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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수익률 떨어뜨린 원투 펀치-삼성전자 - 내리막 실적에 주가 100만원도 위태로워 

연초 대비 주가 20% 하락 … 삼성그룹주펀드 1년 평균 수익률 -10% 

김태윤 이코노미스트 기자 pin21@joongang.co.kr
“우리는 삼성전자 편입 비중이 낮아 수익률이 좋습니다.” 요즘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 쪽에서 자주 들을 수 있 는 얘기다. 삼성전자 주가가 급락하면서 삼성전자를 편입하지 않거나 편입 비중이 낮은 펀드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하는 얘기다. ‘삼성전자의 굴욕’이다.

삼성전자 주가가 최고점을 찍은 연초만 해도 국내 펀드들은 삼성전자 비중을 대폭 높였다. 하지만 주가가 급락하면서 삼성 전자를 외면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를 안고 가느냐 버리느냐’에 따라 수익률에서 희비가 갈렸다.

M사가 운용하는 모 주식형 펀드는 연초 대비 9월 30일 기준 수익률이 18%에 달한다. 삼성전자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한 시점에 10%에 달하던 삼성전자 편입 비중을 대폭 낮춘 게 주효했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이 1%가 채 안 되는 점을 감안하면 고수익률이다. 이와 달리 삼성전자 비중이 18%에 달하는 K사 펀드는 같은 기간 수익률이 -3%다. 삼성전자 편입 비중이 15~18%인 다른 M사와 N사의 대표펀드 수익률 역시 마이너스를 면치 못했다.




64개 삼성그룹주펀드 중 63개 1년 수익률 마이너스

삼성그룹주펀드를 추종하는 펀드들 역시 삼성전자 쇼크에 허덕였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9월 30일 기준으로 설정액이 10억 원 이상인 64개 삼성그룹주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7.4%다. 1년 수익률은 -10.2%에 달한다. 1개월 누적 수익률이 플러스인 곳은 한 곳도 없고, 연초 이후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면한 것은 채권혼합형인 ‘IBK재형 삼성그룹 증권자투자신탁 펀드’뿐이다.

지난해 7월 설정된 ‘대신 삼성그룹레버리지 1.5 증권투자신탁’은 1년 누적 수익률이 -19.9%로 삼성그룹주펀드 중 가장 낮았다. ‘한국투자 킨덱스 삼성그룹주 SW 증권상장지 수투자신탁’은 3년 수익률이 12.3%지만 연초 이후 수익률은 -10.4%다. 3년 수익률이 20%에 달하는 ‘삼성코덱스 삼성그룹 주상장지수투자신탁 펀드’ 역시 1년 수익률은 -8%다.

삼성전자 주가 하락이 결정타였다. 연초만 해도 목표주가 200만 원이 거론되던 삼성전자 주가는 속절없이 떨어지고 있다. 10월 1일 종가는 115만 6000원. 52주 최저가인 114만 1000원에 근접했다. 52주 최고가인 150만 3000원(2013년 12월 2일)과 비교하면 20% 넘게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보합세를 유지한 것을 감안하면, 삼성전자 주가 하락폭은 충격적인 수준이다.

최근 삼성전자 주가 하락을 이끈 것은 기관들의 파상 매도였다. 국내 기관들은 8월 1일 이후 40거래일 동안 무려 39일을 순매도 했다. 기관들이 던진 물량을 대부분 외국인이 받은 게 그나마 위안이었다. 증권가 일각에선 삼성그룹이 경영승계 차원에서 주가 방어에 소극적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3.43%를 이재용 부회장에게 증여할 경우 증여세는 3조7200억 원에 달하는데, 최근 석 달 간 주가 하락으로 증여세 추정액이 4000억 원 가까이 줄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이 지분 20.76%를 보유한 삼성생명 주가는 같은 기간 오히려 올랐기 때문에 삼성전자 주가 하락이 그룹 차원에서 의도된 것이라고 보기에는 설득력이 약하다.

핵심은 삼성전자의 펀더멘털(기초체력) 약화다. 최근 각 증권 사가 내놓은 삼성전자의 3분기 추정 실적은 약 5조 원대 중반이다. 3조~4조 원대를 예상하는 증권사도 있다. 이는 7월 초 증권사들이 내놓은 추정치보다 40% 정도 깎인 수치다. 최근 삼성 전자의 주가 하락은 부진한 3분기 실적 전망이 과도하게 반영됐다는 분석이 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위기 조짐은 진즉 있었다.

지난 2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7조 원대로 급락하면서 ‘어 닝 쇼크(실적 충격)’ 얘기가 나왔을 때 삼성전자가 내놓은 해명 속에 답이 있다. ‘실적 부진 원인은 무선사업 부문 재고 축소를 위한 마케팅 비용 증가가 주된 이유다. 중국 및 유럽 시장의 경쟁 심화로 중저가 스마트폰 재고가 증가했다. 3분기 성수기 및 신모델 출시를 위해 마케팅비를 다소 공격적으로 집행했기 때문에 3분기에는 실적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모델(갤럭시S5) 출시에 따른 공격적인 마케팅 효과는 미진했다. 중국 중·저가폰 공세와 유럽 경기 부진, 과도한 유통 재고라는 외생 변수가 있었지만, 무엇보다 ‘삼성 스마트폰’의 근본적인 경쟁력 하락이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3분기 35%에 달했던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올 2분기 25%까지 하락했다. 7월에는 23.5%, 8월에는 22.3%로 쪼그라들었다.

이러는 사이 실적은 눈에 띄게 둔화됐다. 지난해 3분기 10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렸던 삼성전자는 이후 3분기 연속 영업 이익이 하락했다. 올 3분기를 포함하면 네 분기 연속 하락이다. 그나마 반도체 부문과 소비자가전이 선방하지 않았다면 훨씬 충격적인 실적이 나왔을 것이다.




반등 모멘텀 안 보이는 게 문제

전망은 더 어둡다. 삼성전자 이익의 70%를 차지하는 IM(IT·모바일) 부문 부진이 쉽게 회복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증권가에 선 삼성전자 실적이나 주가가 바닥을 찍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삼성 스마트폰이 더 이상 소비자에게 어필 못한다(삼성증권)’, ‘IM 부문 회복 어려워 주가 추가 하락 위험이 있다(신한금융투자)’, ‘3분기 실적 부진보다 뚜렷한 반전 모멘텀 안 보이는 게 더 우려스럽다(LIG투자)’ 등 삼성전자를 바라보는 증권사의 시각도 부정적이다.

증권사들이 목표 주가를 일제히 대폭 내린 가운데, 삼성전자 주가가 2011년 11월 초 100만 원을 재돌파한 후 35개월 만에 100만 원 밑으로 하락할 가능성까지 점쳐진다. 삼성전자 딜레마에 빠진 펀드매니저들과 투자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1256호 (2014.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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