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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 | 달라진 자동차 모델 표시법 - BMW 2, 4, 6시리즈는 쿠페형 … 엔진 다운사이징, 네이밍 변경 봇물 

AMG<벤츠>·R<골프>, 고성능 모델이란 뜻 

최주식 월간 오토카코리아 편집장

자동차의 이름에는 많은 정보가 숨겨져 있다. M5의 경우 알파벳 M은 고성능 모델을, 홀수에 해당하는 5는 세단 모델을 뜻한다. / 사진:BMW코리아 제공



자동차 모델 꼬리에 붙는 숫자가 항상 배기량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엔진의 다운사이징 그리고 자동차 회사의 새로운 네이밍 변경에 따른 결과다. 이제 모델명을 읽을 때도 새로운 독해법이 필요해졌다.

똑같은 모델이라도 배기량이 다양하고 성능 차이가 크다. 이 ‘차이’는 숫자와 기호로 구분돼 트렁크 리드에 딱지처럼 붙여진다. 하나의 모델에서 다양한 그레이드로 분류하는 것을 트림이라 한다. 트림명에서 숫자는 대개 배기량을 나타내는 게 일반적이었으나 최근에는 애매모호한 경우가 많아졌다. 엔진 다운사이징으로 배기량은 작아졌으나 성능은 예전 그대로 또는 그 이상이 되다 보니 나타난 현상이다.

같은 배기량에도 휘발유냐 디젤이냐에 따라 그리고 터보차저냐 수퍼차저냐에 따라 파워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게다가 요즘에는 하이브리드와 전기차까지 등장해 배기량 숫자만으로 표현하기에는 성능을 표현하는 방법이 한층 복잡해졌다. 자동차 회사들이 새로운 네이밍으로 모델을 구분하고, 세부 트림명을 정리하는 이유다. 그런 만큼 소비자들도 숫자나 기호를 좀 더 면밀히 살펴 볼 필요성이 커진 셈이다.




닛산은 올해 새로운 이름 체계를 정립했다. 세단은 Q와 숫자조합, SUV 등 다목적차량은 QX와 숫자조합의 형태다. JX35은 특별한 외관 변화 없이 이름만 QX60이 됐다. / 사진:닛산코리아 제공
엔진다운사이징에도 성능은 더 좋아져

아우디는 새로 ‘다이내믹 배지’를 만들면서 기존 모델 표기법을 바꾸었다. 다이내믹 배지를 적용한 첫 모델은 아 우디 A755 TDI 콰트로. 이전에 A7 3.0 TDI 콰트로로 표기되던 모델이다. 이전에는 그냥 3.0 터보 디젤 엔진이구나 짐작하면 그만이었다. 근데 55는 무슨 뜻일까? 55라는 숫자의 비밀은 중력 가속도 1g를 100으로 봤을 때, 이 차의 가속성능이 55에 달한다는 얘기.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중력 가속도 g의 공식은 9.8m/s2. 속도는 거리(m)를 시간(s)으로 나눈 것. 여기서 s에 제곱 부호가 붙는 이유는 속도의 단위를 시간 단위로 한 번 더 나눠주기 때문. 시속 100km를 초당 미터로 쪼개면 27.77m. 아우디 A755 TDI의 0→시속 100km 가속시간은 5.3초. 거리를 시간으로 나누면 즉 27.7m를 5.3초로 나누면 5.24m/s의 가속도 값이 나온다. 이를 중력 가속도 공식에 대입하면 55라는 숫자의 비밀이 밝혀진다.

A755 TDI는 V6 3.0L 디젤 엔진에 바이 터보 (Bi-turbo)를 결합해 최고출력 313마력의 힘을 낸다. 같은 3.0L 엔진이지만 이전보다 68마력이나 높아졌다. 아우디는 이처럼 높아진 출력을 알리고 싶었겠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소 어려워진 게 사실이다.

BMW의 예를 들어보자. BMW는 최근 세단은 홀수, 쿠페는 짝수로 시리즈를 개편했다. 1, 3, 5, 7시리즈는 세단, 2, 4, 6시리즈는 쿠페가 된다. 이에 따라 과거 3시리즈 쿠페는 4시리즈로 바뀌었는데 420d 쿠페는 3시리즈에서 파생된 쿠페라는 의미다. 420d는 4시리즈 2.0L 디젤 엔진을 얹었다. 그렇다면 428i 쿠페는 2.8L 엔진일까? 아니 다. 428도 2.0L지만 휘발유 엔진이라는 점이 다르다.

