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미래부 이상한 경매안···절박한 KT 

LTE 주파수 경매 논란 

SKT·LGU+ 연합 구도 … 주파수 사용료 외국보다 비싸지 않아



‘우는 아이 젖 더 준다’는 말은 국내 이동통신 업계에서 불문율처럼 통한다. 정부가 통신시장을 좌지우지하는 통에 3개뿐인 이통사는 조금만 불리한 정책이 나오면 정부에 대고 우는 소리를 했다. 그러면 정부는 선심 쓰듯 특혜를 나눠줬다. 피해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이동통신 요금을 내야 하는 소비자다.

요즘도 SK텔레콤·KT·LG유플러스는 롱텀에볼루션(LTE) 주파수 경매를 놓고 진흙탕 싸움을 벌인다. 경쟁사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면서 동시에 정부에 하소연을 한다. 하지만 이번 주파수 전쟁의 이면에는 어떻게든 국가자산인 주파수를 싼값에 쓰려는 이통사의 셈법이 숨어 있다. LTE 주파수 경매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알아봤다.


# 주파수가 뭐기에? - 주파수 대역 넓을수록 통신 속도 빨라

주파수는 전파나 음파가 1초 동안 진동하는 횟수다. 가령 FM 라디오 95.9MHz는 1초 동안 전파가 9590만번 진동한다는 뜻이다. 국내 이동통신사는 각자 할당 받은 주파수 범위 내에서 서비스를 한다. 같은 주파수 대역에 여러 통신사가 겹치기도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주파수는 도로에 비유할 수 있다. 1차선 도로보다 2차선이 빠른 속도를 내는 것처럼 주파수 역시 대역폭이 넓을수록 데이터 전송 속도가 빠르다.

그동안 통신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주력으로 사용하던 800MHz를 ‘황금 주파수’라고 불렀다. 저대역 주파수인 800MHz는 고대역에 비해 훨씬 먼 곳으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때문에 음성통화를 주로 사용하던 2세대(2G) 서비스 시장에서는 저대역 주파수가 인기였다. 시장 2~3위인 KT와 LG유플러스가 ‘정부가 SKT에 특혜를 줬다’고 주장해 온 배경이다.

결국 2010년에 정부는 KT와 LG유플러스에도 800MHz 대역 일부를 할당했다. 그런데 상황이 달라졌다. 스마트폰이 일반화되고 데이터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대역폭이 넓은 주파수가 필요했다. 주파수 대역이 넓어질수록 보내는 데이터량이 많아져 통신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최근 이통사 간 주파수 전쟁은 더 폭넓은 주파수 대역을 차지하려고 하는 KT와 이를 막으려는 SKT·LG유플러스와의 대결이다.

# 1.8GHz에 이통사가 목 매는 이유는? - KT가 가져가면 차세대 LTE 주도권 잡을 수도

이번에 정부가 경매방식으로 내놓은 주파수 대역 중 이통사들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것은 1.8GHz 대역이다. KT가 LTE 서비스를 하는 주력 주파수 대역이다. SK텔레콤은 이 대역을 보조 주파수로 쓰고, LG유플러스는 2G용으로 사용한다. KT는 전국에 상향 1.745~1.755GHz, 하향 1.84~1.85GHz 주파수를 깔아놨다. 이 사이 값을 쉽게 1.8GHz라고 부른다. 상·하향 대역폭이 10MHz다.

국내 이통 3사의 LTE 서비스는 모두 10MHz 대역폭을 사용한다. 최고속도는 75Mbps다. 그런데 이번에 경매로 나온 주파수 중 KT가 사용하는 주파수와 바로 인접한 대역인 1.83~1.84GHz가 있다. 만약 KT가 이 주파수를 가져가면, 바로 광대역 서비스를 할 수 있다. 광대역이란 통신사가 쓰는 주파수의 대역폭을 넓히는 것이다. 1차선 도로가 2차선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KT는 이 대역을 가져가면 현재 75Mbps인 속도를 큰 투자 없이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인 150Mbps로 늘릴 수 있다.

