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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테슬라는 고성능 인기몰이 BMW 야심작은 출발선 대기 

해외 전기차 시장은 지금 

김태진 객원기자
선진국 환경 규제 맞추려면 전기차 판매 필수 … 자동차 시장 지각변동 이끌지 관심



가솔린 엔진 개발의 역사는 100년이 넘는다. 디젤도 70년 넘게 발전했다. 이와 달리 양산 전기차 개발 역사는 20년 남짓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국내외 전기차의 기술 개발이 급속히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본다. 갈수록 강화되는 환경 규제에 대응하려면 전기차 개발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주요 전기차 시장으로 꼽히는 미국·유럽에서 2015~2020년 자동차 연비 및 배기가스 관련한 규제가 대폭 강화된다. 이에 따라 자동차 회사들은 완전 무공해 차량인 전기차를 일정 대수 이상 팔아야 기존 내연기관 차량을 팔 수 있다. 미국 정부는 자체 연비 기준을 마련해 2016년까지 1갤런으로 달릴 수 있는 거리(마일)를 자동차 회사의 평균 연비로 환산해 35.5 mpg(갤런당 마일)로, 2025년까지 54.5 mpg로 맞추도록 했다.

지난해 기준 미국에서 팔린 신차의 평균 연비는 21.2mpg 였다. 결국 전기차를 판매하지 않고는 새로운 기준을 맞추기 어렵다. 평균 연비가 기준치에 미달하면 0.1mpg당 5.5달러의 벌금을 전체 판매 차량에 부과한다.

2015~2020년 연비·배기가스 규제 대폭 강화

미국 캘리포니아·뉴욕주를 비롯한 10개 주는 2025년까지 신차 판매에서 15%를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량(FCEV)으로 채운다는 목표를 정했다. 특히 캘리포니아주는 ‘연간 신차를 6만 대 이상 판매하는 업체는 2018년부터 전체 자동차 판매의 4.5%를 배기가스 무배출 차량으로 채워야 한다’고 못박았다.

이런 규제에 따라 기아자동차는 내년께 쏘울 전기차를 개발해 미국 시장에 투입할 계획이다. 쏘울 EV는 완전히 충전되면 약 200km를 달릴 수 있다. 최고 속도는 140km다. 유럽은 2015년부터 자동차 업체의 이산화탄소 평균 배출량이 130g/km을 넘으면 벌금을 부과한다. 2020년까지 이를 95g/km으로 감축해야 한다.

고유가 파동이 거센 2000년대 초, 자동차 회사들은 연비 향상에 주력했다. 그 결과 요즘 신차의 연비 효율은 20년 전보다 배 이상 좋아졌다. 전기차 개발도 마찬가지다. 자동차 회사마다 선진국의 환경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전기차 개발에 기술력을 집중하고 있다. 여기에 각국 정부의 보조금이 활성화된다면 2020년 무렵에는 지금의 가솔린·디젤 차량 성능 못지 않은 2000만원대 전기차를 구입할 수 있을 걸로 본다.

이번에 국내 예약이 끝난 SM3 Z.E.의 성능은 미국·유럽·일본에서 시판 중인 전기차와 대등한 성능을 발휘한다. 한 번 충전해 135km 이상 달릴 수 있다. 최고시속 135km까지 주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단 합격이다. 리튬-이온 배터리 용량(22kWh)도 뒤지지 않는다. 시판 중인 양산형 전기차로 일반도로뿐 아니라 고속도로까지 달리려면 한 번 충전해 달릴 수 있는 주행거리가 100㎞가 넘고 시속 120㎞ 이상은 나와야 한다.

세계 선두권 자동차 업체의 전기차 기술력은 큰 차이가 없다. 대부분 배터리를 외부에서 조달해 전기차 차체 개발 이외에는 크게 차이 날 게 없다. 이남석 중앙대 교수(경영학)는 “배터리 중심의 100% 전기차(BEV)는 미국·유럽이, 중간 형태인 하이브리드(HEV)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는 일본 업체가 주도하지만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며 “전기차의 충전 방식이 어떤 식으로 표준화될지, 대륙별로 어떻게 달라질지가 전기차의 보급 속도를 가늠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국 정부의 환경 규제로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고 있지만 국가별로 추진하는 전기차 인프라에 따라 보급 속도가 좌우될 것이란 얘기다. 전기차 전문 사이트인 hybrid.com은 2020년까지 세계 전기차 판매량이 연 평균 35.2%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전기차의 가장 큰 매력은 가장 저렴한 연료비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전기차는 가솔린이나 디젤차에 비해 경제적이다. 단, 현재 전기요금 체제에 별도의 추가 세금이 붙지 않는다는 전제에서다. 국내에서 SM3 Z.E.에 가정용 충전기로 130km를 달릴 수 있도록 가득 충전하는 데 7000원 정도 든다. 동급 가솔린차의 평균 연비를 L당 13km로 보고 같은 거리를 달리려면 대략 연료비가 2만원 정도다. 현재의 전기요금 체계에서는 전기차가 가솔린 자동차보다 거의 3배 수준으로 경제적인 셈이다.




페라리 성능 맞먹는 전기차도 등장

그렇다면 현재 시판 중인 전기차의 성능을 기존 내연기관 차량과 비교해보면 어떤 수준일까. 오로지 전기차만 개발하는 미국 테슬라(Tesla)가 성능면에서 가장 앞서 있다. 가장 빠른 전기차로 손꼽히는 테슬라의 ‘모델S’를 분석해보면 재미있는 결과가 나온다.

