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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 다시 불 붙은 효성그룹 삼형제 소송전 - 형제의 난인가, 차남의 반란인가 

조현문 전 부사장, 형·동생 겨냥 소송 ... 효성 측 “불순한 저의 있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아들 삼형제. 왼쪽부터 장남 조현준 사장,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 삼남 조현상 부사장.



고발인은 피고발인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업무상 배임, 업무상 횡령) 등의 죄로 고발하오니, 철저히 수사하여 엄벌에 처해 주시기 바랍니다. 범죄사실 하나. 트리니티에 대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업무상 배임). 피고발인은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524(청담동)에 본점을 둔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 주식회사(이하 ‘트리니티’)의 대표이사로서 갤럭시아일렉에 대한 자금대여 및 신주인수 관련 배임행위를 했고….”

효성그룹 총수인 조석래 회장의 차남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6월 10일 법무법인 양헌을 통해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한 고발장 내용 일부다. 여기서 고발인은 조 전 부사장, 피고발인은 효성그룹 계열사인 트리니티와 ㈜신동진의 대표이사 최현태 효성그룹 상무다. 표면상으로는 최 상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형 조현준 효성 사장과 동생 조현상 효성 부사장을 겨냥한 것이나 다름없다. 트리니티는 조현준 사장이, ㈜신동진은 조현상 부사장이 각각 지분 80%를 보유해 최대주주인 회사라 이들에게 경영상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조현문 전 부사장은 “두 회사 지분을 10%씩 보유한 주주로서 응당한 문제 제기를 했다”는 입장이다.

재계 순위 21위로 창립 57주년을 맞은 효성그룹이 후계 구도를 놓고 최근 연일 시끄럽다. ‘형제의 난’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커서다. 조현문 전 부사장은 고발장에서 ‘스타디움(외국계 투자사)이 갤럭시아일렉이나 그 최대주주인 조현준과는 관계가 없는지, 정상적 거래인지 등에 대한 적극적인 조사와 수사가 필요하다고 사료된다’는 등 곳곳에 형·동생의 이름을 명기했다.

구체적으로 트리니티가 조현준 사장이 최대주주인 갤럭시아일렉에 자금을 대여하고 신주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회사에 100억원대 손실을, 또 ㈜신동진이 부실 계열사를 인수하면서 회사에 수십억원대 손실을 입혔다고 주장했다. 형과 동생의 지시 또는 묵인이 이 같은 혐의로 이어졌다는 이야기다.

후계 구도 둘러싸고 연일 잡음

조 전 부사장 또한 이런 ‘겨냥 의도’를 굳이 숨기지 않았다. 그는 7월 10일 대리인을 통해 본지에 입장을 전해왔다. “그룹 내 불법 행위를 바로잡고 투명 경영을 하려 노력했었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 그룹을 떠나 깨끗하고 정직하게 살려고 했다. 하지만 저들은 이런 나의 진의를 왜곡하고 음해했다.

