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독약 냄새 논란이 벌어진 오비맥주 이천공장의 생산라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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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5일 ‘카스 마시지 말라’는 메시지가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됐다. 오비맥주 이천 공장에서 6~8월 사이 제조된 맥주는 피하라는 내용이다. 병 세척 과정에서 소독약품이 들어갔고, 특히 가임기 여성에게 해롭다는 내용이었다. 8월 초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 ‘카스존’을 설치하고 후원행사를 성황리에 마친 오비맥주 관계자들에겐 날벼락 같은 일이었다. 오비맥주는 이번 논란을 특정 세력의 악의적인 음해라고 의심하고 있다.
▎8월 5일 SNS로 카스 마시지 말라는 메세지가 전달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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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사는 8월 6일 강남수서경찰서 사이버수사대에 수사를 의뢰했다. 악의적인 내용을 인터넷과 SNS에 올린 이들을 향해 경고하는 보도자료도 돌렸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공장 제조라인과 유통과정을 점검했지만 어떤 문제점도 발견하지 못했다”며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터진 악재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막막하다”고 억울함을 표했다.
여름 맥주 시장의 변수 ‘소독약 논란’관련 업계에선 이번 논란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오비맥주와 하이트, 롯데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맥주 시장에 커다란 변수가 생겼기 때문이다. 카스맥주에서 소독약 냄새가 난다는 이야기는 지난 6월 중순 한 인터넷 사이트에 처음 올라왔다.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에도 민원이 들어갔다. 6월 식약처 주류안전기획단이 이천 공장을 찾아 특별 조사를 벌인 배경이다.실무작업에 참여한 유범열 식약처 주무관은 “제조 과정을 정밀 조사했지만 어떤 문제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카스가 고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음식료와 관련된 악성 루머는 확산 속도가 빠르고 실제 매출에도 악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카스 소독약 냄새 논란 역시 빠르게 확산됐다. 7월 20일 인터넷 카페인 ‘호프집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동호회’ 게시판에는 ‘카스 생맥주 3통을 반품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수많은 댓글이 달렸고, 8월 초까지 ‘우리 가게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는 내용의 글이 잇따라 올라오며 파문이 커졌다.점주들은 “냄새가 난다”는 항의가 갑자기 많아졌다고 하소연했다. 카스만 취급하는 한 치킨집 주인은 “역한 냄새 때문에 맥주를 포기하고 물과 치킨만 먹은 고객 앞에서 고개를 들지 못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카스 공급 계약을 맺은 한 업주는 “오비에 이야기해서 카스 대신 골든라거로 교체해라”는 충고 글까지 남겼다.오비맥주 측은 진위와 관계없이 민원이 들어오면 제품을 교환해 줬다. 소비자가 의문을 제기할 경우 남은 맥주를 수거해 정밀 분석 한 다음 오비맥주 이천공장 품질관리팀장이 직접 답변하는 등 적극 대응했다. 오비맥주 입장에선 예민한 이슈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조용히 넘어가길 바랐을지 모른다. 하지만 논란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인터넷 곳곳에서 카스 맥주 소독약 이야기가 올라왔고 SNS를 통해 퍼지면서 전국의 호프집에서 카스 판매량이 급감하자 수사를 의뢰하고 나선 것이다.식약처에 따르면 6월 중순부터 8월 2일까지 18건의 카스맥주 관련 민원이 들어왔다. 대부분 맥주에서 소독약 냄새가 난다는 내용이다. 식약처에서 내용을 확인해본 결과 6건은 문제가 없는 민원이었다. 6건은 조사 과정에서 민원이 취소됐다. 하지만 나머지 6건은 조사가 필요했다. 8월 5일 식약처는 진상 조사에 들어갔다. 식약처는 각 지방청별로 청원·이천·광주공장 세 곳을 모두 방문해 소독약 냄새가 난다는 정보가 입수된 카스와 같은 제조번호의 제품을 확보했다.식약처 직원이 직접 마셔보며 원료부터 전 제조공정을 살펴봤다. 식약처 직원들이 눈으로 직접 보면서 이물질 포함 여부를 살펴보는 관능테스트에서 이상은 없었다. 정밀 분석한 제품에서도 이상 물질은 나타나지 않았다. 때문에 식약처는 유통과정에서 단순 변질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 중이다. 유 주무관은 “맥주 원료 중 하나인 홉은 열을 받거나 고온에 노출될 때 분해되면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며 “안전관리 강화 차원에서 전문가들과 정밀검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골든라거 110만병 회수한 일도오비맥주는 카스 관련 민원이 잇따라 제기되자 자체 조사팀을 꾸려 생산 공정을 점검했다. 이후 식약처의 조사를 수 차례 받았고, 틈틈이 맥주 공장을 점검했지만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뿐만 아니라 호프 점주에서까지 민원이 들어온 점을 감안할 때 무더위에 유통과정에서 맛이 변질됐을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맥주는 천연 발효식품이라 변질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게 오비맥주 측 설명이다. 유통과정에서 맥주 맛이 변하는 원인으로는 직사광선에 의해 제품이 변질되는 ‘일광취(식품이 햇빛에 노출돼 발생하는 냄새)’와 ‘산화취(식품이 산화돼 발생하는 냄새)’가 있다. 여름에 종종 발생하는 현상으로 건강에 문제는 없다는 주장이다.오비맥주 관계자는 “문제가 있으면 우리가 앞장서 수거하고 사과한다”며 “요즘 세상에 덮는다고 덮이지도 않고, 쉬쉬해봤자 나중에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오비맥주에선 제조 과정의 실수로 골든라거 제품 일부에 식품용 가성소다 희석액이 혼입된 사례가 있다. 당시 오비 측은 골든라거 110만병을 회수한 바 있다. 국정감사에서 곤혹을 치렀지만 빠른 수습으로 매출에 큰 타격은 없었다.그럼에도 오비맥주는 지난해에는 없던 맥주 민원이 왜 올해에 발생했는지에 대해 답을 못 찾고 있다. 여름에 자연스럽게 발견되는 현상이라면 경쟁사 제품에서도 같은 민원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경쟁사인 하이트나 롯데 맥주는 조용한데 유독 카스에만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 오비맥주가 경쟁사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유다. 이에 경쟁사 측은 터무니없는 의혹이라는 반응이다.한 맥주 제조사 관계자는 “수사기관을 통하면 금세 밝혀질 텐데 무모한 일을 벌일 이유가 없고, 맥주 논란이 번지면 자칫 우리도 큰일”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주류업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경쟁사를 일단 의심하고 보는 문화가 만연해 있다”며 “빨리 진상이 규명돼 이런 논란이 사라지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