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나리오 1: 부동산 가격이 2007~2008년 가격으로 회복돼 다시 상승하거나 유지된다.# 시나리오 2: 부분적이고 약한 하락 수준이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 바탕을 둔 금융·제도적 지원으로 대략 4~5년 동안 지속한다.# 시나리오 3: 롤러코스터를 타듯이 부동산 가격이 반복적으로 등락하는 일희일비 장세가 이어진다.# 시나리오 4: 1~2년 사이에 40~50% 이상 폭락한다.# 시나리오 5: 정부 대책이 먹혀 들지 않고 동시에 전 세계가 장기적으로 저성장으로 들어가면서 일본처럼 최소 6~7년, 길게는 10년 이상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부동산 가격 급락 국면으로 서서히 진입할 것이다.최윤식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장이 얼마 전 출간한 『2030 대담한 미래』에서 제시한 국내 부동산 시장의 미래 시나리오다. 이 책은 출간 직후 화제를 모았다. ‘2016~2018년경에 제2 외환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 ‘삼성의 몰락은 5년 안에 시작된다’ 등 책 제목처럼 ‘대담한’ 예측이 담겨 있어서다. 이 책은 교보문고 8월 다섯째 주 경제·경영 부문 베스트셀러 5위에 올랐다.이 미래학자가 내놓은 부동산 시장 장기 전망은 암울하다. 미국 뉴욕주립대가 인천 송도에 세운 한국뉴욕주립대 부설 미래기술경영연구원장에 최근 취임한 최 소장은 “(다섯 가지 시나리오 중) 가장 일어날 확률이 높은 것은 마지막 시나리오”라고 했다. 그동안 부동산 전문가나 경제연구기관·금융권에서 내놓은 부동산 전망 보고서들을 종합해보면, 대체로 시나리오 2~3에 가깝다.그가 내놓은 예측을 요약하면 이렇다. ‘집값은 크게 떨어지지 않지만 거래는 되지 않는 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이 끝나고, 내년에 부동산 디플레이션이 시작될 것이다. 2010년부터 10년 동안 3번 정도의 조정을 거치면서 가격 정상화(폭락)가 될 것이다.’최 소장은 “거품과 폭등의 시대는 끝나고 부동산 가격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적·사회적 고통이 개인·기업·국가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 미래학자의 예측일 뿐이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5년 전 그가 내놓은 예측을 돌아보면 얘기가 달라진다.‘우리나라는 2010~2011년에 1차 부동산 가격 조정이 일어날 것이다. 정부는 어쩔 수 없이 부동산 규제를 일부 해제함으로써 부동산 가격 하락을 막으려고 시도할 것이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침체가 더 큰 힘이기 때문에 정부가 시행하는 부동산 규제 완화는 그리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면 정부는 국채를 발행하면서 부동산 경기를 떠받치려고 할 것이고, 그 때문에 폭락 사태는 겨우 피할 것이다.’내년에 본격적인 부동산 디플레이션 시작현실은 예측 그대로였다. 물론 한 번 맞췄다고 그 다음 예측이 적중하리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지난 5년간 20여 차례의 부동산 활성화 대책, 특히 풀 수 있는 규제는 다 풀었다는 지난해 5·10 대책, 올해 4·1 부동산 대책이 시장에 먹혀 들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부동산 시장 추가 하락 또는 폭락의 경고를 가볍게 흘려 넘기기는 어렵다.최 소장 말고도 국내 일부 전문가들은 그동안 부동산 거품 붕괴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해 왔다. 물론 일부 학자들은 거품 자체를 부정한다. 2000년대 들어 주택 명목가격이 급등한 것은 사실이지만, 같은 기간 소득 상승을 고려하면 집값이 과도하게 올랐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하지만 우리나라 집값이 상대적으로 비싼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 소득 대비 주택가격 구입배수(PIR)는 5.1배다. 서울과 수도권은 각각 8.9배, 6.7배다. 서울의 경우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8.9년을 모아야 집을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유엔 인간거주정착센터( UN HABITAT)는 적정 PIR 수준을 3~4배로 본다. 최 소장을 비롯한 부동산 비관론자들은 집값이 오를 이유보다 내릴 이유가 많다는 점에서 대세 하락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실제로 아파트값은 많이 떨어졌다.국토교통부 ‘2013년 공동주택 공시가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아파트 공시 가격은 1년 사이 4.1% 떨어졌다. 1~2억원짜리 주택은 1.5% 떨어졌지만, 9억원을 넘는 아파트는 11.3% 하락했다.