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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 광윤사(포장자재 판매하는 롯데 계열사) 후계자가 한·일 롯데 대권 잇는다 

롯데그룹 경영권 향배 좌우할 ‘광윤사’ 

‘광윤사→일본롯데홀딩스→호텔롯데’의 지배구조 … 광윤사 지분 놓고 신동주·신동빈 대결



신동주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지난해 8월부터 연말까지 모두 여섯 차례에 걸쳐 롯데제과 주식을 사들였다. 그의 롯데제과 지분율은 기존 3.48%에서 3.73%로 올라갔다. 이로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5.34%)과의 롯데제과 지분율 격차를 1.61%포인트로 좁혔다.

업계에선 신 부회장의 움직임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그의 주식 매집이 그룹에 대한 지배력 강화 차원이라는 말이 돌았다. 더 나아가 경영권 분쟁의 전초전이라는 분석까지 제기됐다.

이 같은 해석이 나오는 건 그룹 내에서 롯데제과가 갖는 상징적인 위치 때문이다. 롯데제과는 ‘롯데제과→롯데쇼핑→롯데알미늄→롯데제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의 핵심 연결 고리다. 롯데제과 지분을 늘리면 한국 롯데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롯데쇼핑에 대한 영향력을 키울 수 있다.


롯데제과는 롯데푸드와 롯데칠성 음료 지분을 각각 9.32%, 17.7% 보유한 최대주주다. 롯데제과 지분율을 높이면 한국 롯데의 주요 식품계열사에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 신 부회장이 그동안 제과업에 꾸준히 관심을 가졌다고 말한 점을 들어 롯데에서 제과부문이 분리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지난해 신동빈 회장도 여섯 차례에 걸쳐 롯데푸드·롯데케미칼·롯데제과·롯데손보의 주식을 매입했다.

롯데 관계자는 “경영권 안정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매입”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중에서는 경영권 방어에 나섰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오너 일가가 주식을 매입할 때마다 구설수에 오르는 이유는 올해 아흔세 살에 접어든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나이와 복잡하기로 유명한 롯데그룹의 순환출자 구조 때문이다.

신 총괄회장은 아직도 후계자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한국은 신동빈 회장, 일본은 신동주 부회장이 경영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롯데그룹의 지분을 보면 한국과 일본 롯데 계열사 지분이 복잡하게 얽혀있어 분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7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13 대기업집단 주식 소유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내 14개 기업집단의 순환출자 고리 수는 124개다. 이 중 롯데그룹의 고리가 51개로 가장 많다. 여기에 일본 롯데 44개 계열사와의 순환출자 고리가 더해진다. 한국과 일본 롯데 계열사는 지분 투자를 통해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지난해 두 사람의 지분 매입을 놓고 해석이 분분했던 이유다. 누가 롯데그룹 경영권을 물려 받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하지만 신 총괄회장이 후계자로 낙점하는 방식은 가늠해볼 수 있다. 그룹의 ‘옥상옥’ 기업인 광윤사(光潤社)의 지분을 누구에게 물려주는지 보면 된다.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은 호텔롯데가 맡고 있다.

유통 부문의 지주회사 롯데쇼핑의 지분 8.8%를 보유했고, 롯데손해보험 지분 23%, 롯데제과 3.21%, 롯데케미컬 12.68% 등 그룹 계열사 30곳의 지분이 있다.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는 일본롯데홀딩스다. 19.2%의 지분을 보유했다. 한국과 일본 롯데의 지배기업인 일본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가 바로 광윤사다.

롯데그룹 순환출자 계열사 무려 51곳

광윤사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한 1967년 설립한 기업이다. 자본금 2억4000만원에 직원 수는 3명으로 시작했다. 호텔롯데의 공시 자료에서 광윤사는 포장자재를 판매하는 기업으로 소개됐다. 일본에서는 광윤사는 도매업과 토지임대업으로 등록된 기업이다. 광윤사의 주요 거래처는 롯데상사·롯데아이스·롯데물산 등 대부분 내부 거래자다. 실적은 탄탄한 편이다. 2012년 매출은 48억엔(약 490억원), 순익은 6900만엔(약 7억원)을 기록했다.

광윤사는 한국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롯데그룹이 금융감독원에 보고한 공시를 보면 롯데 계열사 주요 주주로만 이름이 올라 있다. 먼저 눈에 띄는 기업은 한국 롯데 계열사의 지주회사인 호텔롯데다. 광윤사의 지분은 5.5%. 롯데알미늄에서도 광윤사가 나온다. 광윤사의 소유 지분은 22.85%. 이외에 롯데캐피탈 지분 1.92%와 BS금융지주의 지분 1.22%도 소유했다.

일본 롯데그룹의 지분을 살펴보면 광윤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 일본의 한 신용평가사 자료에 따르면 광윤사는 일본롯데홀딩스의 지분 120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일본롯데홀딩스의 총 주식수는 434만주. 광윤사가 지분의 27.65%를 소유한 셈이다. 신동빈 회장의 일본롯데홀딩스 지분은 19.1%, 신동주 부회장의 지분도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신씨 형제가 보유한 다른 롯데그룹 계열사 지분도 거의 동일한 수준이다. 일본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 광윤사 지분을 소유하는 이가 롯데그룹을 지배하는 것이다.

현재 광윤사 최대주주이자 대표는 신격호 총괄회장이다. 그동안 한국 롯데 계열사 지분 대부분을 증여하거나 매각한 신 총괄회장의 그룹 지분은 적은 편이다. 하지만 광윤사를 통해 롯데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광윤사를 롯데의 옥상옥 기업이라 부르는 이유다. 광윤사에 대해 문의하자 롯데 관계자는 “일본 계열사와 교류가 거의 없다”며 “(광윤사에 대해) 특별히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답했다.

현재 광윤사 최대주주는 신격호 총괄회장

옥상옥 기업을 통해 그룹을 관리하는 지배구조는 국내 대기업과 중견기업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대부분 대주주 출자능력의 한계를 보완하는 과정에서 생겼다. 국내 10대 그룹 가운데 가장 복잡한 지배구조를 가진 롯데에서 어쩌면 당연히 나타날 수 있는 기업이다. 그동안 광윤사는 베일에 싸인 회사였다. 한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주목 받은 일이 없다.

지난해 가을 금융감독원이 롯데에 분기보고서를 보완하라고 지시하며 언론의 관심을 끌게 됐다. 그동안 롯데는 일본 최대주주 현황을 언급하지 않았다. 일본롯데홀딩스를 비롯한 일본 주식회사 1~10 투자회사 정도로만 언급했다. 이에 금감원이 최대주주 현황을 좀 더 자세히 공시하라고 요구했다. 결국 롯데그룹은 지난해 11월4일 일본롯데홀딩스의 44개 기업군과 주요 주주에 대한 자료를 금감원에 제출했다.

신동주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은 어느 때보다 활발한 경영 활동을 펼치고 있다. 신 부회장은 태국과 인도네시아에서 제과사업을 확장 중이다. 신 회장은 셰일가스 투자에 나섰고 한국에선 LIG손해보험 인수에 나섰다. 신 총괄회장이 어느 아들의 손을 들어줄지, 아니면 지분을 어떻게 나눌지 귀추가 주목된다.

1226호 (2014.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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