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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원짜리 팔아 올 매출 1조 도전 

전국 960개 점포 … 마른 수건도 쥐어짜는 비용 절감 노하우로 고객 끌어 

김태진 이코노미스트 전문기자 tjkim@joongang.co.kr

Interview 박정부 다이소아성산업 회장의 1000원 경제학

“1000원짜리 상품을 팔아 영업이익 2∼3%를 내려면 제조원가가 500원을 넘으면 안 된다. 30%의 유통마진과 물류비용 등을 감안했을 때다. 한 마디로 쥐어짜야 한다. 매장을 둘러보면 아직도 아낄 곳이 투성이다.” 1000원샵으로 유명한 다이소를 운영하는 박정부(70) 다이소아성산업 회장의 말이다. 그는 창업 27년 만에 평균 단가가 2000원 미만인 상품을 팔아 올해 매출 1조원을 바라보고 있다. ‘티끌 모아 태산’ 식 경영이다.


자료: 다이소 아성산업
지난 8월 28일 서울 도곡동 다이소본사 직영점. 793㎡(약240평) 규모의 지하 1층 매장에는 그릇 등 주방용품부터 문구·완구·넥타이·애완동물 제품까지 1만여개의 상품이 진열돼있다. 이 가운데 절반이 1000원짜리다. 가장 비싼 게 세탁바구니로 5000원이다. 평균 상품 단가는 2000원이 넘지 않는다. 여기서만 하루 평균 450만원의 매출을 올린다. 박 회장은 “1000원짜리 상품에 1000원 이상의 가치를 담아야 소비자들이 찾는다. 단순히 싸구려라는 인식을 주면 한 번 사고 오지 않는다”고말한다. 이어 “돈 없는 서민들이 주로 온다기보다는 1000원 상품의 가치를 아는 소비자가 단골이 된다”고 강조했다.

2~3% 이익 내려면 구매단가 500원 이하여야

현재 다이소 매장은 전국에 960개 정도다. 직영점이 85%다. 올해 매장 수를 1000개 넘겨 연 매출 1조원에 도전한다. 다이소는 지난해 88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보다 16.8% 증가했다.

그는 늘 발로 뛰는 현장을 강조한다. 현장을 보면 원가를 줄일수 있는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마른 수건도 쥐어짠다’는 도요타의 카이젠(改善) 경영의 한국판이다.

“다이소는 5만여개 상품군을 확보해 매장 면적이 300평 넘는 대형점에선 트렌드에 따라 3만개를 진열한다. 적은 면적에 최대한 많이 진열하는 효율성이 우선이다. ‘뭘 줄일까’고민하면 곳곳에서 아이디어가 나온다. 이렇게 20년 넘게 살았더니 내눈에는 모든 게 비용으로 보인다.

”직원들의 처우를 물어봤다. 당연히 ‘월급은 매우 짜다’는 답이 돌아온다. 1000원샵에서 어떻게 대기업 수준의 인건비를 감당하겠느냐는 것이다. 매장 점원도 6개월 이상 아르바이트로 채용했다가 성실성을 보고 정규직으로 전환한다. 판매사원 대부분은 근무연수가 높지 않아 인건비를 낮게 유지하는 편이다. 다이소는 소위 불황에 강하다고 하는데 정말 그럴까?

“1000원샵은 경제가 어려우면 잘 될 것이라고 하는 데 그렇지 않다. 호황이면 당연히 매출이 증가한다. 단, 불황이라도 매출이 큰 폭으로 떨어지진 않는다. 싸고 좋은 물건을 찾는 ‘가치소비 고객’은 언제나 있다. 이게 다이소의 경쟁력이다.”

그의 창업 동기는 1980년대 민주화 열풍이다. 1988년 불혹을 넘긴 마흔넷에 돌연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했다.

“1985년부터 불어 닥친 민주화 열기에 다니던 회사에 노조가 생겼다. 내가 공장장이었는데 오너 사장이 이를 못마땅하게 여겨 심하게 괴롭혔다. 3년 만에 사표를 냈다. 사업 초기 처자식이 나만 바라보는데 정말 ‘죽을 각오’로 일했다. 내 창업철학이자 지금까지 회사를 키워낸 경영이념이다. 공장장으로 일하면서 인력관리와 제조원가를 이해한 것이 저가 상품을 발주하는데 힘이 됐다.”



