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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수익률 떨어뜨린 원투 펀치-현대차 - 한전 부지 매입-엔저 악재에 급브레이크 

52주 최고가보다 30% 하락 … 판매 선방했지만 경영환경 나빠져 

김태윤 이코노미스트 기자 pin21@joongang.co.kr
10조5500억 원 vs 11조 원. 앞 숫자는 현대자동차가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를 사들인 금액이다. 뒤 숫자는 한전 부지 낙찰(9월 18일) 이후 10월 1일까지 사라진 현대자동차·현 대모비스·기아자동차 시가총액이다. 현대차가 특히 많이 떨어 졌다. 9월 17일 48조200억 원이던 현대차 시가총액은 10월 1일 41조5200억 원으로 6조5000억 원이 줄었다. ‘비효율·비상식적 투자’라는 우려 속에 올해 내내 22만~25만 박스권을 형성하던 주가는 속절없이 무너졌다. 10월 1일 종가는 18만 8500원. 52주 최고가(26만 9000원)보다 30% 가까이 빠졌다.




기관 60거래일 중 55일 순매도

현대자동차그룹주펀드도 울상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주펀드를 추종하는 9개 펀드(10억 원 이상) 중 7개가 연초 이후 수익률이 마이너스다. 한전 부지 매입 파장으로 1개월 수익률이 플러스인 곳은 한 곳도 없다. 1년 수익률만 놓고 보면 채권혼합형 펀드는 대부분 플러스 수익률을 유지했지만, 인덱스·액티브주식 유형은 모두 마이너스였다. ‘미래에셋타이거 현대차그룹+상장지수’펀드의 1년 수익률(9월 30일 기준)은 -21.6%, 1개월 수익률은 -10.9%다. 5년 수익률이 85%에 달하는 ‘대신자이언트현대차그룹 증권사장지수형’펀드의 1년 수익률은 -12.3%, 연초 이후 수익률은 -8.2%다. 현대차그룹주펀드 중 설정액이 가장 큰 ‘우리현대차그룹과 함께 증권투자신탁1’펀드는 3년 수익률이 11.9%지만, 1년 수익률은 -2.68, 1개월 수익률은 -4.63%다.

현대차 편입 비중이 큰 펀드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현대차 편입 비중이 50%에 달하는 ‘현대현대그룹 플러스 증권투자신탁1’, 우리현대차그룹과 함께 증권자 투자신탁1’, 20~30%인 ‘KB그린 포커스증권자 투자신탁’, ‘신한 BNPP3대그룹주플러스’, ‘한국투자경기민감주목표전환형’ 등은 모두 단기 수익률이 급전직하했다. 삼성전자·현대차그룹주를 묶은 ‘KB삼성&현대차그룹 플러스’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11.7%다.

최근 현대차 주가 급락은 한전 부지 입찰 쇼크 영향이 컸지만, 사실 지난 4월부터 현대차 주가는 약세였다. 실적만 놓고 보면 사정은 그리 나빠 보이지 않는다. 현대차는 올 상반기 매출 44조4000억 원, 영업이익 4조250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0.3%, 영업이익은 5.8% 감소했다. 3분기 누적 판매량도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현대차는 파업 여파에도 올 1~9월 내수 시장에서 50만 2006대, 해외에서 312만 3236대를 팔았다. 전년 동기 대비 3.6% 성장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약 1조9000억 원이다. 그럼에도 4월 초 25만 원을 돌파했던 주가는 6월 중순에 20만 원 초반 대까지 내려갔다. 7월 말에는 기존 주가 수준을 회복했지만, 국내외 어려운 경영 환경이 부각되면서 주가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특히 기관들이 현대차를 대거 내다 팔았다. 국내 기관들은 10 월 1일 기준으로 최근 60거래일 동안 55일을 순매도 했다.

엔저가 결정타였다. 달러·엔 대비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현대차는 같은 대수의 차를 팔아도 수익성이 더 낮아졌다. 특히 일본 완성차 업체가 엔저를 등에 업고 파상 공세로 나오면서 세계 주요 시장에서 현대차의 입지가 위협받고 있다. 현대차의 8월 미국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보다 1%포인트 떨어진 7.9%다. 현대차 점유율이 내려간 만큼 일본차 점유율이 올랐다.

유럽시장에서도 고전 중이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1~8월 현대차는 유럽연합(EU) 지역에서 28만 1147대를 팔았다. 전년 동기 대비 1.2% 감소했다. 시장 점유율은 3.3%로 전년 대비 0.2%포인트 줄었다.

중국 시장에서는 선방하고 있지만 전망은 좋지 않다. 올 1~8월 현대차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6.9%로 중국 내 3위를 유지했다. 기아차와 합하면 10.6%로 9년 만에 최고치다. 하지만 일본 차의 공세가 만만치 않다. 2008~2013년 중국 시장 점유율이 12%포인트나 내려간 일본 완성차 업체들은 최근 공격적인 증산으로 중국 시장 탈환에 나섰다. 도요타는 중국 생산 능력을 현 97만대에서 135만대로 늘릴 계획이다. 닛산은 중장기적으로 중국 현지생산 능력을 170만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달리 현대차는 현재 추진 중인 4공장 설립 계획이 중국 정부의 승인을 받지 못해 난항을 겪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차 목표주가를 내리는 중이다. 한국투자 증권은 목표주가를 기존 32만 원에서 25만 원으로 내렸다. KTB 투자증권은 29만 원에서 25만 원으로, 노무라증권은 28만 원에서 22만 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전 부지 매입 영향이 크지만 글로벌 자동차 업체 간 경쟁 심화와 유럽·신흥시장 침체, 원화 강세 지속, 수입차 공세 등 경영환경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 는다는 점도 작용했다.

특히 엔저가 골치다. 10월 1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일본 엔화 가치는 오전 한때 1달러당 110엔까지 내려갔다. 달러당 110엔대로 내려간 것은 2008년 8월 이후 6년 만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원·엔 환율은 100엔당 960.24원으로, 일본 정부가 본격적으로 엔저 정책을 펴기 시작한 2012년 9월 말에 비해 33% 이상 하락했다. 일각에선 1년 내에 100엔당 800원 수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현대차의 고민도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설정액 10억원 상, 9월 30일 기준 / 자료: 에프앤가이드

수출에선 일본에, 내수에선 수입차에 치여

유럽차의 선전인 돋보이는 수입차 업체의 내수시장 공세도 현대차에 부담이다. 지난 8월 수입차의 내수시장 점유율은 13.4%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와 달리 현대차의 점유율은 지난해 중반 이후 야금야금 줄고 있다. 지난 8월에는 11개월 만에 처음으로 월간 내수 판매량 5만대 달성에 실패했다. 증권가에선 현대차 주가 바닥론을 놓고 이견이 나온다. 4분기에는 원화 약세 효과와 신차 효과, 생산량 회복, 중국 시장 판매 확대 등으로 추세 반전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엔저가 가속화되고, 국내외 시장에서도 고전이 예상돼 추세 전환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1256호 (2014.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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