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빵·케이크·피자·파스타·맥주…. 정말 많은 음식에 글루텐이 들어 있다. 하지만 요즘은 기네스 팰트로나 마일리 사이러스처럼 글루텐 섭취를 피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는 듯하다. 10년 전만 해도 글루텐 섭취를 피하는 사람은 셀리악병(celiac, 소장에서 발생하는 유전성 알레르기 질환) 환자들뿐이었다. 셀리악병은 글루텐 과민증으로 인한 자가면역 장애다. 베스 이스라엘 병원의 대니얼 레플러에 따르면 현재 글루텐 섭취를 피하는 미국인이 300만명에 이르지만 그들 중 셀리악병으로 진단받은 사람은 10%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왜 그렇게 많은 사람이 글루텐을 두려워할까? 단지 또 다른 유행 다이어트에 빠져든 걸까, 아니면 우리 모두 빵을 멀리하는 게 옳을까? 심야 TV 토크쇼 ‘지미 키멜 라이브’의 지미 키멜은 지난 5월 “미국 인구의 3분의 1 가까이가 글루텐을 멀리하지만 많은 사람이 글루텐이 뭔지조차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미 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글루텐은 밀과 호밀, 보리에 들어 있는 단백질로 이들 곡식의 잡종에서도 발견된다. 글루텐은 반죽이 부풀어 모양을 유지하도록 끈기를 준다. 반죽의 점성 유지하는 단백질 성분 글루텐은 식빵·파스타·시리얼·페이스트리·비스킷·케이크 등 탄수화물과 정제당이 많이 들어 있는 식품에서 발견되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체중을 줄일 목적으로 글루텐을 멀리한다. 많은 영양학자들이 식사에서 글루텐을 제거하면 붓기를 줄이고 피로를 방지하며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호전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런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과학적 증거가 별로 없다. 사실 글루텐 프리 다이어트는 통곡류에 들어 있는 건강한 섬유소를 대신할 만큼 충분한 양의 과일과 채소를 섭취하지 않을 경우 쓸데없이 중요한 영양소를 놓치는 결과를 낳는다. 하버드 헬스 뉴스레터에 따르면 그 결과는 거의 영양실조에 가깝다. 하지만 메드라인 플러스(미 국립 의학도서관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정보 서비스)에 따르면 흰 파스타와 식빵 등 글루텐이 함유된 단순 탄수화물의 섭취를 줄일 경우 몇 가지 이점이 있다. 이 단순 탄수화물은 체내에 빠른 속도로 흡수돼 혈당을 급격히 높인다. 그렇게 되면 몸이 나른해지면서 나중에 더 많은 당을 필요로 하게 된다. 더구나 인슐린으로 분해되지 않은 과도한 탄수화물은 지방으로 저장된다. 어쨌든 셀리악병 환자가 아니라면 통곡류에 함유된 섬유소가 풍부한 복합 탄수화물의 섭취를 피하라고 권할 영양학자는 거의 없다. ‘글루텐 프리(gluten-free)’라는 표지가 붙은 제품이라고 해서 꼭 몸에 좋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두는 게 좋다. 시장조사 업체들에 따르면 미국의 글루텐 프리 제품 시장은 2016년 156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따라서 ‘글루텐 프리’라는 용어가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 일례로 건강에 좋을 것으로 생각되는 글루텐 프리 루나 단백질 바는 실제로 12g의 설탕을 함유하고 있다. 3 머스켓티어스 바(10.1g)나 밀키웨이 바(10.7g)보다 설탕 함량이 더 많다. 일부 식품 회사들은 스무디나 초콜릿 바 등 원래 글루텐을 함유하지 않은 제품에도 소비자를 끌어들일 요량으로 ‘글루텐 프리’라는 표지를 붙인다. 과대 광고에 넘어가지 마라. 저녁 외식 때 ‘글루텐 프리’ 파스타를 주문하면 유행의 첨단을 걷는 기분이 들지 모른다. 하지만 많은 건강 전문가들은 글루텐 프리 식사가 다른 전통적인 식사에 비해 더 건강에 좋지는 않다고 말한다. 번역=정경희
‘글루텐 프리’라는 표지가 마침내 그 진정한 의미를 찾게 됐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새 관련 규정이 8월 5일 공식 발효됐다. ‘글루텐 프리’라는 용어는 오랫동안 규제 없이 사용돼 왔다. 식품 제조업체들은 식품의 곡물 성분에 대해 책임을 질 필요가 없이 이 표지를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13년 FDA는 이 표지를 부착하는 모든 제품의 글루텐 함량이 20ppm 미만이어야 한다는 새로운 규정을 발표했다. FDA에 따르면 이 함량은 ‘식품에서 신뢰성 있게 검출 가능한(reliably detected in foods)’ 최소량이다. FDA는 “글루텐 프리 식품 표지에 관한 FDA의 새 규정은 식품 표지에 ‘글루텐 프리’라는 용어를 사용할 때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표준화한다”고 발표했다. “FDA는 ‘글루텐 프리(gluten-free)’ 또는 ‘노 글루텐(no gluten)’ ‘프리 오브 글루텐(free of gluten)’ ‘위다우트 글루텐(without gluten)’이라는 표지를 붙인 식품의 글루텐 함량을 20ppm 미만으로 제한한다.” 대다수 사람들에게 ‘글루텐 프리’ 제품의 구입은 갈수록 다양해지는 유행 다이어트와 건강 챙김 열풍의 와중에서 또 하나의 선택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셀리악병 환자들에게는 글루텐 섭취를 피하는 것이 건강을 유지하느냐 질병에 시달리느냐의 차이를 결정한다. 글루텐은 호밀·밀·보리 등의 곡물에서 발견되는 단백질로 반죽에 점성을 부여하는 성분이다. 이 성분이 셀리악병 환자들에게는 복통과 설사부터 발진과 피로까지 다양한 증상을 일으킨다. 식품 제조업자들에게 글루텐 상당량을 함유한 모든 제품에 적절하게 표지를 하도록 의무화하면 셀리악병 환자들이 시중에 나와 있는 다양한 식품 가운데 자신이 소비해도 좋은 제품과 그렇지 않은 제품을 구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FDA는 새 표지 규정이 셀리악병 환자들의 의도치 않은 글루텐 섭취로 발생하는 부정적 반응과 질병의 발생을 줄여줄 것으로 기대한다. 오랫동안 글루텐이 뭔지 아는 사람들은 셀리악병 환자들뿐이었다. 또 이 병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탓에 많은 환자들이 진단조차 받지 못했었다. 코너 아담스 쉬츠 뉴스위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