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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해외 펀드 성적표는 - 아시아 뜨고 유럽 지다 

중동아프리카주식형도 강세 … 러시아 펀드는 모두 마이너스 

문희철 이코노미스트 기자 reporter@joongang.co.kr
‘투자자 마음은 갈대’. 3분기 해외 펀드 자금 유출입 동향을 살펴보면 ‘갈지(之)’자 행보라는 표현이 떠오른다.

지난 5월부터 신흥국 경제 지표가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자 약 3개월 동안 신흥국 펀드에 자금이 대거 유입됐다. 여기에 9 월 4일 유럽중앙은행(ECB)이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낮추자 자금은 더욱 신흥국에 쏠렸다. 양적완화로 시중에 풀린 자금이 신흥국으로 몰린 것이다. ECB가 기준금리를 연 0.15% 에서 0.05%로 인하하고, 중앙은행의 예치금리를 마이너스 0.1%에서 마이너스 0.2%로 낮추자, 일주일 간 신흥국 주식형 펀드로는 34억 600만 달러(약 3조5900억 원)가 순유입됐다. 이 와 달리 미국과 서유럽 등에 투자하는 선진국 주식형 펀드에선 같은 기간 33억 6500만 달러(약 3조5500원)가 순유출 됐다.

최근 분위기는 또 다르다. 9월 중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 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양적완화 정책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기 때문이다. 이후 일주일 동안 신흥국 주식형 펀드에서 10억 9000만 달러(약 1조1500억 원)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노상원 동부증권 선임연구원은 “시장에서 (Fed가 입장을 바꿔) 금리 인상이 빨라지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진 이후 중국·인도·인도네시아·한국 등 주요 신흥국에서 모두 자금이 유출됐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오락가락했지만 3분기 수익률만 두고 보면 신흥 아시아 주식형 펀드만한 게 없었다. 모든 해외 주식형 펀드 유형중 중동아프리카 주식형이 8.86%의 수익률로 1위를 차지했다. 개별펀드별로 보면 KB자산운용의 ‘KBMENA증권자 투자 신탁’이 3분기 14%에 육박하는 수익률를 기록했다.

프랭클린 템플턴자산운용의 ‘프랭클린MENA증권자 투자신탁’ 역시 같은 기간 수익률 13%를 상회했다. 마이클 레비 베어링 자산운용 투자 매니저는 “중동과 아프리카에 투자하는 중동 아프리카 주식형펀드는 내년 예상 자기자본수익률(ROE)과 배당수익률이 현저히 높다. 성장 초기 국면이기 때문에 경제성장률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단기적으로뿐만 아니라 향후 수십 년간 상대적으로 높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설정액 10억원 이상 펀드 대상(운용/모펀드 제외), 9월 30일 기준. 같은 펀드가 여러 종류일 경우, 수익률 높은 펀드 기준 / 자료: 에프앤가이드



선진국 양적완화 정책 따라 자금은 오락가락

다만, 중동아프리카주식형펀드는 설정액 규모가 크지 않고 펀드수도 9개뿐이다.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펀드 중에서는 아시아 펀드 수익률이 으뜸이다. 신흥아시아주식형(2위)·아시아퍼시픽주식형(3위) 등 아시아 펀드가 상위권에 대거 포진했다. 3 분기 평균 수익률은 4% 안팎. 전체 해외 주식형 펀드(2.01%)뿐만 아니라, 국내 주식형(0.67%), 국내 채권형(1.36%), 해외 채권형(-0.52%) 보다 높다.

가장 돋보이는 신흥아시아펀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차이나A레버리지1.5증권투자신탁’이다. 중국 본토 주요 주식에 투자하는 미래에셋차이나A레버리지1.5증권투자신탁의 7 월 이후 수익률은 21%가 넘는다. 2위권 싸움은 치열하다. 한국 투신운용의 ‘한국투자 셀렉트중국본토ETF증권자 투자신탁 UH’, KB자산운용의 ‘KB중국본토A주증권자 투자신탁’, 동양 자산운용의 ‘동양차이나 본토주식증권자 투자신탁UH’, 삼성자산운용의 ‘삼성CHINA2.0본토증권자 투자신탁’ 등 4개 펀드가 모두 16%대 수익률을 기록하며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공통점은 역시 모두 중국 본토에 투자하는 펀드라는 점이다.

이런 분위기는 국가별 수익률을 비교해도 그대로 드러난다. 중국 본토 펀드가 무려 12%를 상회하는 수익률을 기록하며 전체 신흥국펀드 중 가장 수익률이 좋은 국가로 꼽혔다. 8월 중순 중국 본토 펀드는 한때 지역별 수익률 1위에 오른 적도 있다. 지난 6월부터 상승세인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7월 이후 3개월 동안 15.28%나 상승했다.

과거 중국 펀드에 크게 데였던 투자자들은 한동안 중국 펀드를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봤지만 점차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 노상원 선임연구원은 “중국 주식형 펀드는 쳐다보지도 않던 고액자산가들도 최근에는 중국 상해종합주가지수의 흐름 이 나쁘지 않아 중국 펀드 관심도 커지는 분위기”라고 말한다.

인도 펀드(3분기 수익률 5.7%) 역시 수익률이 높았다. 오광영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5월 취임한 이후 새로운 총리의 경제 정책, 일명 ‘모디노믹스’에 대한 기대감으로 시장이 강세를 보이면서 펀드 수익률 역시 상승했 다”고 분석했다.

이와 달리 러시아 펀드(수익률 -12.2%)는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우려가 확산되는 가운데 러시아 경제 제재 강화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산업 생산지표 부진 등 실물지표 악화도 악재다.

유럽 내 신흥시장에 투자하는 신흥유럽 펀드(수익률 -6.91%)도 좋지 않았다. 포르투갈 최대 상업은행 방코에스피리토 산토(BES)가 대규모 손실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자 남유럽 위기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오광영 애널리스트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둘러싼 긴장감 때문에 러시아 펀드와 신흥유럽 펀드가 동반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내년부터는 선진국 펀드가 유망

중국 펀드, 신흥아시아 펀드, 해외 펀드 자금 유출입을 종합하면 결국 해외 펀드 시장에서 투자자들은 갈팡질팡하며 3분기를 보냈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수익률은 신흥국 펀드가 좋았지만 이런 추세가 언제까지 갈지 확신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향후 투자 전략은 어떻게 세워야 할까. 김후 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해외 펀드 투자는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시점이라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 연구원은 “내년 6월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된다”며 “금리가 오르면 변동성이 큰 신흥 시장보다 선진국 시장이 더 각광 받을 수 있 다”고 내다봤다. 따라서 올해까지 신흥국 펀드에 투자하고 내년부터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펀드에 투자하는 전략을 추천했다. 그는 “신흥국 펀드에 투자하더라도 내년 상반기 전 목표수익률에 도달하면 차익을 실현한 뒤 선진국 펀드로 갈아타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1256호 (2014.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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