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나라별로 골프장 그린피는 얼마나 차이가 날까? 가장 비싼 코스는 가격이 얼마일까? 일단 ‘세계 100대 코스나 유명한 명문 골프장에 부킹이 가능할까?’라는 물음에서 시작하자. 한국에서는 회원제 골프장의 경우 회원과 동반하지 않으면 부킹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일본·캐나다 등을 제외하면 세계 어딜 가나 명문 골프장이라도 부킹이 어렵지 않다. 미국을 포함한 세 나라도 일반 코스나 퍼블릭은 부킹에 전혀 문제가 없고, 폐쇄적인 명문 프라이빗 회원제 골프장만 어려울 뿐이다. 영국이나 유럽에서는 극소수의 회원제 코스만 제외하고 대부분 일반인도 부킹이 가능하다. 심지어 역사가 100년이 넘은 회원제라 할지라도 평일이나 특정 시간대에 한해서 외국에서 온 여행객을 포함한 게스트에게 부킹 티타임을 열어둔다. 상당수의 명문 회원제 골프장들은 세미 프라이빗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에 해외에서 온 관광객이라 하더라도 홈페이지나 e메일을 통해 부킹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 1~2인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점 또한 한국과 다른 점이다. 캐디 역시 의무가 아니다. 전동 카트나 손으로 끄는 수동 카트를 선택하거나 직접 골프백을 메고 나가도 된다. 美 섀도우크리크 1인당 그린피 500달러 한국은 퍼블릭 골프장이라고 해도 인터넷 회원에 가입하거나 예약 수수료를 선납해야 하는 게 보통이다. 꼭 카트를 타야 하는 등 거의 회원제에 준해 운영되지만 한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는 전화 한 통만으로 간단히 라운딩을 즐길 수 있다. 부킹이 문제없다면 다음 문제는 가격이다. 너무 싸도 의심스럽고, 너무 비싸도 부담스럽다. 전 세계에서 그린피가 가장 비싼 골프장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섀도우 크리크(Shadow Creek)다. 1인당 500달러(약 53만원)로 페블비치 링크스(Pebble Beach Links)보다 5달러가량 비싸다. 세상에서 몸값이 가장 비싸다는 코스 설계가 톰 파지오가 사막 한 가운데 조성한 이 코스는 MGM미라지 투숙객만 부킹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밤샘 도박으로 지친 갬블러를 위한 일종의 휴식 공간으로 만들었다. 페블비치와 마찬가지로 라운딩을 하기 위해서 호텔에 투숙해야 하는 만큼 실질적인 그린피는 500달러가 넘는다고 봐야 한다. 페블비치는 ‘미국 퍼블릭 100대 코스’ 순위에서 늘 1위에 오르고, 섀도우 크리크 역시 5위권이다. 비싼 가격을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런데 1936년 개장해 퍼블릭 100대 코스 7위인 베스 페이지 블랙 코스는 주중 130달러(약 13만9438원), 주말 150달러(약 16만890원)에 불과하다. US오픈을 두 번이나 개최한 명문 코스다. 심지어 그 옆의 베스페이지 레드 코스는 주중에 86달러(약 9만2243원)까지 내려간다. 똑같이 미국을 상징하는 명문 코스이나 가격 차이는 매우 크다. 시계 브랜드 롤렉스에서 2년에 한 번씩 발행하는 단행본 의 2013년판 세계 명문 코스로 대상을 넓혀 비교하니 재미난 결과가 나왔다. 외국인과 비회원도 부킹 가능한 각국의 골프장 그린피를 비교했더니 같은 나라에서 안에서도 6~8배의 가격 차이가 났다. 명문 코스끼리의 가격차도 이렇게 큰데, 하물며 동네 주민이 즐기는 허름한 퍼블릭 코스와 비교하자면 대부분의 나라에서 그린피 가격차는 10배를 훨씬 상회한다. 에 포함된 전 세계 주요 10개국을 비교해 보면 그린피 가격 차이는 선진국일수록 더 컸다. 가장 격차가 큰 나라는 호주로 9.37배, 가장 작은 태국은 2.54배였다. 물론 이것은 각 나라를 대표하는 명문 퍼블릭 코스끼리의 가격을 비교했을 때다. 이름난 골프장이지만 시설과 코스 상태, 서비스 등에 따라 가격 차이가 적어도 2.5배 이상은 벌어지는 것이 세계 골프장의 일반 추세였다. 골프 선진국일수록 가격이 차이가 나는 것은 그만큼 선택의 폭이 넓다는 뜻이기도 하다. 퍼블릭의 외형을 띄지만 비싸게 운영되는 코스가 해외에는 엄청나게 많다. 미국만 해도 가장 비싼 섀도우 크리크을 포함해, 페블비치, 휘슬링 스트레이츠(Whistling Straits), 밴든 듄스(Bandon Dunes), 올해 US오픈을 치른 파인 허스트(Pinehurst) 리조트 등은 어지간한 회원제보다 그린피가 비싼 퍼블릭이다. 뉴질랜드의 네이피어라는 작은 마을에는 해안 절벽을 따라 홀이 흐르는 골프 코스 케이프 키드내퍼스(Cape Kidnappers)가 있다. 2004년 개장한 이후 전 세계 골프 관광객이 앞다퉈 찾는 명문이다. 이 골프장이 아니었다면 이 마을엔 와이너리를 둘러보는 관광객만 아주 드물게 오갔을 터이지만, 개장 10년이 지난 지금 이 작은 마을은 전 세계 골프 여행자가 반드시 찾아야 하는 명소가 됐다. 뉴질랜드는 골프를 통해 관광 수요 창출에 성공한 케이스로 이 골프장을 꼽는다. 회원제가 아니라 퍼블릭 골프장이기 때문에 외국 골퍼들의 이용이 더욱 편리했다. 그러나 이곳은 미국 페블비치처럼 관광객으로 북적이지 않는다. 케이프 키드내퍼스의 1년 내장객은 6000명을 넘지 않는데 그렇다고 내장객을 늘리기 위해 그린피를 내리지도 않는다. 좋은 품질의 코스를 만들어두고, 외국 골퍼가 즐거운 라운딩을 하고 돌아갈 수 있도록 한다는 철학을 유지한다. 세계의 여행자가 찾는 명소 호주 케이프 키드내퍼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그린피 최고가를 다투는 레오파드 크리크(Leopard Creek)와 팬코트 링크스(Fancourt Links)는 회원제 리조트지만 골프 코스는 퍼블릭으로 운영한다. 레오파드 크리크는 크루거국립공원 근교에 있어 각종 야생 동물이 오가는 사파리 코스고, 팬코트는 링크스 스타일의 자연 휴양지다. 두 코스 모두 세계 100대 코스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지구 반대편에서도 알고서 찾아오는 골프 여행자가 쉽게 부킹할 수 있도록 두 곳 모두 퍼블릭으로 운영한다.
톰 왓슨이 59세의 나이에 브리티시오픈 우승에 도전했다 아깝게 놓친 코스인 스코틀랜드의 턴베리(Turnberry) 역시 퍼블릭이다. 세계적인 골프장 체인인 트룬골프가 호텔과 함께 운영하는데, 굳이 숙박하지 않더라도 부킹은 할 수 있다. 그린피는 210파운드(약 37만5000원)로 비싼 편이다. 올드 톰 모리스가 조성한 역사 깊은 테인(Tain) 골프장 그린피 48파운드(약 8만5650원)보다 약 5배 비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