처음 국내 대기업의 일본연수를 알선하는 한일맨파워를 설립했다. 아울러 무역에도 관심을 갖고 당시 낮은 인건비로 싼 제품을 만들어 일본에 수출했다. 일본 거래선에서 가격대비 제품이 좋다는 평판이 나왔다. 무역을 시작한 지 4년 만에 일본 균일가 시장의 선두기업인 일본 다이소에 생활용품을 독점 공급하게 됐다. 오늘날 한국판 다이소를 키워내게 된 배경이다.1992년에는 수출에서 탈피, ‘한국형 1000원샵’을 계획하고 아성산업을 설립했다. 1997년 ‘아스코 이븐플라자’라는 이름으로 국내 첫 1000원샵을 개장했다. 비약적으로 도약한 계기는 2001년 일본다이소와 합작해 사업을 본격화하면서다. 이후 연평균 20% 이상 성장했다. 단 한번도 매출이 준 적이 없다.

다이소의 가격 정책은 원가에 마진을 붙여 소비자가격을 결정하는 일반적인 방식과 다르다. 소비자가 만족할 수 있는 가격이 얼마인지를 판단해 그걸 소비자가격으로 결정한다.

“통념적으로 다이소에 가면 중국산 제품만 잔뜩 있다고 하는데 동유럽부터 남미까지 다양한 원산지 제품이 있다. 한국산이 절반 가량 된다. 한국에서 만들면 대부분 제조원가가 500원이 넘어가지만 더 저렴한 해외 매입을 통해 수지를 맞춘다.”

그는 조금이라도 구매단가를 낮추기 위해 납품업체와 신용을 쌓는 거래를 무엇보다 중시한다. 오랜 기간 신뢰를 쌓아온 납품 업체들과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서 상생하는 것이다. 이렇게 20년 간 쌓아온 제품 소싱 노하우가 원가 경쟁력을 확보한 비결이다. 저렴한 상품을 찾아 다니러 1년에 3~4개월은 외국에서 보낸다. 현재 다이소는 25개국 1600개 업체에서 상품을 공급받는다. 박 회장은 “값이 싼 물건을 팔지만 싸구려는 팔지 않는다”며 “소비자는 품질이 나쁘면 1000원도 비싸다고 느낀다”고 강조했다. 품질이 뒷받침되지 않았으면 이미 망했을 것 이라는 설명이다. 매출의 절반 이상이 800여개 국내 협력회사

에서 제조한 제품에서 나온다. 그만큼 품질이 경쟁력이라는 것이다.

요즘 다이소는 복병을 만났다.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이름) 후원기업이라는 루머가 퍼진 것.

“한국은 물론 일본 다이소에서 다케시마 후원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 올해 한국다이소는 독도사랑운동본부와 독도 수호에 동참하는 협약도 체결했다.”

역으로 이런 내용의 기사가 일본에 알려지면서 일본 우익단체들이 일본다이소를 공격하겠다는 협박이 나오기도 했다. 일본 다이소는 현재 다이소아성의 지분 34.2%를 보유하고 있을뿐 경영에 참가하지 않는다. 박 회장이 지분 43.2%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고 역시 그가 대주주인 지주회사 한웰이 지분 13.2%를 갖고 있다. 그는 올해 3월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세제·금융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창업 수십 년 넘은 중견기업의 경우 가장 큰 애로사항이 가업승계다. 중견·중소기업이 가업 승계를 위해 상속할 때는 세제 혜택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처럼 전문경영인을 키워내기 어려운 환경이다. 그래야 100년 넘는 글로벌장수 기업이 나올 수 있다.”

그는 부자 대물림이라는 비판에 대해선 “승계한 이후 주식을 팔거나 경영 실적이 나빠져 도산 위기에 처하면 그때 상속세를 거두면 된다”고 주장했다.

1253호 (2014.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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