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접어 쓰면서 태양광으로 충전 

미래의 태블릿 

김영로 IT 칼럼니스트 (대원씨티에스 부장)
휴대성 높이면서 大화면으로 즐겨 … 하드웨어 줄고 통신기능 강화 전망

▎태양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패널을 붙여 전력을 스스로 생산하는 태블릿 제품.



태블릿에 대한 오해 중 하나는 태블릿이 스마트폰에서 파생된 제품으로 보는 것이다. 누구도 스마트폰을 PC라 부르진 않지만, 태블릿은 태블릿PC라 부르기도 한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은 생김새와 쓰임새가 비슷하지만 근본적으로 다른 제품이다. 태블릿의 역사 또한 스마트폰보다 결코 짧지 않다. 하지만 이를 구현할 기술이 최근에서야 완성된 까닭에 스마트폰과 비교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태블릿이 한 때 유행하다 사라진 넷북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넷북은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수준으로 무게를 줄여 인기를 얻었다. 문제는 무게만큼이나 성능도 떨어졌다는 것이다. 운영체제(OS) 또한 윈도를 그대로 쓰면서 업무 처리 속도가 느렸다. 간단한 인터넷 서핑 정도를 제외하고는 제대로 된 작업을 하기가 어려웠고, 휴대성을 강조했음에도 배터리 성능이 떨어져 오래 쓸 수 없다는 모순이 있었다. 많은 이들이 싼 값에 작고 강한 노트북을 얻길 원했지만 넷북은 결국 노트북을 대체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미래의 태블릿은 어떻게 진화해 나갈까. 많은 전문가들은 앞으로 5년 안에 등장하는 태블릿은 크기와 성능에 따라 세 가지로 구분될 것으로 예상한다. 하나는 스마트폰에 기본적인 태블릿의 기능을 더한 것이다. 이미 패블릿이라는 이름으로 이 영역이 구분되고 있다. 패블릿의 가장 큰 장점과 단점은 크기와 무게다.

휴대성과 편의성에서 최고의 선택이 될 수는 있지만 PC가 수행하는 모든 작업을 대체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 다음 영역은 소형 태블릿이다. 지금의 아이패드 미니나 넥서스7이 이 영역에 해당한다. 최근 수요가 많이 늘어난 영역이기도 하다. 주머니에 들어가는 PC가 콘셉트다. 당분간은 전자책 수요의 증가와 함께 커나갈 수 있는 시장이다.

태블릿은 스마트폰의 파생제품?

마지막이 수퍼 태블릿이다. 이 제품군이 본격적으로 지금의 노트북과 대결할 영역이다. 노트북과 많은 부분이 닮은 까닭에 태블릿과 노트북 융합 제품이라고도 할 수 있다. 가장 좋은 예가 마이크로소프트가 선보인 서피스(Surface)다. 기존 태블릿이 애플리케이션을 중심으로 한 콘텐트 소비에 초점을 맞췄다면, 수퍼 태블릿은 정보를 생산하는데 더 어울린다.

키보드가 달린 커버나 휴대용 소형 마우스와 결합하면서 노트북의 역할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크고 무겁다는 단점을 극복해야하는 과제가 남았다. 더욱 먼 미래의 태블릿은 기술의 발달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다. 현재 태블릿에 적용 가능한 다양한 기술에 대한 기대가 크다.

‘접히는 태블릿’ ‘태양광을 이용한 태블릿’ ‘소비자의 성향을 파악해 애플리케이션을 자동 설치하고 지워주는 인공지능 태블릿’ ‘초경량·초박형 태블릿’ ‘별도의 모니터 없이 공기 중이나 벽에 빛을 쏘아 화면을 대체하는 태블릿’이 좋은 예다. 현재 개발 중이거나 기술 접목을 앞둔 제품이다. 문제는 이들 기술 자체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제품에 적용하고, 어떻게 우리 실생활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을까다.

접는 태블릿 상용화 확률 높아

다양한 태블릿 기술 가운데 가장 먼저 상용화 될 가능성이 큰 게 접는 태블릿이다. 최근 등장한 휘는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것과 차원이 다른, 말 그대로 종이처럼 접히는 기기다. 해외 연구실에서 만든 시험용 디스플레이가 유투브에 공개돼 화제가 됐다. 동영상은 화면이 자유롭게 접었다 펴지는 장면을 담고 있다. 평소에는 작은 크기로 휴대성을 좋게 하고, 업무에 쓸 때는 화보를 펼치듯 넓게 펴서 쓸 수 있다.