이와 달리 SKT는 1.85~1.86GHz를 쓰는데, 경매로 나온 대역을 확보한다고 해도 주파수가 딱 달라붙지 않아 효율성이 떨어진다. 1차선 도로 옆에 논두렁이 있고 그 옆에 다시 1차선 도로를 세우는 것과 마찬가지다. LG유플러스는 2.1GHz 대역이 LTE 주력 주파수기 때문에 더 상관이 없다. 해외 이통사들도 대부분 4G 서비스로 1.8~2.2GHz 대역을 사용하기 때문에 로밍 서비스를 제공할 때도 1.8GHz 대역이 훨씬 유리하다.

# 미래부는 장고 끝 악수? - 경매안을 경매하는 이상한 경매

그동안 정부는 LTE 주파수 할당 방식을 놓고 고심했다. 이통 3사가 모두 만족할 방안이 딱히 없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통신 업계에 따르면 크게 세 가지 방안이 유력했다고 한다. 1.8GHz 대역는 LG유플러스에 우선권을 주고 2.6GHz를 나눠서 SKT와 KT에 할당하는 것이다. LG유플러스가 가장 원하던 방식이다.

1.8GHz 대역에서 서비스를 하던 KT에 인접 주파수를 할당해 KT가 광대역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됐다. 하지만, 나머지 두 회사의 반발이 거셌다. 셋째 안은 모든 통신사가 똑같이 경매에 참여하도록 하면서, KT나 SKT가 1.8GHz를 낙찰 받으면 기존에 쓰던 주파수를 반납 받는 조건이다. 공평한 듯 보이지만, 세 통신사 모두 주력망에서 광대역 서비스를 하지 못하는 하향 평준화 방식이라는 논란이 있었다.

결국 미래부는 스스로 ‘가장 합리적’이라고 평한 혼합경매방식을 내놨다. 미래부는 6월 27일 주파수 경매 방식을 확정 발표했다. ‘복수밴드 혼합경매’라는 것인데, 일반인은 물론 통신업계 관계자들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토로할 만큼 복잡한 구조다. 2개의 밴드플랜(주파수 대역 조합)을 동시에 경매해 최종 입찰가가 높은 밴드플랜에서 낙찰자를 정하는 방식이다.

논란이 되는 1.8GHz 인접대역 주파수를 포함한 A안과(밴드플랜1)과 포함하지 않는 B안(밴드플랜2)을 동시에 제시해 입찰가가 높은 경매안에서 낙찰자를 결정하는 것이다. 수산물 경매에 비유하면, 농어·참치·광어가 들어 있는 박스1과 숭어·광어가 들어있는 박스2를 경매에 내놓고 박스 1·2 중 한 어종만 입찰하게 해 가장 비싼 가격을 낸 입찰자가 낙찰이 되는 것이다. 관련 업계에서 “주파수가 아닌 경매안을 경매하는 이상한 경매”라는 볼멘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 이통 3사 왜 반발하나? - 낙찰가 천정부지로 오를 우려

주파수 할당방안 발표를 앞두고 난타전을 펼쳤던 이통 3사는 미래부 발표 이후에도 상호비방전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각 사노동조합까지 가세해 전면전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KT 노동조합은 7월 2일 기자회견을 열고 경쟁사를 ‘재벌’이라고 칭하면서 “재벌에게는 꽃놀이패를, 국민기업 KT에게는 독배를 마시게 하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KT 노조는 “정부안은 경매방식상 구조적인 불공정 문제를 내포하고 있으며, SKT와 LG유플러스가 담합을 통해 KT를 시장에서 퇴출시킬 수 있는 방안”이라고 밝혔다.

또한 “퇴출을 면하기 위해 KT가 4배 이상 돈을 더 써서 (1.8GHz 대역이 포함된) 밴드2가 선택된다 하더라도 이번 경매제도에서는 재벌들이 밴드2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주파수를 최저가에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고 힐난했다.

다른 두 회사 노조는 발끈했다. 같은 날 SKT 노조는 “KT는 특혜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재벌 담합을 운운하는 등 본질을 호도하는 비이성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튿날 LG유플러스 노조도 “KT는 주파수 할당방안에 인접대역이 포함됐음에도 특혜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노조를 앞세워 성명서와 신문광고 1면을 도배하는 등의 행태를 보여 경악을 금할 수 없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통 3사가 경매를 보이콧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지만, 사실상 어려운 일이다. 미래부는 이번 경매 이후 내년 말까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추가 경매는 없다고 못 박았다. 데이터 사용 급증으로 새로운 주파수 확보가 절실하기 때문에 집단 보이콧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

# 복잡해진 이통사의 셈법은? - KT vs SKT·LGU+ 연합군 싸움

이번 경매는 8월 말까지 50라운드에 걸쳐 진행된다. 중도에 포기자가 없어 최종 입찰자가 결정되지 않으면 51라운드에서 밀봉입찰을 통해 결정된다. 이통 3사로서는 선택할 카드가 그리 많지 않다. KT는 1.8GHz 인접 대역을 가져오기 위해 올인해야 하는 상황이다.

