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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철 기자의 ‘ 빅데이터 리포트’ - 진짜 베스트셀링카② 대형차·SUV - 대형차는 벤츠, SUV는 BMW 질주 

누적 매출 기준으로 고가 수입차 약진 … 2010년 이후 누적 판매대수 1위는 그랜저 

“마진율이 높은 고급차 판매 비중을 늘리겠다(국산차 업체).”

“대형차 시장에서 수입차가 국산차를 따라잡는 건 시간문제 (수입차 업체).”

최근 수년간 우리나라 대형차 시장을 보면 그야말로 ‘약육 강식’이란 표현이 어울립니다. 다른 차종 대비 가장 많은 26개의 제조사가 무려 347개의 모델을 선보이며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소비자의 대형차 선호도가 세계 최고 수준 이기 때문입니다. 금액 기준 지난 2010년 이후 우리나라에서 판매된 자동차의 30% 정도가 대형차였습니다. 비싼 만큼 부가 가치도 높습니다. 자동차 제조사들이 대형차 시장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또 하나의 이유입니다.

스포츠 유틸리티차량(SUV) 시장은 향후 성장성이 큰 블루 오션이라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국산차와 수입차가 자존심 대결을 벌이듯 신차를 내놓는 분위깁니다. 그만큼 시장이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연간 20만대 수준이던 국내 SUV 시장은 올해 사상 최초로 30만대를 넘어설 전망입니다. 실제로 올해 SUV 판매대수는 2011년 동기 대비 40% 이상 증가했습니다. 지난 번에는 경차·소형차와 중형차를 살펴보았습니다(이코노미스트 1251호 ‘문희철 기자의 빅데이터로 뚫어보기’ 참조). 이번에는 더욱 경쟁이 치열한 대형차 시장과 SUV 시장을 자세히 살펴봅니다.



대형차 시장 - 매출 기준으로 벤츠가 전체 2위



우리나라 대형차 시장에서 현대차는 대표적인 브랜드를 다수 보유한 업체입니다. 1986년 7월 출시 이후 수십 년 동안 대형차 시장을 장악했던 그랜저는 우리나라 부유층의 상징이었습니다. 준대형급 세단 시장에서 여전히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자랑합니다. 29년 역사를 자랑하는 그랜저는 2010년 이후 4년 6개월 동안 10개 모델이 36만 1617대나 팔렸습니다(전체 1위). 누적 판매가로 따져 봐도 무려 11조 원을 넘어섭니다. 이는 최근 현대 차그룹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전부지를 매입한 가격(10조 5500억 원)과 엇비슷합니다.

그랜저에 이어 현대차 최고급 세단의 자리를 물려받은 에쿠스도 현대차가 국내 대형차 시장을 장악하는데 상당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2010년 이후 판매고 4조 원을 기록하며 그랜저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랜저와 파워트레인과 플랫폼을 공유하는 ‘형제차’인 기아 차 K7의 인기도 높습니다. 2010년 이후 12만대, 총 3조7000억 원가량이 판매됐습니다. 그랜저와 가격도 큰 차이가 없고 차급 도 같은 데 그랜저의 3분의 1정도 밖에 팔리지 않은 게 조금은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쌍용차는 최근 분위기가 다소 좋지 않습니다. 한때 청와대나 장·차관급 고위 공직자가 대부분 체어맨을 타면서 ‘체어맨 = 권위 있는 차’라는 공식이 성립하던 시절이 있었죠. 하지만 체어맨 H나 체어맨 W 등 체어맨 브랜드를 공유하는 8개 모델의 판매 대수는 2010년 8253대에서 8292대→4447대→3215대로 해마다 줄었습니다. 올해 판매대수는 상반기까지 1268대. 누적 매출도 4237억 원(2010년)에서 1659억 원(2013년)으로 감소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쌍용자동차는 “2008년 체어맨 출시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풀체인지(full change) 모델이 나오지 않았다” 고 설명합니다. 그간 법정관리와 파업, 주주 변경 등 부침을 겪으면서 풀체인지 모델을 내놓을 여력이 없었던 거죠. 다만 “중장기 발전전략에 따라 매년 한 차종씩 풀체인지를 계획 중이다. SUV 라인업 다양화가 끝나면 수 년 이내에 체어맨 풀체인지 차량이 출시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르노삼성의 고급 세단 SM7도 분위기가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비록 2010년 이후 누적 판매고 기준 전체 4위지만, 최근 실적은 별로입니다. 2012년만 해도 3만 2621대를 판매해 누적 매출 1조1350억 원대를 기록했던 SM7은 지난해부터 인기가 하락 하는 추셉니다. 3587대를 판매한 SM7의 지난해 누적 매출은 1093억 원에 불과합니다. 매출고가 1년 만에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체어맨과 SM7의 공백을 메운 곳이 바로 수입차 업체들입니다. 수입차 업체들은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며 외연을 넓히는 중입니다. 국산차 5개사가 48개 대형차 모델을 판매하는데 비해, 수입차 업체들은 무려 299개 모델을 국내 시장에서 판매 중입니다.