또 자신들의 불법행위를 나에게 뒤집어씌우려는 등, 내가 정당하게 독립해서 새 출발하려는 것을 방해했다. 그동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음해와 모욕에 시달렸다. 더 참을 수 없어 모든 불법행위를 바로잡고 정리하려고 이번 고소를 결정했다.” 여기서 ‘저들’이란 사실상 형과 동생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효성그룹 측은 검찰 조사에서 적법성이 밝혀질 것이라며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효성그룹 관계자는 “적법한 경영상 판단으로 이뤄진 계열사의 투자였을 뿐”이라며 고발장에 제시된 장남과 삼남의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를 부인했다. 효성그룹은 특히 차남이 그룹을 떠난 후 소송을 잇따라 제기한 데 대해 “무엇을 목적으로 싸움을 걸고 있는 것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뭔가 불순한 저의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소송 제기의 배경이 최근 조현문 전 부사장이 효성그룹 후계 구도에서 배제되자 앙심을 품은 것이라는 주장이다. 향후 후계 구도를 재정립할 의도가 숨은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다. 만약 검찰 조사에서 장남과 삼남의 혐의가 입증되면 확고했던 두 사람의 입지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조 전 부사장은 2011~2013년만 해도 효성 중공업PG장(사장)으로 그룹의 중공업 부문을 맡으며 형·동생과 경쟁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해 조석래 회장의 신임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지난해 초 모든 직함을 내려놓고, 보유했던 효성 지분 7.1%를 처분해 그룹을 떠나 가족과의 관계가 악화됐음을 암시했다. 조 전 부사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그동안 효성 후계 구도는 장남과 삼남 간 경쟁으로 좁혀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하버드대 법학 박사 출신인 조 전 부사장은 이후 변호사 활동에 매진하며 형제와는 동떨어진 행보를 보였다. 그러면서 지난해 효성그룹 관련 소송 몇 건을 제기하거나 간접적으로 관여하며 그룹 측에서 볼 땐 형과 동생을 계속 견제하는 것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효성토요타와 트리니티, ㈜신동진, 더클래스효성 등 그룹 내 4개 계열사의 회계장부 열람을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효성 측 손을 들어줬다. 효성그룹 관계자는 “조 전 부사장은 등기이사로서 경영에도 참여했던 분인데 퇴사한 후 본인이 있던 회사의 경영에 문제가 있었다고 소송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 전 부사장 측은 그룹 측에서 표현하는 ‘불순한 저의’에 대해 완강히 부인했다. 조 전 부사장 측은 “두 회사 지분을 10%씩 보유한 주주로서 회사가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주주 권익 보호 차원에서 당연한 일”이라며 “이외의 의도는 없으며 후계 구도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그룹 측이 ‘경영에 참여했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서는 “등기이사 직함뿐이었고 장남·삼남이 독단으로 경영해 실제로는 경영에서 배제돼 왔다”고 주장했다. 경영진이 그간 어떤 경영상의 정보도 공유한 적이 없으며 제대로 보고를 받은 적도 없다는 것이다. 또 회사 측 이사회 회의록에 도장이 찍혀 있다면 허위로 날인된 것으로, 문제가 생기면 추가로 법적 절차를 밟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번 소송전은 지난해 표면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효성가(家) 차남과 장남·삼남 사이 반목의 골이 그간 얼마나 깊어졌는지 확인시켜줬다는 점에서, 그리고 차후 후계 구도 정립에 어떤 변수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재계의 비상한 관심사로 떠올랐다. 효성그룹으로서는 조석래 회장이 올해 만 79세로 고령인데다 전립선암 등으로 투병 중이라 빠른 후계 구도 정립이 그만큼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조현준 사장이 올 6월 초 지분을 추가로 매수해 ㈜효성 지분 10.32% 확보하고 조 회장과 공동 최대 주주에 올라서자 재계는 장남의 승계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점치기도 했다. 조 회장이 대대로 장자를 중시하는 보수적인 집안 분위기를 의식한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장남의 승계 가능성 커진 가운데 돌발변수

실제 재벌닷컴에 따르면 7월 9일 현재 효성그룹 일가가 보유한 지분은 8099억원어치로, 이 가운데 조현준 사장의 상장 주식가치가 연초보다 19% 증가한 3305억원으로 가족 중 가장 많았다. 조현상 부사장의 보유 지분은 2283억원어치에 그쳤다. 그러나 조 부사장이 추가 지분 매수 여력이 충분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호락호락 밀리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이번 소송 제기로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이 새 화두로 떠올랐다.

효성그룹은 계속해서 후계 구도 이야기가 언급되는 데에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형제의 난’이라는 언론상의 표현에 대해서는 내심 불편해 하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이번 소송전을 두고 형제의 난이라고 표현하는데, 그보다 차남 혼자만의 반란이라고 보는 편이 맞지 않느냐”고 말했다.

자칫 그룹 내에서 조현준 사장과 조현상 부사장 사이에 당장 싸움이 있는 것처럼 보여 부담스럽다는 의미다. 한편 일각에서는 효성그룹의 지배구조가 불안정한데다, 장남과 삼남의 지분도 80% 이상 금융권 담보로 들어가 있어 당분간 후계 구도가 급격히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는다.

1246호 (2014.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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