두 경쟁사가 이미 LTE-A 서비스를 시작한 마당에 맞불을 놓으려면 기존에 쓰던 주파수에 붙여서 광대역 서비스를 할 수 있는 밴드플랜2 낙찰이 절실하다. 하지만 KT를 저지하려는 SKT와 LG유플러스가 입찰가를 높이기 위해 맞서면 낙찰가가 천정부지로 오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SKT는 KT의 광대역 주파수 할당을 막아야 하기 때문에 밴드플랜1을 낙찰 받는 게 유리하다.

SKT는 2.6GHz나 1.8GHz 중 어떤 주파수를 받아도 광대역 서비스를 하는 데 문제는 없다. LG유플러스는 1.8GHz에 단독 입찰할 수 있는 밴드플랜1을 노릴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1.8GHz 확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고, SKT와 마찬가지로 KT가 손쉽게 광대역 서비스를 하는 것을 견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매가 진행되는 동안 3사는 밴드플랜1·2의 7가지 주파수 중 1개씩밖에 입찰하지 못한다. 총 입찰가는 사업자가 입찰을 하든 안 하든 최저가로 매겨진다. 경매 시작가 총액은 1안이 1조6314억원, 2안이 1조9202억원이다. 업계에선 이통 3사가 모두 입찰할 수 있는 1.8GHz가 들어있는 밴드플랜2 D블록은 1조원 이상, 전체로는 3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주파수 경매를 놓고 이동통신 3사의 설전이 식을 줄 모른다. 왼쪽부터 SK텔레콤 하성민 사장, 이석채 KT 회장,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



# 한국 주파수 사용료가 너무 비싸다? - 선진국에 비하면 저렴한 편

일부 언론은 이번 주파수 경매를 ‘머니 게임’ ‘쩐의 전쟁’ 등으로 표현하지만 우리나라 주파수 사용료가 그리 비싼 것은 아니다. 올 2월 4세대 이동통신 주파수 경매를 마친 영국의 총 낙찰금은 우리 돈으로 약 3조9000억원이었다. 그것도 2000년 3G 주파수 경매와 비교하면 10분의 1로 줄어든 것이다.

독일은 2010년 5월 800MHz와 2.6GHz 주파수 대역을 경매했는데, 4개 사업자가 참여해 6조7000억원에 낙찰됐다. 이탈리아도 비슷한 대역의 주파수를 2011년 9월 경매했다. 경매에는 4개 회사가 참여했다. 낙찰금액은 6조2500억원이다. 800MHz 대역의 낙찰가는 4조6900억원이었다.

2011년 8월 방송통신위원회가 시행했던 800MHz와 1.8GHz의 주파수 최종 낙찰가는 9950억원이었다. KT가 1.8GHz 대역에 대한 입찰을 포기해 SKT가 낙찰 받았다. 그해 SKT 매출액은 15조4000억원이었다. 주파수 대금은 매출액의 6.5% 수준이었다. 반면, 2007년 미국 버라이즌은 700MHz 대역 30MHz 폭을 96억 달러에 낙찰 받았다. 매출액 대비 18% 수준이었다. 당시 이석채 KT 회장은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1.8GHz 대역 가치는 1조5000억원 정도”라고 밝힌 바 있다.

예전에도 주파수 헐값 할당 논란이 없지 않았다. 2000년 차세대 이동통신(IMT 2000) 사업자를 선정할 때 정부는 이통사업자가 주파수를 쓰는 대신 출연금 명목으로 3~4조원 정도를 요구했다. 당시 영국보다는 10배가 적고, 프랑스보다는 5배가 낮은 액수였다.

