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COVER STORY | 가열되는 스마트홈 시장 선점 경쟁 - 韓·美·유럽 3파전에 중국 다크호스로 

2019년 116조원 규모 전망 … 글로벌 가전·통신기업 대부분 눈독 

독일을 대표하는 가전기업인 지멘스와 보쉬가 공동개발한 스마트홈 시스템. 와이파이와 인터넷 기능을 강화한 밀레의 백색가전. 스마트폰으로 조작 가능한 주방 시스템을 소개한 필립스. 웨어러블 전자 기기로 기선 제압에 나선 삼성전자. 구글 안드로이드 시스템을 적용한 LG전자의 백색가전….


2014 IFA의 화두는 스마트홈이었다. IFA 행사장에서 한 관람객이 스마트TV를 이용하고 있다. / 사진:중앙포토
9월 5일부터 10일까지 열린 2014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IFA)의 화두는 단연 스마트홈이었다. 디르크 코슬롭스키 독일가전통신협회 이사는 “올해 IFA의 트렌드는 커넥티드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홈과 다양한 형태의 TV 플랫폼, 그리고 웨어러블 기기”라며 “가전제품을 연결할 수 있는 스마트홈이 가장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더 이상 지루하지 않은 주방’이란 슬로건을 걸고 IFA에 참여한 지멘스의 롤란트 하겐부커 경영기획실장은 “주방은 노동의 공간에서 모바일 라이프 스타일의 포인트로 바뀌었다”며 “애플리케이션이 있는 모든 공간이 당신의 가정”이라고 말했다. IFA에서 지멘스와 보쉬는 함께 개발한 ‘홈 커넥트’ 솔루션을 공개했다. 이 솔루션을 통해 사용자는 식기세척기·건조기·오븐·세탁기를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통해 제어할 수 있다.

그동안 스마트홈은 미국 기업을 중심으로 보안·에너지 분야에서 상용화의 길을 걸었다. 여기에 애플과 구글이 뛰어들며 스마트 기기와 운영 시스템이 부각됐다. 가전과 모바일 분야의 강자인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스마트홈의 강자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으로 애플·구글·삼성전자를 꼽았다. 구글은 소프트웨어 분야, 삼성은 전자제품, 그리고 애플은 모바일 기기 면에서 우위를 가지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시장에 유럽 업체들이 참전을 선언한 셈이다.

글로벌 전기전자 기업들이 스마트홈 시장에 뛰어든 것은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는 ‘2014 서비스홈 시스템과 글로벌 예측’이란 보고서를 통해 스마트홈 시장 규모는 올해 480억 달러(약 49조원)에서 연 평균 19%씩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2019년에는 광대역 인터넷을 사용하는 전 세계 가정의 26%가 적어도 하나의 스마트홈 시스템을 보유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들이 분석한 2019년 시장 규모는 1115억 달러(약 116조원)에 달한다.

현재 스마트홈 시스템 기술력이 가장 앞선 국가는 미국이다. 시장 규모도 가장 크다. 올해 미국의 스마트홈 관련 매출이 179억 달러(약 18조원)로 전세계의 40%를 차지했다. 미국 스마트홈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으로는 애플이 꼽힌다. 최근 ‘아이폰6’를 성공적으로 출시했고, 고유의 오퍼레이션 시스템(OS)를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애플은 8월 열린 ‘월드와이드 개발자 컨퍼런스(WWDC)’에서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홈킷’ 플랫폼을 공개하며 스마트홈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구체적인 기능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홈킷’은 주택의 문, 온도 조절기, 전등, 카메라, 전기 플러그, 스위치 등을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팀 쿡 애플 CEO는 “지난 1년 6개월 간 24개의 스마트홈 관련 기업을 인수했다”고 밝혔다.

미국 기업은 소프트웨어 강해

구글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스마트홈 업체들을 인수하며 경쟁력을 키웠다. 안드로이드 휴대폰을 중심으로 가전제품을 연결하면 안드로이드 사용자를 묶어둘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엔 스마트홈 분야의 핵심 기술을 보유한 업체 네스트랩스를 32억 달러(약 3조3000억원)에 인수했다. 이는 스마트홈 관련 기업 인수·합병에서 나온 최대 금액이다.


자료: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
마이크로소프트(MS)는 2012년부터 개인용 컴퓨터(PC)로 조명·TV·보안 카메라·게임기 등의 가전들을 제어하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지난해 7월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PC와 인터넷을 활용한 스마트홈 플랫폼 서비스를 시연했다. 이는 MS의 운영체제를 실제로 구현하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이다. MS가 조만간 홈오토메이션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미국 주요 통신회사들도 스마트홈 시장 경쟁에 뛰어들었다. 2012년 미국 최대 통신사 중 하나인 버라이즌과 미국 최대 케이블 사업자인 컴케스트가 스마트홈 서비스를 시작했고, 지난해에는 AT&T가 ‘디지털 라이프’라는 홈 시큐리티 기반의 스마트홈 서비스를 출시했다. 삼성전자도 스마트홈 시장의 강자로 인정받고 있다. 삼성전자의 장점은 모든 전자기기를 공급할 수 있는 제조 능력이다. 백색가전부터 스마트폰까지 최고 수준의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 글로벌 주요 가전사, 통신사, 케이블 사업자들이 스마트폰 시장 경쟁에서 한 발 앞서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하이얼·창홍·샤오미도 속속 참여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스마트홈 시장을 뒤흔들 커다란 변수가 있다. 바로 중국이다. 중국 스마트홈 시장 성장률이 예상을 뛰어 넘고 있다. 국제 사물인터넷(IoT) 기술 연구센터에 따르면 중국 스마트홈 시장은 지난해 865억 위안(약 14조3000억원)에서 연 평균 22.5% 성장해 오는 2020년 4배 규모인 3576억 위안(약 59조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스마트홈 시장이 급성장하자 중국 기업들도 스마트홈 서비스를 속속 선보이고 나섰다. 중국의 대표적인 가전업체 하이얼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가전박람회에서 ‘유 홈(U-Home)’이라는 스마트홈 시스템을 선보였다. TV 제조사 창홍도 지난 7월 중국 칭다오에서 열린 ‘중국 국제 가전 박람회’에서 스마트 기능이 적용된 TV·냉장고·에어컨을 선보였고 현재 ‘치큐(CHiQ)’이라는 브랜드로 판매하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의 강자로 떠오른 샤오미도 시장 참여를 선언했다.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TV·박스·라우터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중국의 하이센스와 TCL 등 TV 제조기업들은 다른 백색가전기업·통신사·소프트웨어 기업과 함께 스마트홈 연합군을 만들었다. 업계에서는 중국 기업들이 거대한 내수 시장과 영향력을 바탕으로 실력을 쌓은 후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 삼성전자·애플·구글 등의 글로벌 기업들과 주도권 다툼을 펼칠 것으로 보고 있다. 코슬롭스키 독일가전통신협회 이사는 “중국은 시장 자체로 충분히 폭발적인 잠재력이 있지만 아직은 미국과 유럽 기업에 비해 기술력이 부족하다”며 “당분간 스마트홈 시장은 미국과 한국, 유럽 기업이 주도권 싸움을 벌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1255호 (2014.09.29)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