BMW 520i와 520d는 각각 휘발유 2.0L, 디젤 2.0L 엔진이지만 528i와 525d 역시 2.0L 엔진이다. 535i와 535d 는 각각 휘발유 3.0L, 디젤 3.0L 엔진이다. 그리고 530d 는 숫자 그대로 3.0L 디젤 엔진이다. 알듯하면서 모호한 구분법에 소비자들은 헷갈리기 마련이다. 그럼, 어떻게 읽고 해석해야 할까?

크게 보면 사정은 이렇다. 우선 휘발유와 디젤로 구분된다. 그 다음 성능 차이. 520i와 528i는 같은 휘발유 2.0L 엔진이지만 520i는 184마력, 528i는 245마력으로 출력 차이가 매우 크다. 같은 배기량 이름으로 묶을 수 없는 이유다. 530d와 535d도 같은 3.0L 디젤 엔진이지만 최고출력은 각각 258마력, 313마력으로 상당한 차이를 나타낸다. M550d의 경우 얼핏 보기에 5.0L 엔진 같지만 이 역시 3.0L 디젤로 최고출력 381마력을 낸다. M 은 BMW의 고성능 모델에 붙는 코드. BMW MGmb H라는 BMW의 자회사에서 만든다. 모터스포츠에서 출발한 회사인만큼 M이 붙으면 클래스가 다르다고 봐야 한다.

BMW M과 같은 고성능 배지는 자동차 회사마다 고유 의 기호로 표시한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경우 AMG로 표시한다. 메르세데스-AMG라는 벤츠의 자회사가 만들 며 엔진 전문 제조사인만큼 압도적인 엔진 파워를 자랑 한다. 그리고 아우디는 S로 표현되는데 A6의 고성능 모델이 S6가 된다. 그보다 한 단계 위의 고성능 모델에는 RS 배지가 달린다. 국내에는 RS5·RS7이 판매되고 있 고, RS6는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

폴크스바겐의 고성능 모델에는 R이 달린다. 그것을 R-라인으로 구분한다. 국내엔 들어오지 않았지만 7세대 골프 R은 2.0L 휘발유 엔진을 얹고 최고출력 296마력을 내는 괴물. 0→시속 100km 가속을 단 4.9초 만에 끊는다. 이 밖에도 고성능 모델에 R을 붙이는 브랜드는 많다. 대표적인 것이 1990년대 초반 시작된 혼다의 타입-R 시리즈. 혼다의 스포츠카 계보를 잇다가 2000년대 후반 단종됐다. 그리고 이번 파리모터쇼에서 시빅 R-타입으로 등장한다는 소식이다. 이는 혼다 모델 라인업에서 스포츠카가 다시 부활한다는 의미다.

인피니티의 경우 올해부터 모든 모델을 두 개의 그룹으로 나누는 새로운 네이밍 정책을 실시했다. 세단과 쿠페, 컨버터블 모델은 ‘Q’, SUV와 크로스오버 모델은 ‘QX’를 각각 붙이는 것. 그 뒤에 두 자리 수치로 등급을 표시 한다. 이에 따라 기존 M 라인업은 인피니티 Q70, G 라인업의 쿠페 및 컨버터블 모델은 인피니티 Q60으로 바뀌 었다. 그리고 중형 SUV인 EX는 QX50으로, 그 윗급으로 올라가는 JX는 QX60, FX는 QX70, QX는 QX80으로 각각 바뀌었다.



독일에선 아무것도 붙이지 않는 차 유행

자동차의 본질은 이동의 자유와 즐거움이지만 사회학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가지는 신분의 상징이라는 점이다. 심지어 자동차는 같은 차종 내에서도 다양한 등급이 존재한다. 문제는 지나치게 이를 의식하는 경우다. 자기 차의 등급보다 높은 트림명을 붙이고 다닌다고 해서, 결코 그 사람의 수준이 올라가지 않는다. 오히려 정반대다. 벤츠를 타고 다니면서 AMG 모델이 아닌데도 AMG배지를 꽁무니에 붙인 것을 보면 이해하기 어렵다.

요즘 독일에서는 차 꽁무니에 붙은 것을 모두 떼어내고 아무것도 없는 상태로 다니는 게 유행이라고 한다. 실제 벤츠 AMG 모델인데 그 AMG 마크도 떼어낸다고 한다. 얼마 전부터 패션계에서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과거 상표를 밖으로 드러내던 명품 브랜드들이 그걸 안으로 감추는 추세인 것. 모조품들이 넘쳐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방편이다. 자동차의 주체는 트렁크 꽁무니에 달린 숫자나 기호가 아니라 결국 사람인 나 자신인 것이다.

1256호 (2014.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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