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에어는 내년부터 B777-200ER 항공기로 장거리 운항에 나설 계획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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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소치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팀추월에서 사상 첫 은메달을 획득하는 데 기여했던 이승훈 선수. 그는 4년 전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만m에서도 금메달을 따냈던 대표적인 장거리 선수다. 원래 그는 단거리인 쇼트트랙 선수였다. 그러나 2009년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고배를 마신 후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해 국가대표가 되면서 승승장구했다. 경쟁이 치열한 단거리에 안주하는 대신, 장점인 지구력을 살려 장거리를 개척하면서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도 단거리에서 장거리로의 전향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이다. 이승훈 선수의 경우처럼 경쟁이 치열해져 포화상태에 다다른 단거리 시장에서 한 걸음 나아가 새먹을거리인 장거리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다. 장점인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삼는다.취항 6주년을 맞은 진에어는 6월 27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내 LCC 중 최초로 장거리 노선 진출을 선언했다. 마원 진에어 대표는 “올 12월 중 중대형 항공기 ‘B777-200ER’ 1대를 들여오고 내년에 같은 기종 2대를 추가로 도입해 장거리 노선 운항을 본격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진에어가 계획 중인 취항 후보지는 신혼부부들이 선호하는 대표적 여행지인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다. 그간 대형 항공사만 취항한 곳이지만 검증된 여행지로서 첫 취항지로 삼기에 그만큼 부담이 덜하다는 이점이 있다. B777-200ER은 393석 규모의 중대형 기종으로 유럽과 미주 등 중장거리 취항이 가능한 보잉 항공기다. 진에어는 이 항공기를 3대 이상 갖추고 이르면 내년 여름부터 하와이 호놀룰루에 취항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호주 시드니로도 취항을 검토 중이다. 이제껏 LCC를 단거리 전용으로 생각했던 소비자들을 장거리 노선으로 유인한다는 전략이다.
하와이·시드니 등 취항 노려이는 ‘더 이상 비행시간 6시간 이내 단거리 운항만으로는 포화상태에 이른 LCC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전략적 변화다. 그동안 국내 LCC들의 국제 노선은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 동남아시아 몇 곳에만 국한됐다.진에어 관계자는 “기존 단거리 시장이 국내외 LCC 사이에 치열해진 경쟁으로 점차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새 가능성을 갖춘 장거리 시장 개척이 불가피해졌다”며 “타사보다 앞선 전략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보고 선제적으로 장거리 노선 취항에 나서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현재 국내에서는 진에어 외에도 제주항공과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등 5개 LCC가 치열한 점유율 경쟁을 펼치고 있다.또 최근에는 아시아 최대 LCC인 말레이시아의 에어아시아, 일본의 대표적 LCC인 피치항공 등 외국계 LCC가 한국에 진출하면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한국을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 유망한 저비용항공 시장으로 여기고 공격적으로 영업에 뛰어들었다. 국내 LCC들로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포화상태가 되어가는 단거리 노선에만 머물지 않고 장거리 노선을 개척할 필요성이 커졌다.국내 LCC 시장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 국내 노선에서는 이미 저가 항공사의 시장 점유율이 7월 현재 도합 50%를 넘었다. 국민 2명 중 1명은 국내를 오갈 때 대형 항공사 대신에 LCC를 이용한다는 이야기다. 국제 노선에서도 총 10%가 넘는 점유율로 대형 항공사를 끊임없이 위협하고 있다. 이는 다르게 보면 향후 성장이 정체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로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5월 LCC의 국내노선 점유율은 50.8%로 작년 5월(47.8%)보다 3%포인트 상승했지만 예년보다는 성장세가 둔화됐다.이전까지는 2010~2011년 6.8%포인트, 2011~2012년 3.4%포인트, 2012~2013년 4.5%포인트씩(매년 5월 기준) 각각 상승했기 때문이다. 국제 노선 점유율도 2011년 5월부터 2012년 5월까지는 3.4%포인트가 상승했지만 지난해 5월~올 5월 사이에는 2.1%포인트 상승에 그쳐 성장세가 예전보다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이유 때문에 진에어의 경쟁사들도 마찬가지로 장거리 취항을 준비 중이다.에어부산은 2018년까지 싱가포르 등 장거리 노선을 도입하기로 내부 방침을 세웠다. 부산에서 미국 서부까지 12시간 이상 장거리 운항이 가능한 ‘A330’ 에어버스 중대형 항공기 도입을 검토 중이다. 한때 모회사인 아시아나항공이 두 번째 LCC설립 계획을 공개하면서 에어부산의 장거리 노선 진출이 백지화하는 게 아니냐는 업계 전망도 있었다. 이에 대해 에어부산 관계자는 “장기적 관점에서 보고 있지만 자연스럽게 장거리 노선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인천을 기점으로 국제 노선에 취항하는 경쟁사들과 달리 선제적으로 장거리 노선 진출을 서두를 필요성이 덜한 것으로 보고 2~3년 더 준비한 다음 진출할 계획이다.국내 1위 LCC인 제주항공도 장거리 노선 진출을 준비 중인 가운데 올 하반기 중에 사업 타당성 검토에 들어가기로 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진출 시기, 도입 기종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중국으로 취항하는 국제 노선의 사업성이 지금보다 얼마만큼 더 나아지느냐가 진출 시기 결정에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2006년 한국과 중국 간 항공회담으로 중국 일부 지역에서 항공 자유화가 이뤄지면서 노선이 대폭 확대됐고 올 5월에도 한·중 항공회담으로 각 사가 일부 노선을 추가로 확보했지만, 회사 측은 더 많은 지역에서 노선을 늘릴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단거리에서 개척해야 할 노선이 아직 더 남은 것으로 본다”며 “이것이 제한 될 경우 장거리도 가격 경쟁력을 갖춘 LCC가 얼마든지 노려볼 만한 시장”이라고 덧붙였다.
이스타·티웨이항공은 진출에 소극적그런가 하면 LCC의 장거리 노선 진출 시도에서도 일종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는 분위기다. 업계 1위인 제주항공이나 대형항공사 계열의 진에어, 에어부산 같은 경우는 보다 적극적으로 장거리 취항을 모색 중이지만 사정이 다른 이스타항공과 티웨이항공은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장기적으로는 (진출을) 검토 중이지만 당장은 새 비행기 도입 등의 계획이 없다”며 “당분간 중국 노선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매각설이 돌았던 티웨이항공 역시 이렇다 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중장거리용 항공기 도입에는 많은 돈이 들뿐더러 조종사, 정비사 등 인력 투입까지 새로 준비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며 “대형 항공사를 모기업으로 둔 진에어와 에어부산은 이런 인프라를 잘 갖추고 있어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