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신제품 출시 잇따라 … 미래 정보통신기술(ICT) 제품 시장의 격전지
태블릿 2차 대전의 막이 올랐다. 태블릿(tablet)은 손가락이나 터치 펜으로 쉽게 조작할 수 있는 휴대형 소형 컴퓨터다. 태블릿의 강자 애플이 9월에 ‘아이패드 에어’와 ‘아이패드 미니2’를 내놓은 데 이어 삼성전자도 10월에 ‘갤럭시 노트 10.1’을 내놓으며 맞섰다.LG전자·구글·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은 이들보다 앞서 신제품을 선보이며 도전장을 던졌다. PC 출하량을 따라 잡은 태블릿은 미래 정보통신기술(ICT) 제품 시장의 격전장이 될 전망이다. 애플과 삼성전자의 과두 체제가 이어질지, 아니면 춘추전국시대가 열릴지 태블릿 시장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봤다.삼성전자는 10월 31일 ‘갤럭시 노트 10.1 2014 에디션(이하 갤럭시 노트 10.1)’을 국내에 내놓는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2014년형 갤럭시 노트 10.1을 9월 4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IFA)에서 공개했다.삼성전자 대표이사 겸 정보기술모바일(IM)부문장인 신종균 사장은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소비자들의 일상을 좀 더 편하고 즐겁게 해줄 스마트 기기를 내놓아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갤럭시 노트 10.1은 기존 제품보다 더욱 선명한 화질과 대형 화면, 가벼워진 무게감을 자랑한다.애플은 앞서 10월 22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 코 여바부에나센터에서 간담회를 열고, 246.4mm(9.7인치) 디스플레이의 5세대 아이패드인 ‘아이패드 에어’를 공개했다. 여기에 LG전자와 구글·노키아·아마존까지 태블릿 시장에 뛰어들며 2차 태블릿 대전이 시작됐다. 1차 대전은 삼성과 애플의 양강 구도로 흘러갔지만 이번에는 다자 구도로 바뀌었다. 이른바 ‘태블릿 춘추전국시대’가 열린 것이다.
태블릿은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의 유력한 제품으로 평가 받는다. 미국의 정보기술(IT) 전문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태블릿 시장 규모는 1억8400만대로 추정된다. 전년 대비 53.4% 증가한 수치다. 가트너는 내년엔 2억6000만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태블릿은 이미 PC에 맞먹는 수요를 자랑한다. 반면 글로벌 PC시장은 올해 3억300만대에서 내년 2억8000만대로 줄어들 전망이다.
양강 구도에서 춘추전국시대로현재 세계 태블릿 시장의 절대강자는 애플이다. 애플 이전에도 태블릿 제품이 존재했다. 그러나 애플이 2010년 초 아이패드 1세대를 내놓으며 태블릿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됐다고 볼 수 있다.이후 한동안 애플의 독주 체제가 이어져 이 회사의 세계 태블릿 점유율(2013년 1분기 기준)은 40.4%(판매량 1950만대)에 달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30%대의 점유율로 애플(16%대)을 앞서고 있지만 태블릿 시장에선 다르다. 단, 두 기업 간 격차는 줄어드는 양상이다. 미국의 시장조사회사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애플은 2011년 52.7%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38.5%, 올해 2분기 29.2%(1460만대)로 떨어졌다. 애플의 점유율이 30% 아래로 떨어진건 아이패드 출시 이후 처음이다. 이와 달리 삼성전자는 16.9%(840만대)로 2위(2013년 2분기 기준)에 올랐다.애플의 새로운 태블릿은 9.7인치인 아이패드 에어와 7.9인치의 아이패드 미니2로 나뉜다. 두 제품 모두 전작에 비해 휴대성이 좋아졌다. 이번에 애플이 선보인 아이패드 미니2는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적용해 전작에 비해 화질이 2배 좋아졌다.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역시 아이폰5S에 탑재된 A7 프로세서를 장착해 성능이 크게 향상됐다.가볍고 얇아진 건 물론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는 10월 간담회에서 “2010년 아이패드 1세대를 출시한 후 지금까지 1억7000만대를 판매했다”며 “처음에 아이패드를 출시했을 때는 ‘넷북’과 경쟁에서 질 것이란 전망도 있었지만, 이후 완전히 판도를 바꿔놨다”고 말했다.LG전자도 지난달 ‘G패드 8.3’을 출시하며 후발주자로 합류했다. LG전자는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3위이지만 태블릿 시장에선 점유율이 아직 미미하다. 