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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펀드시장 평가 - ‘전차(電車) 군단’ 쇼크에 쥐꼬리 수익률 

주식보다 채권 담은 펀드 선방 … 중소형·배당주·신흥아시아 펀드도 선전 

펀드시장 가뭄이 여전하다. 코스피 지수가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한데다 대장주인 ‘전차(電車·전기와 자동차)군단’까지 휘청거리면서 펀드 환매 행진이 멈추질 않는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펀드의 3분기(7~ 9월) 평균 수익률은 0.67%에 그쳤다.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9월 말 기준 53조 원(설정액 10억 원 이상 기준)이다. 2007년 8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3분기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만 2조1805억 원이 빠져나갔다. 3개월 동안 헛바퀴만 돌린 셈이다. 연초 이후로 봐도 마찬가지다.
답답한 증시에서 선전한 펀드도 있다. 국내 중소형주·배당주 펀드와 중동아프리카 펀드가 이익을 안겨줬다. 자산운용사의 실력차도 뚜렷해지고 있다. 3분기 펀드 시장을 분석하고 전망을 짚어봤다.



국내 증권시장은 3분기 큰 암초를 만났다. 국내 증시를 이끌어 온 ‘전차(電車)군단’ 쇼크다. 삼성전자는 실적 부진으로 주가가 2년 2개월 만에 120만 원 아래로 내려앉았다. 현대자동차 주가는 한전 부지 고가 매입 우려로 19만 원 아래로 떨어졌다. 3분기 동안 정부의 경기부양책과 유럽중앙은행의 양적완화 기대감 같은 호재가 있었지만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다. 마음이 떠난 투자자들은 여전히 펀드 시장을 외면했고, 환율 리스크까지 덮치며 코스피 지수 2000선이 무너졌다.

펀드시장도 성할 리 없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7월부터 9월까지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은 0.67%에 그쳤다. 국내 혼합형(1.73%), 국내 채권형(1.36%) 펀드보다 못한 수익률이다. 기대에 못 미치는 저조한 성적에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빠져나간 뭉칫돈은 3분기에만 2조1805억 원에 달했다.




*설정액 10억원 이상, 3분기(7월 1일~9월 30일 / 자료: 에프앤가이드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 채권형보다 낮아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찾은 탈출구는 중소형주와 배당주 펀드다. 중소형주는 제한된 범위에서 오르고 내리는 박스권 장세에서는 투자하기에 유리하다. 대형주 부진에 따른 상대적 수혜 성격이 강한 데다 덩치가 작은 중소형주가 글로벌 경기변동에 영향을 덜 받기 때문이다. 성적도 좋았다. 국내 주식형 펀드 내 중소형주 펀드 수익률은 3분기 8.99%를 기록했다. 중소형 주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9월 30일 기준)은 16.93%에 달했다. 배당주 펀드는 3분기에 5.91%의 수익률을 냈다.

국내에서 중소형주가 좋은 성적을 냈다면 해외 펀드 중에서는 아시아 신흥국 펀드가 돋보였다. 신흥아시아 펀드 평균 수익률은 4.20%를 기록했다. 전체 신흥국 펀드 중 중국 본토 펀드 수익률이 가장 좋았다. 7월 이후 13.57%의 수익을 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차이나A레버리지1.5증권투자신탁(주식-파생재간접형)종류C-e’펀드의 3분기 평균 수익률은 21.33%를 기록했다. 인도도 7.61%의 수익을 올렸다. 이와 달리 러시아 펀드 3분기 수익률은 -12.31%였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촉발된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대 러시아 경제 제재 강화 영향이 컸다. 산업생산지표 부진 등 실물지표 악화도 악재로 악용했다. 모든 펀드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테마펀드별 수익률을 보면 금융주·헬스케어 펀드가 선방했다. 국내 금융주 펀드는 7월 이후 12.17%의 수익률을 냈다. 증권사들의 대규모 희망퇴직과 정부의 각종 경기부양책이 은행 수익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금융주가 소폭 오른 결과다. 헬스케어 펀드는 고령화 현상으로 건강산업 수요가 늘면서 6% 성과를 냈다.

이와 달리 안전한 투자처로 여겼던 금 펀드는 힘을 못쓰고 있다. 미국의 양적 완화가 축소되고 내년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으로 투자자들의 금 수요가 줄어들면서다. 2분기(4월 1일~6월 30일) 3.12%의 수익률을 보였던 금 펀드는 3분기 마이너스 9.24%로 돌아섰다. 펀드 시장은 4분기에도 큰 기대를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양적완화 종료를 앞두고 있는데다 유로 존 소비 둔화, 중국의 수출 환경 악화 등으로 당분간 주가가 오름세를 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시가총액 1, 2위인 삼성전자와 현대차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이익의 70%를 차지하는 IM(IT·모바일) 부문 회복이 쉽지 않고, 현대차는 엔 저 공세에 고전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불확실 한 박스권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이에 중소형주나 가 치주, 배당주 등에 관심을 가지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국내 펀드시장의 부진으로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은 울상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86개 자산운용사의 올 3~6월(1분기) 영업이익은 1170억 원으로 전분기보다 17.8% 감소했다. 영업 규모 상위 10개사의 영업이익은 805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61억 원 감소했고 중소형사는 193억 원이나 줄었다. 7 월~9월(2분기) 영업이익은 이보다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펀드 환매가 지속되고 펀드 보수비용도 갈수록 낮아지고 있어서다.

지난해 말 0.8%대였던 펀드 보수는 현재 0.7%대로 계속 낮아지고 있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부사장은 “지금 모든 운 용사들의 고민이 깊다”며 “코스피가 박스권에 머무는 동안 운용사들은 유망 종목이나 기업들을 발굴해 시장이 좋아질 때를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사 성적표는

미래에셋·삼성·KB 자산운용 선전


*7월 1일~9월 30일 기준, 설정액 10억원 이상 / 자료: 에프앤가이드
펀드를 만들고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별 실력 격차는 뚜렷했다. 3분기 동안 국내외 주식형·채권형·혼합형 펀드 중 수익률 상위 50개 펀드에는 16개 운용사만 이름을 올랐다. 수익률 상위 50 펀드를 많이 배출한 운용사는 미래에셋·삼성·KB·한국밸류 등이다. 강점인 해외 주식형 펀드의 상승과 함께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도 주식과 채권을 혼합한 펀드로 좋은 수익률을 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국내 채권 펀드인 ‘미래에셋퇴직플랜증권자 투자 신탁1(채권) 종류C-F’는 2.29%, 해외 주식형 펀드인 ‘미래에셋차이나 A레버리지1.5 증권투자신탁(주식-파생재간접형) 종류C-e’는 21.33% 수익률로 각각 1위를 기록했다. 삼성자산운용은 국내외 수익률 상위 50위 펀드 중에 24개, KB자산운용은 18개를 차지했다. 특히 KB자산운용은 신흥아시아 펀드 수익률이 좋았다. ‘KB베트남포커스95 증권투자신탁(주식 혼합)A’펀드는 3분기에 7.79%의 수익률을 내면서 해외 혼합형 펀드에서 1위를 차지했다.

국내 운용사들이 선방했지만 해외 투자 펀드에서는 외국계 운용사가 눈에 띄었다. 해외 채권형 펀드에서는 피델리티자산운용과 JP모건자산운용이 수익률 상위 50개 펀드에 각각 4개의 이름을 올렸다. 트러스톤 자산운용 이성원본부장은 “운용사마다 다양한 해외 채권·혼합 펀드를 운용하고 있지만 해외 운용사들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하기 때문에 유리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1256호 (2014.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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