휴대성과 대화면이라는 두 토끼를 모두 잡는 셈이다. 이 때문에 최근 가장 주목 받는 게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다. 현재 사용 중인 디스플레이와 달리 스스로 빛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다. 이는 화면을 접거나 구부렸을때 그 부분의 화질이 나빠지는 것을 극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낮은 전압에서 움직이고 더욱 얇게 만들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미래의 접히는 태블릿에 쓰는 화면은 OLED가 될 확률이 높다.

물론 아직 과제는 남았다. 단순한 액정 기술만으로 접는 태블릿이 나올 수 없다. 배터리·프로세서·메모리 등 태블릿의 핵심 부품도 같이 접히거나 아니면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기술 발전 속도라면 적어도 10년 안에 상용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블록 형태 태블릿의 등장도 기대할 수 있다. 디자이너 카밀이즈라일이 최초로 고안한 것이다. 태블릿을 여러 조각으로 나눠서 들고 다니는 개념이다. 블록 하나하나가 독립된 기능을 할 수 있고, 여러 개의 블록을 모아서 합치면 넓은 화면으로 쓸 수 있다.

더욱 발전한다면 여러 블록을 합치는 것으로 용량과 중앙처리장치(CPU)의 성능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아직 시제품이 등장하지 않았음에도 ‘레고 태블릿’이라는 별명이 생기며 많은 이들을 기대에 부풀게 했다. 다만 여러 개의 블록 중 하나가 고장이 나거나 없어지면 전체를 새로 구입해야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점차 친숙해지고 있는 클라우드 역시 태블릿의 핵심 요소가 될 전망이다. 미래의 태블릿은 상당 부분의 하드웨어가 축소되고 생략될 것이다. 반대로 통신기능은 점점 강력해진다. 이렇게 되면 클라우드 기능을 통해 태블릿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아예 저장장치가 따로 없이 클라우드를 통해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하면 태블릿 기기를 작고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고, 기기 가격을 낮추는데도 큰 역할을 하게 된다.

두루마리 형태의 태블릿과 펜의 쓰임새를 극대화한 제품의 등장도 머지 않았다. 두루마리 형태 태블릿은 평소에는 바(bar)처럼 가지고 다니다가 쓸 때 끝을 잡아 당기면 얇은 화면이 길게 나온다. 여기에 디자이너 볼커 휴브너가 제안한 엠패드(mPad)의 펜 기능을 결합하면 금상첨화다. 마우스로 표현하기 어려운 아주 정밀한 작업까지 펜이 대체할 수 있다. 단순이 글씨를 쓰는 수준을 뛰어넘어 디자이너가 아주 정교한 그래픽 작업까지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런 류의 제품이 등장하면 교육환경에도 막대한 영향을 주게 된다. 이미 많은 교실에서 전자교과서와 전자칠판을 쓰고 있다. 미래형 태블릿이 교과서는 물론이고 학생의 책가방, 나아가 교실의 칠판까지 대체하게 될 것이다.

태양에너지를 이용한 태블릿을 만들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이 태블릿은 최초에 최소 비용으로 전 세계 많은 아이들이 컴퓨터를 쓸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개발됐다. 태블릿에 태양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패널을 붙여서 필요한 전력을 스스로 생산한다는 개념의 제품이다.

전기가 보급되지 않는 지역에서도 쓸 수 있다. 배터리가 태블릿 보급을 막는 문제 중 하나로 떠오르면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도 주목 받고 있다. 세계 어린이들에게 컴퓨터를 보급하자는 운동을 펼치는 OLPC(One Laptop Per Child) 재단에서 관련 제품을 개발 중이다.

개인별 욕구 충족하는 기술 잘 버무려야

태블릿이 미래에 어떤 모습으로 자리잡을지를 예측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수 차례 시행착오를 거쳐서 가장 싸고, 편리하고, 실용적이고, 매력적인 제품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것이다. 애플 아이패드의 성공은 성능이 가장 뛰어나서가 아니다.

이미 30년 넘게 묵은 아이디어를 적당한 타이밍에 소비자들이 실생활에 적용 가능한 기술을 모아 담아 선보여서다. 미래의 태블릿은 전혀 새로운 어떤 기기가 아니라, 개인의 욕구를 잘 충족시켜주는 기존 기술의 조합에서 등장할 것이다. 그것이 짧지 않은 태블릿의 역사가 주는 가장 큰 교훈이다.

1211호 (2013.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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