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스마트폰에 치이고 PC에 밀리고 

한국선 왜 태블릿에 시큰둥? 

100명 중 4명만 사용 … 독서열 낮고 주택 좁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애플의 태블릿 제품인 아이패드가 출시된 2010년 4월 미국 캘리포니아 패서디나의 한 애플스토어 입구에 신제품을 사려는 행렬이 이어졌다.



지하철을 타고 스마트폰을 꺼내기 전에 주위 사람들을 살펴보라. 지하철은 정보기술(IT)산업 흐름을 파악하기 좋은 장소다. 이동 중에 승객들이 무엇을 하는지 지켜보면 최신 흐름을 짚을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증시 분석가들이 이 방법을 사용하곤 한다.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사람은 몇 명인가. 어느 회사 스마트폰을 쓰고 있나. 태블릿을 쓰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되나. 자세히 살피지 않아도 태블릿을 이용하는 사람이 매우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세계시장에서 스마트폰과 더불어 모바일 기기의 한 축을 이룬 태블릿이 국내에서는 그리 잘 팔리지 않는다. IT 전문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태블릿 보급률은 4%다.


보급률은 이용자수를 인구로 나눈 수치다. 우리나라 사람 100명 중 4명 정도만 태블릿을 갖고 있다는 말이다.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태블릿은 약 126만대가 팔렸다. 전년 대비 10% 줄었다. 한국의 스마트기기의 확산 속도, 첨단기술에 대한 적응력, 통신망 등 기반시설 구축 정도를 감안하면 미스터리에 가까운 수치다.

해외시장, 특히 미국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현재 미국의 태블릿 시장은 뜨겁다. 지난해 미국의 태블릿 판매량은 약 4200만대다. 전년 대비 64% 증가하며 고성장 중이다.

미국에서는 애플이 아이패드를 발매한 이후 태블릿 보유율이 해마다 빠르게 상승했다. 2010년 3%, 2011년 10%, 지난해 25%에서 올해에는 35%로 올랐다.

美 태블릿 시장 작년 64% 급성장

지금과 같은 미국 태블릿 시장의 성장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가트너는 미국 태블릿 시장이 2015년까지 연 평균 30% 성장률을 이어갈 것으로 분석했다. 킨들이나 누크와 같은 e리더(전자책 단말기) 사용자 흡수도 기대된다.

시장조사기업 퓨인터넷이 최근 16세 이상 미국인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e리더를 가지고 있는 사람(태블릿 동시 사용자 제외)이 24%다. 2007년 킨들 열풍으로 사용자가 급증했지만 아이패드 발매 이후에는 성장세가 둔해졌다. 태블릿이 e리더 자리를 대체한 때문이다.

교체시기가 다가오는 e리더 사용자를 흡수하면 미국 태블릿 사용자는 더 늘어난다. 가트너는 e리더 교체 고객의 90%가 태블릿으로 이동할 것이라며 내년 미국 태블릿 보급률을 51%로 전망했다. 국민 절반이 태블릿을 갖는 셈이다. 반면 국내시장 태블릿 보급률은 당분간 10%를 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진옥 KT경제경영연구원은 ‘해외는 블루오션 국내는 니치마켓인 태블릿 시장, 원인과 성장 방안’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태블릿 시장 부진의 원인으로 킬러 콘텐트의 부재를 들었다. 미국에선 전자책(e북)이 태블릿의 주요 서비스로 각광받으면서 성장을 견인했다. 태블릿 보유자의 70~80%가 전자책을 본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웹검색 다음으로 사용 빈도가 잦다. 스마트폰·PC보다 태블릿에서 유리한 서비스다. 태블릿 등장 전 e리더가 전자책 기반을 미리 마련한 점도 도움이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전자책 이용이 저조하다. 국내 태블릿 보유자 중 41%만이 전자책을 이용한다. 한 달에 한 번 이상 이용하는 이용자도 16.9%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전자책 경험이 없어 낯설기 때문이다. 독서량도 많지 않다. 유엔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성인 독서량은 월평균 0.8권으로 6.6권인 미국의 12% 수준이다. 최재홍 강릉원주대 멀티미디어공학과 교수는 “국내 태블릿 시장이 PC와 스마트폰 사이에서 차별화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집에서는 PC, 이동 중에는 스마트폰을 쓰는 데 익숙하다. 스마트폰만큼 휴대하기 좋은 것도 아니고 PC만큼 기능적이지 못하다는 인식이 짙다. 최 교수는 “태블릿 만의 이점이 없는 것이 기기뿐 아니라 통신비용도 따로 지불해야 하는 것에 대한 가격저항을 키운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의 태블릿 인기는 ‘PC보다 휴대가 용이하다’에 방점이 찍혀있다. 김진옥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미국은 집 안에서도 공간별 동선이 길기 때문에 태블릿을 PC 대용으로 쓰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태블릿의 등장과 함께 미국의 PC 사용은 급감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집 안에서의 동선이 짧다. 액티브X로 인해 PC가 태블릿보다 콘텐트 이용에 편하다.

미국과 함께 세계 태블릿 시장의 양대산맥인 중국은 반대의 이유다. 중국에서는 태블릿이 스마트폰 대용으로 쓰인다. 우리나라와 달리 중국의 통신망은 안정적이지 못하다. 한국에서는 길에서도 쉽게 이용하는 음악·영상 서비스도 중국에서는 쉽지 않다.

중국 시장에 정통한 IT 마케팅 전문가는 “중국 중국의 태블릿 사용자들은 주로 집에서 해당 콘텐트를 다운받은 후 태블릿에 넣어 이동 중에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반면 어디서나 쉽고 빠르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들은 굳이 태블릿까지 들고 다닐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태블릿 대신 패블릿(Phablets, 5.0~6.9인치 화면의 약간 큰 스마트폰)의 비중이 크다. 미국 시장조사기업 플러리는 최근 내놓은 ‘한국 보고서 : 가장 먼저 디바이스 시장이 성숙된 시장의 트렌드’에서 한국 시장이 유난히 패블릿 비중이 크다는 점을 특징으로 꼽았다. 전체 스마트 기기 중 패블릿 비중이 세계 평균이 7%에 불과한 반면 한국은 41%에 달한다. 태블릿 수요를 패블릿이 가져간 것이다. 이동 중 웹 검색이나 콘텐트 이용은 패블릿으로 충분하다고 인식한 때문이다.

한국선 태블릿보다 패블릿 더 많이 팔려

회사용 태블릿 사용이 저조한 점도 국내 시장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 해외 태블릿 시장은 B2C(기업과 개인 간 거래) 못지 않게 B2B(기업간 거래) 규모가 크다. 기업에서 내부 업무 시스템 용도로 태블릿를 구입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많은 해외 기업이 아이패드를 선호한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용 솔루션으로 태블릿을 살펴보는 기업들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보안 문제 때문에 태블릿 솔루션 도입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러나 국내 소프트웨어 시장은 안드로이드용 어플리케이션·개발자가 대다수다. 이 관계자는 “운영체제와 소프트웨어 쏠림 현상으로 사내 업무용 태블릿 도입이 부진한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1211호 (2013.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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