 것이며 존재감도 느끼기 어려울 것이다. 이것이 심해지면 조직에서 떠나려고 할지 모른다.

이런 점에서 직원들이 헛수나 악수 역할을 하지 않도록 배치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직의 어떤 구성원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라면 헛수나 다름없다. 그런 직원을 만든다면 조직관리는 문제가 있다. 부하 직원이 마이너스 역할을 한다면 그 조직은 위험해진다. 바둑돌의 체면을 살리듯 부하직원의 존재 의미를 살려주는 ‘체면 존중 리더십’을 발휘해 보면 어떨까.

1196호 (2013.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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