2010년 이후 누적 판매량 기준 1~3위 자리는 여전히 현대· 기아차지만, 1 ~30위까지로 범위를 넓혀보면 메르세데스-벤츠의 모델이 무려 8개로 가장 많습니다. BMW도 4개 모델이 ‘톱 30’에 이름을 올려, 기아차(3개 모델)·현대차(2개 모델)보다 숫자가 많습니다. 2010년 이후 가장 많이 팔린 자동차 모델 30개 중 20개가 수입차입니다.

특히 메르세데스-벤츠는 현대·기아차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습니다. 특히 메르세데스-벤츠 E300의 경우 2010년 이후 누적 매출 1조8500억 원에 달합니다. 벤츠E300은 2010~2011년 수입차 베스트셀링카의 영광을 차지했던 모델로, BMW 520d와 함께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습니다. 2010년 이후 누계는 5위지만, 지난해 기준으로는 이미 SM7을 넘어섰습니다.

더불어 올해 상반기 판매 대수가 지난해 대비 3배 가량 늘어난 S클래스도메르세데스-벤츠 질주의 비결로 꼽힙니다. 특히 국내 수입차 플래그십 세단 시장에서 최근 가장 주목받는 S350 모델과 S500 모델이 각각 2010년 이후 누적 매출 8000 억원을 기록하며 빠르게 시장을 넓혔습니다. 이 밖에도 메르세데스-벤츠 E220, E350, C220 모델이 매출 기준 상위권 차량으로 등극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덕분에 국내 대형차 시장에서 제조사별 기준 메르세데스-벤츠는 현대차에 이어 전체 2위 업체로 도약했습니다. 2010년 이 후 대형차 7만 1509대를 팔았는데, 워낙 고가라 매출로 따지면 차량을 두 배 이상 많이 판 기아차(15만 3824대)까지 추월한 상황입니다.

BMW도 상승세입니다. 2010년 이후 2조5584억 원에 달하는 대형차 매출고를 올려 르노삼성(2조1977억 원)을 따라잡았습니다. BMW의 플래그십 세단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740시리즈와 GT라인업이 쌍끌이 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아우디도 쌍용차와 GM대우를 넘어서며 국내 대형차 시장을 공략 중입니다. 대형차 시장에서 아우디의 2010년 이후 매출은 모두 1조4245억 원. 같은 기간 쌍용차(1조2467억 원)와 GM대우(1조361억 원)를 넘어섰습니다. 쌍용차 매출은 도요타 고급 브랜드 렉서스의 대형차 판매고(1조1084억 원)보다는 많지만, 도요타와 렉서스의 대형차 판매고를 합친 수치(1조 8642억 원)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기본 가격이 억대를 호가하는 재규어·포르쉐·벤틀리 등 프리미엄 브랜드의 약진도 눈여겨볼만 합니다. 2010년 이후 국내 시장에서 38개 모델을 선보인 재규어는 그간 총 5885대를 판매했습니다. 대형차 시장에서 전체 매출 기준 11위 업체죠. 포르쉐는 워낙 가격이 비싸 고작 2000여대를 판매하고도 4000억 원이 넘는 판매고를 올렸습니다. 업체별 순위는 13위를 차지 했습니다.

대형차 시장에서 최고가(最高價) 브랜드는 다임러 벤츠가 인수한 마이바흐로 나타났습니다. 가장 비싼 모델(마이바흐62제플린)은 기본 가격이 8억 원에 달하는데 국내에선 3대가 팔린 걸로 집계되네요. 2010년 이후 17대를 판매한 마이바흐의 누적 매출은 약 112억 원입니다. BMW그룹의 최고가 브랜드 롤스로 이스는 가장 비싼 모델이 팬텀 드롭헤드 쿠페(Phantom Drophead Coupe)입니다. 기본 가격이 7억 6000만 원으로 마이 바흐62제플린보다 4000만 원 저렴(?)하네요. 롤스로이스는 같은 기간 약 522억 원의 누적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SUV 시장 - 쌍용 코란도·폴크스바겐 티구안 ‘돌풍’


‘블루 오션’ SUV 시장에도 수입차와 국산차 경쟁이 치열합니다. 결론적으로 기아차·현대차·쌍용차 3강은 수위권 수성에 성공했지만 수입차 공세는 매서웠습니다.

1위 자리는 현대차와 기아차의 집안싸움입니다. 2010년 이후 누적 판매 금액으로 보면 기아차(14조 원)가 현대차(12조6000억 원)를 눌렀습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차량별 누적 판매 금액 1위는 현대차의 산타페(7조 원)가 차지했습니다. 매출고 상위 10 개 차량에선 현대차가 싼타페·투싼·베라 크루즈 등 3개를, 기아차가 스포티지·쏘렌토·카니발·모하비 등 4개를 배출했습니다. 판매대수에서 현대차 투싼이 앞섰다면(3위), 누적 판매량에서는 기아차 쏘렌토가 앞서는(3위) 그야말로 장군멍군입니다.