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인 고가 아파트는 최근 3년 간 40%가 줄었다. 또한 부동산 정보업체들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서울·수도권 아파트 315만 가구 중 56%가 값이 떨어졌다. 이 중 가격 하락률이 20% 이상인 곳은 31%에 이른다.강남 버블세븐 지역 아파트는 5년 사이 18% 하락했고, 일부 재개발·재건축 아파트는 50% 이상 떨어진 곳도 있었다. 2000년대 중반 부동산 폭등기때 거품이 많이 낀 곳일수록 하락폭도 컸다. 서울·경기의 분당·강남·송파·용인·목동은 17~27% 내렸다. 더 내려갈까. 최 소장은 지금까지는 1차 조정기일뿐 2차 조정이 시작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근거는 이렇다.2010~2011년은 아파트를 보유한 개인들이 부동산 경기 회복에 대한 마지막 기대를 한 시기다. 부동산 버블 붕괴는 비현실적이라는 주장이 이어진다. 정부도 급격한 경기·내수 침체를 우려해 과감한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으로 시장 가격을 유지하려 애쓴다. 하지만 2007~2008년 부동산 가격 고점 때 집을 산 이들이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해 정부 규제가 풀릴 때마다 급매물을 내 놓는다. 하지만, 잠재적 매수자들은 집값이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집을 사지 않는다. 실거래는 현저히 줄어든다.이렇게 1차 조정기가 끝났다. 정부가 획기적인 대책을 내놔도 부동산 시장은 더 이상 꿈쩍하지 않는다. 이 와중에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가계는 이자만 내던 거치기간이 끝나면서 상환 부담에 직면한다. 2011~2012년 원금 상환 문제가 터지자 정부는 은행이 상환기간을 해마다 1년씩 연장해 주도록 했다.올해 갚아야 할 빚을 내년으로 미루면서 만기가 도래하는 대출금은 눈덩이처럼 쌓인다. 하지만 내년 말까지 만기가 도래하거나 분할상환 거치 기간이 종료되는 대출금은 약 100조원. 이 과정에서 60만 가구에 육박하는 하우스푸어들이 원금 상환 부담을 버티지 못하고 손해를 보더라도 집을 팔기 시작한다.거품 붕괴 쓰나미 피할 대책 강구해야2010년 은퇴가 시작된 베이비붐 세대도 부동산 폭락에 가세할 가능성이 있다. 2018년경이면 700만명에 달하는 1차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완료된다. 고정 수입이 줄거나 없어지면서 대출을 받은 베이비붐 세대의 원금 상환 압박이 심화된다. 자녀 결혼을 위한 목돈을 마련해야 하고 부부가 살기에 중대형 아파트가 부담스러운 상당수 은퇴자가 집값이 더 하락하기 전에 집을 팔려는 경향이 확산될 수 있다.이 와중에 아파트 초과 공급물량이 쏟아져 나온다. 주택보급률은 110%에 이르고 20~30대 인구는 주는데, 2007년부터 차례로 지정된 뉴타운 지역에서 아파트가 쏟아진다. 또한 전국 43개지역에서 60만 가구에 달하는 2기 신도시 공급 물량이 2015~2016년에 몰려 있다. 이런 상황이 되면, 잠재적인 실구매자들은 추가적인 가격 하락을 기대하게 되고 결국 부동산 가격을 급락하는데, 거래는 없는 부동산 디플레이션 상황이 온다. 그 다음은 버블 붕괴다.물론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에 대해선 이견이 많다. 하지만, 이미 부동산 대세 하락에 대한 인식이 만연하게 퍼진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지난 7월 부동산써브가 전국 회원 부동산 중개업소 961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응답자의 39%는 집값이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상승할 것이라는 답변은 10.1%에 불과했다. 또한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2월 일반 성인 남녀 1009명을 전화설문 했더니, 추가 하락할 것이라는 응답은 50.6%였다. 상승할 것이라는 답은 24.6였다. 또한 집값 낙폭에 대해선 2월 현재 가격에서 평균 18.6%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그럼에도 정부는 여전히 빚을 내서 집을 사라는 정책 프레임을 고수한다. 그럴수록 부동산 버블 붕괴의 폭발력은 세지고, 부동산 시장이 장기 침체로 빠질 가능성은 커진다.최윤식 소장은 “우리나라는 곧 다가올 부동산 버블 붕괴의 후폭풍을 대비해야 한다”며 “부동산 버블 붕괴가 본격화되면 은퇴를 앞둔 사람들과 중산층에서 막대한 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가 양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제부터는 어떻게 하면 경제에 주는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아파트 가격을 정상화시킬 수 있는지 논의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