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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배당주 펀드, 살까 말까 - 혹시 막차 타는 거 아닙니까? 

각종 호재에 뭉칫돈 유입돼 과열 조짐 … 우선주는 후유증 조짐 

서명수 이코노미스트 전문기자
혹시 막차 타는 거 아니야? 요즘 배당주 펀드에 신규 가입하려는 투자자들은 고민이 많다. 펀드시장에 이렇다 할 투자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배당주 펀드만큼은 호재가 즐비해 입맛이 당긴다. 그렇다고 섣불리 가입하자니 끝물에 덤터기를 쓰지 않을까 걱정이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수개월 새 시중 뭉칫돈이 한꺼번에 몰려 단기 과열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인기 배당주 펀드에선 쏠림 현상이 고개를 들고 있다. 배당률(배당금/액면가)이 보통주보다 높은 우선주는 고공행진이 멈칫거려 후유증 조짐도 엿보인다.

과연 배당주 펀드는 한때의 유행으로 그칠 것인가, 아니면 대세로 자리 잡을 것인가. 사실 배당주 펀드는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도깨비 방망이가 아니다. 오랜 세월 증시의 한 일원으로 살아왔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했을 뿐이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만 하더라도 주가지수 대비 성과가 별로 신통치 않았다. 그러다 보니 이 기간 동안 2조5000억 원 정도 설정액이 줄기도 했다. 배당주 펀드가 신데렐라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최경환 경제팀 출범 후 날개 달아

지난해 배당주 펀드는 코스피 지수 대비 9%를 초과하는 성과를 올렸다. 그 배경은 국내 안팎의 경제상황·증시환경과 관련이 깊다. 저금리에다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위험은 낮추고 안정성은 높이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일반 주식형 펀드에 비해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작은 배당주 펀드도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대접을 받았다. 이에 따라 배당주 펀드로 8700억 원의 자금이 몰려 들었다.

올 들어선 인기가 더욱 달아올랐다. 자금 유입 속도가 빨라지고 신상품 출시도 봇물을 이루었다. 올 들어 9월 말까지 자금 유입액은 2조7000억 원으로 지난해의 3 배가 넘는다. 이 기간 동안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5조3400억 원 이 빠져나간 것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배당주 펀드 전성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지난 7월 최경환 부총리의 박근혜정 부 경제2기 팀이 출범하면서 기업들의 배당 확대를 독려하겠다고 밝힌 이후 배당주 펀드는 날개를 달았다. 최근 3개월 동안 1조9000억 원이나 몰릴 정도로 인기가 폭발했다. 수년 동안 베스트 셀러였던 가치주 펀드를 능가하는 돈 몰이다.

수익률도 치솟고 있다. 국내 판매 중인 45개 배당주 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12.2%다. 전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 1%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높다. 특히 가장 덩치가 큰 신 영밸류고배당C형이 14.69%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고 신영고배당C1형(15.67%)과 신영프라임배당 종류C1(15.92%)도 높은 수익률을 자랑하고 있다.

배당주 펀드가 시장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은 그 자체로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배당금을 잘 주는 회사들은 대부분 꾸준하게 지급하는 경향이 있다. 그만큼 재무적으로 안정돼 있다는 이야기다. 배당금을 꾸준히 지급하기 위해서는 항상 돈을 벌어들여야 한다. 돈이 없으면 배당할 수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받은 배당금은 펀드 내에서 재투자되기 때문에 복리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1년 수익률이 1.78%에 불과한 A펀드의 경우 3년 수익률은 15.87%로 훌쩍 뛰어오른 것은 다 배당 투자의 복리효과가 큰 영향을 미친 때문이다. 배당주 펀드는 단기보다는 장기 투자를 해야 재미를 볼 수 있다는 건 그래서다.

배당 투자의 매력이 높아지는 시기는 주가 상승기가 아니다. 지금과 같은 하락기에 더 매력적이다. 가격이 하락할수록 배당 수익률(배당금/주가)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보통 배당투자라는 것은 배당수익률이 높을 때 사고 낮을 때 파는 것을 말한다.

