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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정수현의 바둑경영 - 최신 정보도 눈 깜짝할 새 ‘무용지식’ 

기술·지식 수명 점점 짧아져 포석·정석도 시대 따라 변화 

지식과 기술의 수명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면서 기존의 지식과 기술이 구닥다리로 변해 간다. 낡은 지식이나 기술에 의존하는 사람은 적응하기가 쉽지 않은 세상이다. 기술의 수명이 짧아지는 현상은 여러 곳에서 볼 수 있다. 컴퓨터의 데이터를 저장해 놓는 플로피디스크가 CD를 거쳐 USB로바뀌었다. 이제는 아예 웹하드나 클라우드 서비스로 정보를 저장을 할 수 있다. 학교에서 사용하는 교수 매체도 슬라이드나 OHP에서 파워포인트를 활용하는 빔프로젝터로 바뀌었다.

앨빈 토플러는 현실에 맞지 않는 죽은 지식을 무용지식이라고 표현했다.

Management 정수현의 바둑경영

어, 하다 보면 구닥다리 신세

이렇게 기술이 진화하면서 과거의 상품은 무용화되고 있다. 예컨대 예전에 구입했던 카메라를 집안의 서랍 어딘가에 넣어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필자는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구입했던OHP나 이동식 빔프로젝터 등 많은 기자재가 창고에서 썩고 있는 것에 한숨이 나온다. 10여년 전에 문서를 저장했던 플로피디스크는 이제 꽂을 곳도 없어졌다.

이런 변화는 지식에서도 나타난다. 3,4년 전에 교과서로 쓰던 책을 다시 사용하면 현실에 맞지 않는 부분이 나온다. 수십 년전의 지식을 우려먹으려 하면 세상과 코드가 맞지 않는다. 를 쓴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사양화된 이런 지식을 ‘무용지식(obsoledge)’이라고 했다. 그는 모든 지식에는 한정된 수명이 있게 마련이라고 주장했다. 어느 시점이 되면 지식은 더이상 지식이 아닌 것이 되어 무용지식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토플러는 오늘날의 업무 관련 지식은 너무 빨리 변하기 때문에 일을 하든 안 하든 새로운 지식을 더 많이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사가 의대에서 배운 시대에 뒤떨어진 지식에 의존한다면 많은 환자가 죽음에 이를 수 있다고 본다. 어제의 일시적 유행에 근거한 마케팅 전략 때문에 많은 기업이 파산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급격한 시대 변화에 따른 지식의 짧은 수명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바둑의 지식과 기술을 예로 들어 알아보기로 한다. 흥미롭게도 바둑에서는 시대의 변화에 따른 지식의 진화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바둑에는 포석·정석·사활 등 몇가지 주요한 기술 영역이 있다. 이 영역 중에서 시대의 흐름에 민감한 부문과 그렇지 않은 부문이 있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식의 수명이 짧다고 해서 모든 지식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시대를 초월해서 영구히 생명력을 가진 지식도 있다. 지구가 돈다거나 사람이 욕망의 동물이라는 것은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는 진리다. 바둑에서 변화에 민감한 지식은 포석과 정석이다. 포석은 초반의 설계를 가리킨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포석의 유형이 바뀌어간다. 정석은 포석에 포함된 부문인데 이것이 가장 빨리 변하는 부문이다. 신기술이 나와 기존의 것을 낡은 기술로 만들어버리듯 신정석이 나와 과거의 것을 대체해 버린다.

수십 년 전의 지식을 우려먹으려 하면 세상과 코드가 맞지 않는다. 를 쓴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사양화된 이런 지식을 ‘무용지식(obsoledge)’이라고 했다.

그는 모든 지식에는 한정된 수명이 있게 마련이라고 주장했다. 어느 시점이 되면지식은 더 이상 지식이 아닌 것이 되어 무용지식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1도]의 모양은 30~40년 전에 각광받았던 포석이다. 특별히 이상한 수는 없는데 오늘날 이런식으로 두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일본에서 활약한 조치훈 9단이 애호했던 백4의 3삼을 근간에는 잘 두지 않는다. 좌상의 흑13에서 17까지의 모양은 한 때 크게 유행했던 정석인데 요즘은 잘 두지않는다.

사활은 시대의 바람 타지 않아

[2도]처럼 근래에는 흑5에서 7까지변으로 넓게 포진을 하는 중국식 포석이 흔하게 쓰인다. 포석의 유행이 변화함에 따라 사용되는 기술도 변하게 된다. 이런 부분을 업데이트하지 않으면 시대에 뒤지게 된다. 바둑전문가인 프로기사들은 이처럼 변화에 민감한 정석을 끊임없이 공부한다. 과거의 낡은 정석으로 승부를 해서는 이기기가 쉽지 않다고 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부문이 있다. 바둑돌의 삶과 죽음에 관한 ‘사활’ 부문이다. 사활 부문은 기술이나 해답이 명확하다. 그래서 시대의 바람을 타지 않는다. 과거에 죽음으로 판명된 모양이 시대가 바뀐다고 삶으로 둔갑하지는 않는다.

[3도] 오른쪽과 같은 모양이 있다고 하자. 흑이 두면 사는 사활 문제다. 여기에 관련된 기술은 왼쪽처럼 흑1에 두어 두 집을 내는 것이다. 이 지식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시대의 변화에 따른 지식의 차이를 보여주는 책이 있다. 이라는 사활 묘수 풀이집이다. 중국 원나라 때 만들어진 이 고전에는 기기묘묘한 사활 문제들이 300개 이상 수록돼 있다. 이것들은 오늘날에도 고수가 되려면 필독을 해야 할 주옥 같은 내용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에 고대의 정석이나 전투이론 등이 포함돼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현대에 나온 이 책에는 이런 부분이 모두 삭제돼 있다. 출판자들이 과거의 정석이나 이론은 쓸모가 없다고 본 것이다. 무용한 지식이니 빼도 상관이 없다고 본 것이다. 바둑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지식의 영역을 알아보았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도 이런 지식을 업데이트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 새로운 지식을 보완하도록 하자.

1253호 (2014.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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