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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영의 트렌드 워치 - 스스로 진단하고, 스스로 처방 

일상에서 건강 지키는 ‘셀프 닥터’형 제품·서비스·콘텐트 급증 


의학 지식의 대중화 되면서 의학 프로그램의 예능화 현상도 두드러지고 있다. JTBC의 <닥터의 승부>.

Management 전미영의 트렌드 워치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2000년 시작된 의약분업을 떠올리게 하는 대표적인 표현이다. 진료는 의사가 맡고, 약은 약사가 조제해 각자의 전문성을 발휘하자는 정책이다.그런데 최근 건강에 관심이 많은 사람의 행동을 살펴보면 ‘진료는 TV에서, 약은 쇼핑몰에서’란 표현이 더 적합한지도 모르겠다. TV에선 각종 의학상식이 쏟아지고, 사람들은 손쉽게 얻을수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의 건강을 직접 진단한다. 매일매일 건강을 손쉽게 관리하고자 ‘셀프 진단, 셀프 처방’하는 사람들 즉, 셀‘ 프 닥터’가 늘고 있다.

시장에서도 소비자의 셀프 건강관리를 지원하는 제품이 부쩍 늘었다. 간편하게 휴대할 수 있는 소형 의료기기가 이에 해당한다. 미세먼지 등 공기 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근심이 커지자 동국제약은 휴대할 수 있는 초소형 공기청정기를 내놨다. 목걸이 형태로 착용하거나 셔츠 주머니에 넣어 다닐 수 있어, 국내는 물론 미국과 캐나다, 유럽 등지에서 인기라고 한다. 시니어 세대를 위한 휴대용 헬스케어 제품도 등장했다. 둔해진 미각 때문에 음식을 짜게 먹을 가능성이 큰 시니어 세대를 위해 음식속에 든 나트륨 함량을 측정하는 ‘휴대용 염도계’가 대표적인 사례다.

진료는 TV에서, 약은 쇼핑몰에서

굳이 전문적인 기계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일상적으로 건강을 관리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심리도 시장에 반영돼 나타난다.

매일 적당량의 견과류를 섭취할 수 있는 ‘하루견과’ 시리즈는 2013년에 히트상품에 등극하더니 올해도 꾸준히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일상적으로 섭취하는 비타민도 최근에는 점점 더 작은 사이즈로 출시돼 간편하게 늘 휴대할 수 있는 ‘포켓 비타민’형태를 보이고 있다.

스마트폰의 모바일 건강관리 콘텐트도 일상화되고 있다. 개인의 식이요법과 다이어트 식단을 기록하고, 운동량까지 기록해 개인의 건강을 관리하는 애플리케이션, 혼자서 하는 다이어트는 실패할 가능성이 크므로 지인들끼리 순위 경쟁을 하도록 유도하는 다이어트 애플리케이션 등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스마트폰과 소형 기기가 연결되면 훌륭한 휴대용 건강보조기구가 탄생하기도 한다. 스마트폰과 블루투스로 연결되는 손목형 밴드는 활동 시간이나 소모 칼로리와 같은 정보를 휴대폰 건강프로그램에 전송해 종합병원의 진료 프로그램과 연동되기도 한다.

개인의 건강뿐만 아니라 건강한 환경을 진단하는 제품도 인기다. 생활환경의 방사능이나 대기 중의 미세먼지나 중금속을 측정하는 휴대용 측정기가 여기에 속한다. 실제로 생활환경 오염 정도를 손쉽게 측정할 수 있는 휴대용 측정기의 특허출원 숫자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소비자의 셀프 건강관리를 지원하는 제품이 부쩍 늘었다.초소형 공기청정기와 휴대용 염도계 등이 대표적이다.스마트폰의 모바일 건강관리 콘텐트도 일상화되고 있다.도처에 만연한 환경에 대한 불안감도 셀프 닥터 현상을부추긴다.

특허청에 따르면 2009년 8건, 2010년 10건, 2011년 16건, 2012년 18건, 2013년 24건 등으로 5년간 약 76건이 증가했다고 한다.

스스로 건강을 관리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방송에서도 이런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최근 TV에서 방영되고 있는 다양한 종류의 의학 프로그램이다.

의학상식을 다루는 전통적인 다큐멘터리는 물론이고 의사들이 진행하는 의학 토크쇼나, 심지어는 의학지식과 예능이 결합된 의학예능 등 형태도 다양하다. 헬스메디tv의 ‘쌈DOC, 굿DOC,’ SBS Plus의 ‘불편한 진실 메디컬X’, tvN의 ‘헬로! 닥터에스더’, JTBC의 ‘닥터의 승부’ 등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소비자가 직접 의사 노릇을 하면서 자신의 건강을 일상적으로 관리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해진 이유로는 무엇보다 ‘정보환경의 변화’를 꼽을 수 있다. 인터넷이 대중화되고 스마트 검색이 일상화되면서, 전문가와 일반 소비자 사이의 정보 격차가 상당 부분 해소된 것이다. 전문가 못지않게 지식을 보유하고 있는 소비자나, 굳이 외부 서비스에 의뢰하지 않고 직접 문제를 해결하는 소비자, 즉, 전문가 같은 소비자란 의미의 ‘프로슈머’란 단어도 낯설지 않다.


전미영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 연구교수 겸 소비트렌드분석 센터 수석연구원. 2010년부터 매년 <트렌드코리아>를 공저하 며 한국의 10대 소비 트렌드를 전망하고 있다. 2013년에는 <트 렌드차이나>로 중국인의 소비 행태를 소개했다. 한국과 중국 의 소비 트렌드를 분석하고 이를 산업과 연계하는 컨설팅을 다수 수행하고 있다
셀프 닥터 현상은 그동안 소비자가 전문성을 갖기 가장 어려웠던 분야인 ‘의학’에서도 이런 프로슈머 욕구가 적용되고 있다는 의미를 갖는다. 가령 의학 프로그램의 예능화는 사람들이의학이라는 영역에 대해 갖던 거리감을 상당히 해소했다. 더 많은 정보에 노출된 소비자들은 전문가에 의지하기보다는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건강을 관리하려는 셀프 진단, 셀프 처방의 욕구를 더 강하게 보인다.

의학 프로그램의 예능화 바람

도처에 만연한 환경에 대한 불안감도 셀프 닥터 현상을 부추긴다. 발생한 지 이미 여러 해가 지났지만, 일본발 원전사고로 인한 방사능 문제는 여전히 소비자의 골칫거리다. 해가 갈수록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대기오염이나 미세먼지도 근심을 더한다.일상화된 불안과 근심 때문에 결국 내 건강과 내 안전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인식이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다. 스스로 판단하며, 스스로 전문가가 되어 나를 보고하고자 하는 욕구가 커지는 것이다.

건강이라는 화두는 소비자가 물건을 구매하는 다양한 이유중 가장 근원적이다. 사람들이 공부하고, 노동하며 열심히 하루하루를 보내는 이유는 곧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이기 때문이다. 건강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앞으로 무선통신기술, 건강기기 장비기술과 만나 더 큰 규모로 확대될 것이다. 이미 시장조사기관들도 국내외 모바일 헬스케어산업이 연간 1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반드시 기억할 점은 성장하고 있는 헬스케어산업이 이제 소비자의 ‘일상영역’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상에서 건강을 지키는 셀‘ 프 닥터’형 제품과 서비스에 주목하라

1253호 (2014.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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