현대·기아차의 집안싸움에 도전장을 내민 곳이 SUV의 명가 쌍용차입니다. 이유일 쌍용차 대표는 지난 5월 2014베이징모터쇼에서 SUV 전문 브랜드를 선포하고 “신형 세단을 출시하기 보단 SUV 모델을 더 키우겠다”고 발표하기도 했죠. 쌍용차의 SUV 대표 모델은 국내 SUV 최장수 브랜드인 코란도입니다. 코란도C 2.0디젤 모델과 함께 2012년 출시한 코란도스포츠2.0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지속적으로 시장을 넓히는 분위깁니다.

2011년 1만대 안팎 팔렸던 코란도는 2012년 3만대를 넘어서더니 지난해 4만 2752대를 판매하며 놀라운 성장세를 기록 중입니다. 최근 추세만 두고 보면 코란도는 현대·기아차의 대항마로 불릴 자격이 충분합니다. 지난해 코란도 연간 매출은 8847억 원으로 기아차 쏘렌토(7695억 원), 기아차 카니발(7341억 원)을 이미 앞질렀습니다. 지난해 매출 기준 2위 현대차 투싼(8904억 원)과 거의 차이가 없을 정돕니다.

수입차 중에서는 폴크스바겐티구안이 현대·기아차와 필적할 대항마로 꼽힙니다. 티구안이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을 공략하기 이전 수치가 포함돼 2010년 이후 누적 매출 순위는 13위에 그칩니다. 다만 코란도처럼 최근 수치를 보면 달라집니다. 2011년 대비 지난해 판매 대수가 3배 이상 늘었고, 올해 상반기 판매대수(3675대)가 벌써 2012년 연간 판매대수(3468대)를 넘었습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가 발표한 올해 1~ 7월 수입차 판매 대수에서 폴크스바겐티구안은 BMW 520d를 누르고 사상 최초로 전체 수입 차종 중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를 두고 “강남 싼타페(폴크스바겐티구안)가 강남 쏘나타(BMW 520d)를 잡았다”는 말이 회자됩니다.

폴크스바겐티구안은 최근 국내 자동차 인기 요인을 대부분 충족하는 차량입니다. 우선 SUV 열풍에 디젤 열풍이라는 두 가지 요소를 모두 갖췄습니다. 게다가 국산차 구매를 고려하던 소비자를 유치할 수 있을 만한 가격 경쟁력도 확보했습니다. 경쟁 모델인 현대차 싼타페 최고급 사양인 ‘싼타페 2.2 디젤 e-VGTR2.2 2WD 익스클루시브 스페셜’의 가격은 3466만 원. 티구안 중에서 가장 저렴한 ‘티구안 2.0 TDI 컴포트’ 가격이 3840만 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큰 차이가 없습니다. 수입차 SUV 가격은 국산차와 큰 차이가 난다는 통념을 뒤집은 겁니다.

재규어 랜드로버도 서서히 시장을 넓히는 추세입니다. 물론 국산 SUV와 가격차는 여전히 상당하지만, 그래도 한·미 자유 무역협정(FTA) 개별소비세 인하분을 반영해 전 차종 가격 인하를 발표하는 등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습니다. 가장 주목할 만한 대목은 ‘사막의 롤스로이스’라는 별명이 붙은 랜드로버의 플래그십 차종 ‘레인지로버’입니다.

2010년 이후 5005대가 판매됐는데, 워낙 고가의 차량이라 누적 판매고가 5552억 원이나 됩니다. 매출을 판매대수로 나눈 단순 계산에 따르면 대당 무려 1억 1000만 원에 팔렸다는 의미입니다. 5552억 원은 국내 SUV 시장 전체 15위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레인지로버와 함께 단순 계산 방식으로 대당 1억 원이 넘는 고 가 차량 중 돋보이는 차량이 BMW X6입니다. 획기적인 디자인과 다이내믹한 주행성으로 세계적 인기를 모은 X6는 국내 SUV 시장에서도 잘 나갑니다. 랜드로버 레인지로버나 BMW X6는 SUV에 럭셔리 세단을 접목시켰다는 의미에서 ‘LUV(Luxury Utility Vehicle)’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2010년 이후 업체별 누적 판매고에 따르면, BMW(1조3165억 원)가 국산차 업체르노삼성(9505억 원)를 이미 추월했습니다. 재규어 랜드로버(8734억 원)도르노삼성차를 따라잡기 일보 직전입니다. 폴크스바겐(7185억 원)·메르세데스-벤츠(7123억 원) 역시 지금 추세라면 조만간 국산차 업체를 추월할 수 있을 걸로 보입니다. 이밖에 포드자동차 역시 국내 SUV 시장에서 매출 기준(6737억 원) 톱10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1256호 (2014.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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