박종석 LG전자 MC사업본부장 부사장은 “전략 태블릿이 가세하면서 G시리즈의 글로벌 시장 공략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며 “이 제품으로 세계 태블릿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태블릿 라인업도 지속적으로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다른 글로벌 IT기업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해 뛰어난 하드웨어를 강조하며 서피스를 내놓았다. MS의 자회사 노키아도 10월 22일(현지시간) 루미아 시리즈 첫 태블릿인 루미아2520을 공개했다. 올 8월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7인치급 태블릿인 ‘넥서스7’ 2세대 모델로 인기를 끈 구글은 곧 ‘넥서스10’ 2세대를 선보일 예정이다.아마존 역시 7인치 태블릿인 킨들 파이어 HDX를 저가(299달러)에 내놓았다. 미국 시장조사 전문업체인 NPD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올 2분기 킨들의 미국 내 태블릿 판매 점유율은 17%로, 애플 아이패드(48%)의 뒤를 이어 2위를 기록했다.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애플과 삼성전자의 태블릿 점유율은 다소 떨어졌다. 애플의 점유율은 30% 아래로 떨어졌다. 삼성전자도 1분기 대비 점유율이 2% 낮아졌다. 삼성의 태블릿 판매량이 직전 분기보다 감소한 것은 2011년 1분기 이후 2년여 만이다. 애플의 부진은 태블릿 신제품이 한동안 없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의 한 전문가는 “신제품인 아이패드에어와 아이패드 미니가 본격적으로 판매되는 4분기에는 점유율이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두 강자의 부진에도 2분기 전체 태블릿 판매량은 5000만대로 1분기 4830만대보다 오히려 늘었다. 구글·MS 등을 비롯한 신흥 강자들의 등장 때문이다. 스마트폰 시장의 주요 경쟁회사는 크게 휴대전화 제조회사와 스마트폰 전문 제조회사로 나눌 수 있다.전자의 대표주자가 삼성전자라면 후자는 애플이다. 스마트폰 시장에선 기존 휴대전화 제조회사가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었다. 태블릿 시장에선 PC 제조회사와 서비스 회사도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 태블릿 자체가 휴대성을 겸비한 PC정보기기이기 때문에 중국 레노버와 대만 에이서스 등의 PC 제조회사가 앞다퉈 뛰어들었다. 서비스 회사들은 자사 플랫폼이나 인터넷 서비스 확산을 위해 태블릿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구글·MS·아마존 등이 대표적이다.
저가 태블릿 화이트박스도 인기이들뿐 아니다. 전체 태블릿 시장에서 화이트박스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화이트박스는 중국을 중심으로 상표 없이 판매되는 안드로이드 기반의 저가형 태블릿을 말한다. 2분기 화이트박스 제품의 시장점유율은 30.8%(판매량 1540만대)로 전 분기 대비 약 2배로 상승했다.화이트박스의 경쟁력은 저렴한 가격이다. 화이트박스의 가격은 최저 75달러(약 8만2000원) 정도로 평균 30만~50만원대에 판매되는 기존 태블릿과 큰 차이를 보인다. 품질은 애플과 삼성전자 등 프리미엄 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지만, 와이파이·USB·3G·카메라 등 기본 기능은 다 갖췄다.
국내에선 삼성·애플이 여전히 대세국내 태블릿 시장에선 여전히 삼성과 애플이 ‘대세’다. KT경제경영연구소가 5월 태블릿 사용자 785명을 상대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과 애플 제품을 쓰는 이들이 각각 45%, 44.3%로 90% 정도를 차지했다. 브랜드 선호도는 국내 기업이 더 높다.이코노미스트가 설문조사업체 케이서베이를 통해 스마트폰 사용자 1000명을 상대로 벌인 스‘ 마트기기 이용실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5.8%가 삼성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애플(20.8%)과 LG전자(7.9%)가 뒤를 이었다. 사용자들은 ‘브랜드 인지도’와 ‘이용 편의성’ ‘편리한 사후 서비스’ 등을 주요 이유로 꼽았다.전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들의 프리미엄 브랜드 선호도가 여전히 높지만 해외 시장의 경우를 봤을 때 태블릿 시장의 절대강자는 더 이상 없을 것”이라며 “수많은 브랜드 제품이 앞다퉈 출시되는 상황에서 결국 뛰어난 성능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승부를 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올 들어 피처폰과 스마트폰을 포함한 휴대전화 시장 성장세가 3.7%에 그친 상황에서 50% 넘게 성장한 태블릿 시장의 최종 승자가 결국 미래 ICT 업계를 이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화이트박스 중국을 중심으로 상표 없이 판매되는 안드로이드 기반의 저가형 태블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