일부 전통적인 고배당 주식들은 이 비율이 6%를 넘어서고 있다. 예금 금리가 2%대 초반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에 비하면 수익성이 뛰어나다. 지금 사 놓으면 매년 6%의 배당금을 받고 나중에 시장이 좋아져 주가마저 오른다면 일석이조다. 예금금리와 배당 수익률 간의 갭이 이처럼 크게 벌어진 상태에선 대기수요도 만만치 않을 것인 만큼 주가 하락기엔 안전장치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런 자체적인 특성에다 달라진 시장 환경도 배당주 펀드에 우호적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우선 한국 기업들이 고도 성장 기를 마감하고 저성장 성숙기로 변모해 가는 과정에서 적정 주식가치 유지를 위한 배당 증대 욕구가 점점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다 정부의 ‘가계소득 확충을 통한 내수 활성화’ 차원에서 배당 촉진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배당투자에 정책 모멘텀이 가세하는 형국이다. 재벌 3세 가업 승계와 맞물린 기업지배구조 개선 움직임과 연기금·외국인 투자자 중심의 주주 환원정책 실시 압력은 앞으로 기업의 배당 성향(배당금/순이익)의 상승 요인이 될 전망이다.

여기다 한국의 배당수익률은 지난해 말 기준 1.33%로 태국(4.00%)·영국(3.97%)·중국(3.85%)·대만(3.45%)·독일(2.98%)·미국(2.11%)·일본(2.07%) 등 2~4%대인 주요 선진국과 신흥국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한국 기업의 배당 성향도 17.9%로 주요 국가 중에서 가장 낮다. 기업의 배당여력은 넘치지만 실제 배당은 무척 짜다는 의미로 앞으로 배당증대 압력이 높아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개인과 기관투자가들의 배당에 대한 시각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어 선진국처럼 배당주 펀드가 단기 모멘텀에 아닌 장기적인 투자 트렌드로 자리잡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단기간에 자금이 몰려 과열양상을 보이는 건 문제라는 지적이다. 펀드 운용사마다 담는 종목은 한정돼 있고 자금은 넘쳐나다 보니 해당 종목의 주가가 실적에 관계없이 거품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배당주 펀드의 주 타킷은 삼성전자 나 LG전자 등 대기업이나 SK텔레콤·KT&G·기업은행 등 배당수익률이 높았던 종목들이다. 이 가운데 고배당주로 지목된 SK텔레콤의 경우 7%가 넘었던 배당수익률이 최근엔 3%대까지 떨어졌다. 배당수익률이 떨어지면 주가 고평가 인식이 퍼지면서 매도세가 달려들게 돼 있다. 더구나 올해는 우리나라 간판 대기업들의 장사가 신통치 않아 ‘실적 쇼크’, 나아가 ‘배당쇼크’까지 우려된다.



실적쇼크 이어 배당쇼크 우려

주가 거품은 우선주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배 당주 펀드들의 집중 매수 타킷이 됐던 종목이다. 삼성증권이 2005년부터 최근까지 주요 40개 우선주의 평균 할인율을 주간 단위로 분석한 결과 지난 9월 초 현재 할인율이 33%로 집계됐다. 이는 조사 기간 중 최저치로 2009년 4월 61.9%의 절반 수준이다. 우선주의 주식가치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뜻인데, 적정 할인율은 30% 정도다. 그동안 펀드 운용사들이 우선주를 살 만큼 샀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외국인들은 최근 주가가 많이 오른 우선주를 집중적으로 팔고 있다. 우선주는 물량이 적기 때문에 주가변동성이 크다.

배당주 펀드는 조정 장세에서 반짝거리는 특성이 있다. 상승 장에선 투자자의 관심에서 멀어진다. 그리고 ‘뜨거움’보다는 ‘차가움’, ‘꿈’보다는 ‘현실’ 같은 단어들과 어울린다. 단기 성과에 연연하지 말고 긴 안목으로 접근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1256호 (2014.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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