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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 중국 운수권 배분 그 후 - 뿔난 대한항공 뒤돌아 웃는 아시아나 

황금 노선 배분 아시아나항공이 더 받아 국토부 “규정상 문제 없었다” 


▎5월 30일 한-중 운수권 배분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희비가 엇갈리면서 중국 노선 고객 유치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항공업계가 국제 항공 운수권 배분 문제를 놓고 또 시끄럽다. 이번에는 중국이다. 국토교통부는 5월 30일 항공교통심의 위원회를 열어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항공기의 운수권을 배분했다. 17개 신규 여객노선(주 51회), 12개 기존 여객노선(주 39회), 화물노선(주 8회)이 각각 배분 대상이었다. 이 가운데 신규 여객노선에선 대한항공이 인천-허페이 등 3개 노선(주 10회)을, 아시아나항공이 인천-옌쳉 1개 노선(주 3회)을 확보했다. 제주항공 등 저비용항공사(LCC)들이 나머지 13개 신규 여객노선을 받았다.

언뜻 보면 최대 경쟁사인 아시나아항공보다 2개, 주 7회 더 많은 신규 여객노선을 확보해 승자처럼 보이는 대한항공이지만 속내는 달랐다. 대한항공은 6월 2일 공식 입장자료를 내고 “항공 당국이 중국 노선을 배분하면서 잇따라 심각한 항공 사고를 일으켰던 아시아나항공에 다른 항공사와 똑같이 배분 자격을 준 데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표면상 국토부의 결정을 비판했지만 실질적인 칼끝은 아시아나항공을 향했다. 사실상 특혜를 준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다.

대한항공 “사고 낸 항공사에 운수권 배분은 불합리”


대한항공 측은 “항공 당국은 그동안 사고를 낸 항공사에는 운수권 배분 기회를 박탈하는 불이익을 줬다”며 “그런데 이번 운수권 배분에서 사고를 낸 아시아나항공에는 아무 제재 없이 운수권을 배분했으니 항공 안전 정책의 일관성이 결여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서 ‘사고’란 지난해 7월 미국 샌프란시스코공항에서 일어났던 항공 사고다. 당시 아시아나항공 214편 여객기가 샌프란시스코공항 28번 활주로에 착륙하다가 비행기 앞부분이 들리면서 꼬리 부분이 활주로에 부딪치는 사고가 났다. 이 사고로 중국인 탑승객 3명이 숨지고 180여명이 다쳤다. 이에 미국 정부는 올 들어 아시아나항공에 5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한·중 양국은 지난 5월 항공회담에서 정기 노선을 기존 45개, 주 426회 운항에서 62개, 주 516회 운항으로 늘리기로 결정했다.

이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더 많은 노선 확보를 위해 치열한 장외 신경전을 펼쳤다. 작년 7월 사고를 일으킨 아시아나항공이 운수권 배분에서 배제돼야 한다는 게 대한항공 측 입장이었다면, 아시아나항공은 사고 조사 결과와 귀책사유가 공식 발표되지 않았으므로 따로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으로 맞서왔다.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사고 조사 결과를 올 6월 말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이 ‘항공 안전 정책의 일관성 결여’라는 주장에서 명분으로 내세우는 것은 전례다. 과거 대한항공은 1997년 8월 괌 추락 사고로 228명의 사망자를 낸 이후 1999년까지 5차례 사고를 냈다는 이유로 2001년 5월까지 운수권 배분에서 제한을 받았다. 이때만 해도 정부는 사고 조사 결과 발표 전이라도 항공사를 제재했다. 하지만 2009년 새 규정이 적용되면서 이번 운수권 배분에선 대한항공 괌 추락 사고 때와 달리 아시아나항공은 제한을 받지 않을 수 있었다.

국토부는 현행 규정에 맞게 절차상 운수권을 배분했을 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2009년에 ‘국제항공운수권 및 영공통과 이용권 배분 등에 관한 규칙’을 만들면서 대한항공을 포함한 모든 국적 항공사 의견을 수렴해 운수권 배분 기준과 절차를 법령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2009년 이전까지는 운수권 배분 때 사고 조사 결과가 발표되기 전이라도, 관행상 내부 지침에 따라 문제가 된 항공사에 귀책사유를 물어 불이익을 줄 수 있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새 규정 적용의 배경에 대해 “2009년 무렵 LCC가 국제선에 본격 취항하면서 운수권 배분 규정을 따로 법령화해야 할 필요성에 대한 대내외의 공감대가 커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이 크게 반발하고 나선 이유는 사실상 실리를 챙기지 못해서다. 배분 대상이었던 17개 신규 여객노선에서는 3대 1 스코어로 우위를 점했지만 12개 기존 여객노선에서는 고배를 마셨다. 특히 경쟁이 가장 치열했던 인천-광저우 노선에서 아시아나항공은 주 4회를 추가로 받아 대한항공(주 3회)보다 오히려 1회 더 많이 받았다. 이 노선은 중국인 수요가 많아 탑승률이 80~90%에 달하는 황금 노선으로 꼽힌다. 더욱이 중국 정부가 자국 항공사 보호 목적으로 2개의 한국 항공사만이 이 노선을 운항하도록 제한해 그만큼 경쟁이 치열했다.

중국 사정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인천-광저우 노선은 두 회사 경영진이 직접 챙기기에 나설 만큼 총력전을 펼쳤던 노선”이라며 “사고 이슈로 내심 압승을 기대한 대한항공으로선 받아 들이기 힘든 결과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다른 기존 여객노선에서도 대한항공이 6개 노선 주 14회, 아시아나항공이 7개 노선 주 18회로 아시아나항공에 더 많은 운수권이 돌아갔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올 1분기 전체 매출에서 중국 노선 비중이 13%, 17%로 각각 2%포인트 상승하는 등 한·중 노선의 중요성이 커졌다. 대한항공으로선 달갑지 않은 결과가 됐다.

아시아나항공 “규정에 따른 문제 없는 결정”

이번 배분으로 신규 여객노선과 기존 여객노선을 종합하면 대한항공은 주 27회, 아시아나항공은 주 25회 운수권을 더 갖게 됐다. 화물노선은 각각 주 4회 더 배정받았다. 애당초 불이익을 우려했던 아시아나항공은 내심 안도한 분위기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NTSB의 사고 조사 결과 발표를 기다리고 있지만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지금으로서는 정부가 원칙과 규정에 따랐을 뿐 운수권 배분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본다”며 “대한항공은 아전인수 식의 주장을 펼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2009년 만들어진 규정에 따라 사고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에 귀책사유가 있는 것으로 판명되면 3년간 운수권 배분 때 항공사 평가에 불이익을 줄 예정이다. 이전까지는 6개월~1년간 운수권 배분에서 사고 항공사를 배제하는 선에서 조치가 있었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은 6월 말 사고 조사 결과가 발표되면 귀책사유에 따라 내년 1월~2017년 12월까지 3년간 운수권 배분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과 같은 논란을 피하기 위해 규정 재검토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2009년 만들어진 새 규정 조문에는 ‘불이익’이라는 단어가 다소 모호하게 표현돼 있어 운수권 배분에서 정확히 어떤 불이익인지, 어떤 일관된 조치를 취할 건지에 대한 근거가 취약하다”며 “국토부가 좀 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1242호 (2014.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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