기본 가격이 7만 달러(약 8000만원)인 이 차는 엔진과 함께 작동하는 하이브리드 형태가 아니라 100% 배터리 동력으로 구동한다. 가솔린 엔진을 단 스포츠카의 대명사 페라리에 버금가는 가속력이 특징이다.

엑셀을 꾹 밟으면 3.7~3.9초 이내에 시속 100km에 이른다. 최고 시속도 200㎞를 넘나든다. 한번 완전 충전으로 400km 이상 달릴 수 있는 데다 주문 생산이 아닌 양산형이다.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여지가 있는 것이다. 기존 내연기관 차량처럼 전기차 전용 차체에다 엔진 격인 모터, 기름 탱크인 배터리를 그 위에 장착하는 식으로 조립했다.

모델S는 올해 1분기에만 북미 시장에서 4750대가 팔렸다. 평균 가격이 3억원대인 페라리의 전 세계 연간 판매량이 7000대 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모델S는 적어도 고급 스포츠카 시장에서 전기차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전기차가 성능이 뒤져 탈 수 없다는 것은 모델S에는 해당이 되지 않는다.

전기차는 가솔린차에 비해 엔진· 변속기 같은 덩치 큰 부품이 필요 없다. 수납공간을 더 많이 만들 수 있고 새로운 디자인도 시도를 할 수 있다. 모델S의 경우도 통상 엔진이 들어가는 보닛룸을 비워 짐을 싣는 트렁크로 쓴다. 이 차의 놀라운 성능의 비결은 독특한 리튬이온 건전지다. 주로 휴대폰에 사용하는 어른 검지 손가락 크기의 리튬이온 전지 약 6800개를 연결해 차의 밑바닥에 쫙 깔았다. 중량만 450kg에 달해 무겁지만 최고 56kwh의 성능을 낸다.

도요타의 프리우스 같은 하이브리드차에 사용하는 사과박스 모양의 배터리와 전혀 다른 형태다. 모터의 최대 출력은 215kw로 가솔린 엔진 출력으로 보면 300마력이 넘는다. 페라리 4.5L V8 엔진의 570마력보다는 못하지만 가속력을 좌우하는 최대토크는 43.9㎏·m로 넉넉하다. 모델S가 단순 비교한 페라리의 성능에 못 미치지만 가속력에서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무게가 1735㎏으로 동급 스포츠카보다 100㎏ 이상 가볍기 때문이다. 이는 내연기관 차량에 들어가는 복잡한 부품이 필요 없어서다.

테슬라는 모델S의 히트로 올해 1분기에 전기차 업체 역사상 처음으로 순이익 1100만 달러(약 120억원)를 냈다. 매출 역시 지난 분기보다 83% 증가한 5억6200만 달러(약 6300억원)를 기록했다. 테슬라의 주가도 급등했다. 연초 대비 올해 6월까지 전년 대비 180% 상승했다. 테슬라는 고성능 전기차의 수요가 충분하다고 보고 3~4년 후 출시할 소형 크로스오버 세단의 가격을 3만 달러대로 낮출 계획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테슬라 다음으로 BMW가 전기차 시장에 불을 지필 후보로 꼽는다. 이 회사는 9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양산 전기차 BMW i3를 공개하고 11월 독일에서 먼저 판다. 7월 24일 BMW i3의 기본 가격을 3만4950 유로(약 5200만원)로 발표했다. 가정에서 충전할 수 있는 BMW i 월박스(Wallbox)를 비롯한 각종 충전장비도 함께 제공한다. 한 번 충전에 160㎞를 달릴 수 있다.

이 회사는 독일 라이프치히 공장에 4억 유로(5900억원)를 투자해 전기차 전용 생산 라인을 만들었다. 다른 두 곳의 공장에는 2억 유로(2950억원)를 들여 관련 부품 생산 설비를 도입했다. 한국에는 내년 상반기께 내놓을 예정이다. BMW i3는 처음 설계부터 전용 차체를 도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 양산 전기차는 기존 소형차에 엔진과 변속기 대신 모터와 배터리를 얹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전기차 전용 설계라 디자인부터 미래형 전기차라는 느낌이 확 난다”고 강조한다. BMW 그룹은 한국 시판 가격을 6000만원 정도로 추정한다. 정부 보조금을 감안하면 소비자는 4000만원대에 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가 자동차 업계 생존 좌우할 수도

폴크스바겐은 ‘골프 e블루모션’을 포함한 20여종의 전기차를 2015년까지 각국에 출시할 예정이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인 아우디 ‘A3 e-Tron’은 국내 시장에도 나온다. 미국 GM의 스파크는 미국을 시작으로 올해 안에 한국 시장에도 선보인다.

100% 무공해 차량(ZEV:Zero Emission Vehicle)인 전기차는 자동차 업체의 생존을 좌우하는 차량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독일 완성차 업체는 내년부터 BEV를 중심으로 신차를 다수 출시할 예정이다. PHEV도 차세대 모델로 다양하게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완성차 업체도 다양한 BEV·PHEV 라인업을 구축했다. 전기차가 휴대폰 시장의 지도를 바꾼 스마트폰 역할을 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크다. 누가 아이폰 같은 전기차가 될지 관심거리다.

전기차의 종류 100% 배터리만 동력원으로 쓰는 전기차를 BEV라 한다. 엔진과 배터리 동력을 같이 나눠 쓰는 차는 하이브리드(HEV)라고 부른다. 100%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의 중간 형태로 배터리 동력만으로 50∼100㎞를 주행할 수 있는 차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다.

1199호 (2013.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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