# 주파수 경매는 정부 배 불리기? - 주파수 대금 IT·방송 발전기금에 쓰여

주파수는 국가 재산이다. 때문에 주파수 할당 대가 역시 국가를 위해 쓰인다. 주파수 경매로 조성된 금액은 정보통신진흥기금(정진기금)과 방송통신발전기금(방발기금) 두 곳에 편성된다. 비율은 55대 45다. 미래부에 따르면 올해 정진기금 예산은 6929억원, 방발기금은 5661억원이다. 정진기금은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진흥과 연구개발, 인력 양성, IT 기술 표준화 제정 등에 쓰인다.

방발기금은 방송 네트워크 고도화, 방송 콘텐트 제작 지원, 시청자 피해 구제 등에 사용된다. 이통사들이 주파수 할당 대가를 한번에 내는 것도 아니다. 미래부 관계자는 “주파수 경매가 종료되면 낙찰자가 먼저 25%를 납부하고 남은 주파수 사용 기간 동안 분할 납부한다”고 설명했다. 총 낙찰금액이 2조원이라면 5000억원을 먼저 내고 나머지는 8년 동안 나눠낸다.

# 주파수 경매 방식이 통신요금 올린다? - 낙찰가 높아도 요금에 미치는 영향 거의 없어

이통사들은 2010년 2월 전파법 개정으로 주파수 경매제가 도입될 때부터 낙찰가격이 올라 결국 소비자의 통신요금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소비자들도 그런 우려를 한다. 한국소비자연맹 정지연 사무총장은 “주파수 가격이 올라가면 통신사들이 통신요금을 올려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계와 전문가들 얘기는 다르다.

6월 21일 열린 ‘주파수 할당방안 마련을 위한 공개 토론회’에서 최용제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3세대 이동통신 시장을 연구한 결과 주파수 낙찰 금액이 큰 나라와 작은 나라의 통신 요금 격차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낙찰금액이 통신요금 인상을 이끈 요인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미래부 조규조 전파정책관은 “경매로 인해 통신요금이 오를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주파수 할당 대가가 요금으로 전가되는 경우는 없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국책연구기관인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도 2011년 말 낸 보고서에서 ‘해외 주요국의 주파수 할당 이후 요금 인하율을 조사한 결과 경매가가 높았던 독일·영국·이탈리아·네덜란드의 요금 인하율이 나머지 국가와 유사하게 나타나는 등 할당(경매) 대가수준이 요금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 관전 포인트와 파장은? - KT 1.8GHz 확보에 따라 시장 판도 바뀔 수

남은 한 달 간 이통사 간 치열한 수 싸움이 전개되겠지만, 핵심 관전 포인트는 KT가 1.8GHz 인접대역을 확보하느냐 못하느냐다. SKT는 6월 말 LTA-A 서비스를 시작했다. LG유플러스도 7월 1일 서비스에 들어갔다. LTA-A의 핵심 기술은 케리어 어그리게이션(CA)이다. 간단히 말하면 서로 다른 주파수 대역을 합쳐서 통신 속도를 높이는 주파수 결합기술이다. KT는 아직 LTE-A 서비스를 하지 않는다.

LTE-A를 전국으로 확대하려면 기존 주파수의 전국망과 같은 품질의 다른 주파수 전국망이 있어야 한다. 때문에 네트워크 구축 비용이 그만큼 많이 든다. KT가 이 서비스를 하려면 약 7조원 정도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KT가 1.8GHz 인접대역을 확보하면 이런 큰 비용 없이 광대역 서비스를 할 수 있다. 광대역 LTE는 LTE-A의 6분의 1 수준 비용이면 된다는 것이 업계 추산이다. KT가 1.8GHz 인접대역을 할당 받지못하면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LTE 시장에서 만년 3위인 LG유플러스에 역전을 당한 KT가 LTE 속도를 2배 높이려면 LTE-A기술을 개발할 수밖에 없다. 시간과 비용 모두 부담이다. 이미 할당 받아 놓고 쓰지 못하던 900MHz 대역을 활용할 수 있지만, KT는 900MHz가 불량 주파수라고 주장한다. 또한 LTE-A는 단말기를 교체해야 하지만, 광대역 LTE는 단말기 교체 없이 속도를 2배 높일 수 있어 마케팅 측면에서 훨씬 유리하다. 시장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1196호 (2013.07.15)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